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이 총재 발언에 청호컴넷 등 ATM 관련주 주가 널뛰기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화폐개혁인 리디노미네이션을 언급했다가 이를 다시 부인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사진=연합뉴스

[한스경제=권혁기 기자] 최근 생소한 단어인 '리디노미네이션(re-dinomination)'이 화제를 모았다. 리디노미네이션은 한 나라에서 통용되는 통화의 액면을 동일한 비율의 낮은 숫자로 변경하는 것을 뜻하는 이른바 화폐개혁이다.

이주열(67)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25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리디노미네이션을 그야말로 논의할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 이 연구는 꽤 오래전에 해 놓은 게 있다"고 말한 게 발단이 됐다.

OECD 회원국 주 국제 통용 화폐인 1달러와 교환하는 비율이 4자리인 나라는 한국 뿐이라는 지적도 있어 1000원을 1원으로 단위를 낮추자는 것인데 이 총재의 발언 이후 ATM 관련주인 청호컴넷은 52주 신고가를 경신하기도 했다. 한네트, 로지시스, 케이씨티 모두 주가가 널뛰기를 했다.

청호컴넷과 한네트, 케이씨티는 금융단말기를 제조 판매하는 회사다. 로지시스는 전산 부문 유지보수 사업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18일 한국은행 금융통회위원회 기준금리 발표 후 이 총재가 기자들과 만나 "리디노미네이션은 기대효과 못지 않게 부작용도 많아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고 가까운 시일 내 추진할 계획도 없다"고 말바꾸기를 하자 주가가 7% 이상 급락했다.

이 총재는 "(화폐개혁의)기대효과도 있지만 못지 않게 부작용도 많아 신중히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화폐단위 변경에 대해 "(리디노미네이션은)사회적 충격도 큰 사안이고 국민적인 공감대와 사전 연구도 굉장히 필요한 사안"이라며 "경제활력 제고에 전력투구하는 입장에서 전혀 검토한 바 없다"고 일축하면서 화폐개혁에 대한 문제는 일단락되는 듯 보인다.

그러나 다음달 1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이원욱·심기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회에서 '리디노미네이션을 논한다'라는 주제로 정책 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이라 화폐개혁은 다시 한 번 뜨거운 감자가 될 전망이다.

이주열 총재의 말 한마디에 주가가 출렁이고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는 점에서 너무 가볍게 말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014년 4월부터 한국은행 사령탑에 앉은 이 총재의 화폐개혁 언급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5년 9월 17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류성걸 당시 새누리당 전(前) 의원이 "화폐개혁이 필요하지 않겠느냐"고 말하자 이 총재는 "화폐개혁의 필요성은 공감한다"며 "한은이 독자적으로 판단할 수 없기 때문에 사회적 공감대가 필요하다"고 답변했다.

올해와 마찬가지로 2015년에도 "국감에서 나온 이 총재의 발언은 리디노미네이션의 추진 의사를 밝힌 것이 절대 아니다"라며 "원론적인 수준의 답변이었다"고 해명했지만 국감 현장에서 이 총재의 발언은 한국은행 공식입장으로 봐야할 만큼 가볍게 넘길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이 총재는 올해 또 화폐개혁을 언급했다가 다시 "계획이 없다"고 해명했다. 세번째는 없길 바라는 마음이다.

권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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