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양지원 기자] 배우 진경이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종횡무진하며 활약하고 있다. 인기리에 막을 내린 KBS2 종영극 ‘하나뿐인 내편’에서 나홍주 역으로 사랑스러운 캐릭터를 연기한 데 이어 영화 ‘썬키스 패밀리’에서도 말랑말랑한 면모를 뽐냈다. 극 중 남편 준호(박희순)과 깨가 쏟아지다가도 오해로 돌변하게 되는 유미 역을 맡아 다양한 감정을 표현했다. 기존의 작품 속 지적이고 카리스마 넘치는 캐릭터와는 상반된 반전 매력을 뽐냈다. 진경은 “실제로는 성격이 센 사람이 아니다”라며 웃었다.

-‘썬키스 패밀리’에 대한 애정이 상당한데.

“기존에 볼 수 없던 시나리오와 새로운 캐릭터들에 반했다. 황당하면서도 골 때린다는 게 정확한 표현인 것 같다. 어이가 없고 웃겨서 호기심이 생긴 작품이다. 성적인 소재라는 점에서 19금으로 가자는 제안도 있었다. 하지만 이 영화의 색깔 자체가 아이들의 시선에서 본 어른들의 세계였다. 실질적으로 아이가 극을 이끄는데 그걸 어떻게 19금으로 바꾸겠나. 우여곡절이 많았는데 개봉하게 돼 기쁘다.”

-아이의 시선에서 어른들의 성(性)을 풀어낸 만큼 예민한 소재였을 것 같다.

“위험하긴 하다. 아이의 시선과 야하다고 표현할 수 있는 장면들이 공존해야 하니까. 어느 선에서 맞춰야 할지 매번 신중했다. 촬영 때도 수위를 조절하고 의사 소통을 많이 했다.”

-‘하나뿐인 내편‘ 이전에 ‘썬키스 패밀리‘를 촬영했다. 주로 강하거나 도회적인 이미지로 출연했는데, 어떤 점에서 출연을 제안 받은 것 같았나.

“나도 잘 몰라서 감독님에게 물어봤다. 유미가 사랑스럽기만 한 게 아니라 아줌마로서의 모습, 학교 선생님으로서 아이들 앞에서 강한 모습도 필요하지 않나. 감독님이 ‘영화 ‘베테랑’에서 가방 집어 던지는 장면 잇지 않나. 그런 여자가 집에서는 애교를 부릴 것 같았다‘고 하더라. (웃음) ‘열정 같은 소리 하네’에서는 내가 가발과 안경을 쓰고 괴짜처럼 나오는데, 그 때도 내가 웃을 때 따뜻한 면을 봤다고 했다. 감독님이 전혀 그렇지 않은 작품을 보고도 나의 새로운 면을 발견해준 게 아닐까 싶다.”

-유미 역을 어떻게 표현하고 싶었나.

“유미의 혼란스러운 마음과 고민을 통해 가족의 소통을 이야기하고자 했다. 부모가 돼서 아이들을 키운다고 해서 다 완벽한 존재는 아니지 않나. 어른이라고 완성된 인간은 아니니까. 아이들도 커가지만 부모 또한 사고방식의 변화를 통해 계속해서 성장하고 발전해나가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유미를 통해 그런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남편 준호 역을 맡은 박희순과 호흡은 어땠나.

“굉장히 편했다. 예전에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공연하는 걸 본 적이 있다. 그 당시에도 굉장히 유명한 배우였다. 독특한 카리스마와 색깔을 갖고 있다. 그래서 굉장히 남성적인 분인 줄 알았는데 사석에서 봤을 때 한 마디도 안 하고 가만히 앉아있었다. 개인적으로 본 건 이 영화가 처음인데 독특한 유머 코드가 있다. 너무 재미있다.”

-박희순이나 ‘하나뿐인 내편’ 최수종 모두 애처가인데.

“최수종, 박희순 모두 영화 속 준호와 싱크로율이 높다. 어떤 분들은 영화 속 준호의 모습을 보고 어떻게 그럴 수 있냐며 비현실적이라고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정말 바람직하고 모든 여성이 꿈꾸는 남성상이다.”

-주로 센 역할만 하다가 ‘하나뿐인 내편’에 이어 ‘썬키스 패밀리’까지 사랑스러운 모습을 보여줬다.

“실제 성격도 전혀 세지 않다. 난 그냥 평범한 사람이다. 생긴 걸 보고 똑 부러지고 깐깐할 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깐깐한 면은 사람이니까 아예 없을 수는 없겠지만 굉장히 허술한 편이다. 내가 어떤 면에서는 웃기다 싶은데 날 웃기게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윤여정 선생님이 독설처럼 말씀 하시지만, 재미있으시다. 선생님만의 웃긴 게 있는데 개인적으로 그걸 너무 좋아한다. 나도 약간 그 과인 것 같다.”

-‘하나뿐인 내편’이 50%에 육박한 시청률로 종영했다. 소감이 남다를 것 같은데.

“알아보는 분들이 막 내 등을 때리면서 임신(극 중 설정)을 축하한다고 했다. 나를 굉장히 친근하게 느끼시는 것 같았다. 또 나홍주가 지닌 순수함을 참 좋아하는 것 같다. 인물들의 갈등이 많았던 드라마에서 숨을 쉴 수 있는 캐릭터였기 때문에 사랑 받은 것 같다. 이번 드라마를 통해 선배님들과 참 친해졌다. 이혜숙, 차화연 선배님의 에너지를 본받고 싶다. 다들 너무 엉뚱하시고 재미있으셔서 재미있게 촬영했다.”

-드라마 ‘넝쿨째 굴러온 당신’(2012) 이후 대중적인 조명을 받게 됐다.

“참 감사하다. 이렇게 배우를 할 수 있다는 것도 감사할 일이다. 지나온 시간들이 참 소중하지만 힘들 때도 많았다. 그 순간들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내가 있다고 생각한다. 연극배우를 하다가 방송, 영화 쪽으로 오면서 커리어를 인정받지 못했다. 요즘과 달리 많이 힘들었다. 처음부터 시작해야 했다. 그 당시에도 나이가 있는 편이라 자존심 상할 때도 많았다. 그 순간순간의 내가 참 소중하게 느껴진다. 잘 버텼다.”

사진=영화사 두둥 제공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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