▲ 트레버 스토리/사진=연합뉴스

요즘 콜로라도 로키스 팬들은 야구 볼 맛이 난다. 혜성처럼 나타나 연일 홈런포를 펑펑 쏘아대는 신인 유격수 트레버 스토리(24) 때문이다.

한편으론 지난해 여름 만약 트로이 툴로위츠키(32ㆍ토론토)가 트레이드 되지 않고 여전히 팀에 남았다면 지금쯤 스토리가 어디서 뛰고 있을까라는 생각에 놀란 가슴을 쓸어 내리기도 한다. 스토리에게 또 하나 행운이 따랐던 건 툴로위츠키와 유니폼을 맞바꿔 입은 특급 스타 호세 레이예스(33ㆍ콜로라도)가 가정 폭력 혐의로 시즌 초반 출장정지를 당하면서 운명처럼 본인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스토리는 스프링캠프에서 스위치히터 유격수 크리스티안 아다메스(25)와 개막전 주전 다툼을 벌여 시범경기 타율 0.340 및 팀 최다 6홈런 등으로 완승을 거뒀다. 개막전 주전 유격수로 나서 데뷔와 동시에 4경기 연속 홈런(6홈런) 및 6경기 7홈런으로 각각 메이저리그 신기록을 세웠다. 앞서 6경기 6홈런을 기록했던 래리 워커, 마이크 슈미트, 윌리 메이스 등의 전설적인 타자들을 단숨에 뛰어넘은 게 바로 갓 데뷔한 루키라는 사실에 전미가 열광했다.

스토리는 타고난 만능 스포츠맨이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거의 모든 스포츠에 능했다. 텍사스주 어빙 출신으로 고교 야구부에서 야구 천재들이나 한다던 유격수와 투수를 병행했는데 그 당시 투수로 이미 96마일(156km)을 던졌다. 강견을 바탕으로 미식축구에도 특별한 재능을 보여 쿼터백으로 활약했다. 고교 2학년이 되며 선택의 기로에 선 스토리는 야구에 집중하겠다며 풋볼을 포기한다. 그 중에서도 빨리 대성할 수 있던 투수 쪽보다 타자에 강한 매력을 느꼈다.

고교 졸업 해 스토리를 보기 위해 28명의 스카우트가 따라다녔단 이야기는 아직도 지역 사회에서 회자될 만큼 유명하다. 본인 인생에 가장 자랑스러웠던 순간이라고 회상하는 루이지애나주립대학교에 야구 장학생 입학하기로 했던 그는 2011년 드래프트에서 콜로라도가 1라운드 45번으로 자신을 지명하자 돌연 방향을 선회해 프로로 직행하게 된다. 그만큼 성공에 대한 집념이 강했다. 야구천재 스토리에게 마이너리그는 좁았지만 콜로라도엔 최고 유격수 툴로위츠키가 버티고 있어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나갈 수밖에 없었다. 매년 유망주 랭킹 상위권에 오르내리던 그가 5년 만에 마이너리그를 졸업할 수 있던 것도 결국 툴로위츠키가 빠져갔기에 가능했다.

거물 툴로위츠키의 토론토 행이 결정되는 순간 지역 고교 스타 출신인 스토리의 행보를 항상 주목해오던 댈러스 모닝뉴스에서는 “스토리를 가로막던 팀내 불확실성이 제거됐다”며 조만간 초대형 루키의 탄생을 예고했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스토리의 성공 뒤에는 2015년 캠프에서 함께 한 툴로위츠키의 존재가 결정적이었다. 스토리는 “리더 툴로위츠키가 내게 해준 격려와 조언은 큰 힘이 됐다”며 “그가 나를 1년 만에 훨씬 더 좋은 선수로 성장시켰다”고 했다.

그렇게 툴로위츠키의 후계자는 스토리로 낙점이 된다. 개막전 주전 유격수 확정 소식을 듣던 날 스토리는 “작년 처음 메이저리그 스프링캠프를 경험했고 그때는 잔말 말고 그저 겸손하게 훈련하자는 생각뿐이었다”고 떠올리며 “겸손하게 훈련하자는 건 똑같지만 다른 점이 생겼다. 지금은 집에 온 듯 편안해졌다. 조금 더 내 자신을 되찾을 수 있었고 그런 것들이 경기력에 반영됐다”고 말했다. 이어 “야구를 하는 모든 아이들이 꿈꾸는 빅리그다. 그 꿈이 내게 드디어 현실로 다가왔다”고 감격했다.

평소 주변 사람들이 스토리를 평가하는 세 마디는 똑똑하고 운동신경이 뛰어나며 경쟁심이 강하다는 것이다. 야구 아니면 친구들과 어울려 놀기를 좋아한다는 그가 가장 존경하는 선수는 인간승리의 주역 조시 해밀튼(35ㆍ텍사스)과 지금은 은퇴한 유격수 데릭 지터(42)다.

스토리의 화려한 등장 앞에 그의 등번호를 보고 이미 성공을 직감했단 우스갯소리도 심심찮게 흘러나온다. 그가 마이크 트라웃(25ㆍLA에인절스), 지안카를로 스탠튼(27ㆍ마이애미), 호세 알투베(26ㆍ휴스턴), 맷 켐프(32ㆍ샌디에이고)의 27번 계보를 이으며 그 전성시대에 방점을 찍고 있어서다.

‘될성부른 떡잎’ 스토리(20일 현재 14경기 0.288 8홈런 14타점 OPS 1.114 등)의 성공 신화가 활짝 열렸다. ‘후회 같은 건 남기기 말고 인생을 살자’는 그의 좌우명처럼 유감 없는 질주가 시즌 초반 메이저리그를 강타하고 있다.

정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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