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질서는 기존 방식을 낡은 것으로 만들면서 태동한다. 택시의 등장은 1896년 미국에서 ‘거리의 자동차’란 이름으로 마부들의 강력한 항의를 받으며 마차 대신 영업을 시작했다. 그리고 10년이 지나서 뉴욕의 명물인 ‘옐로캡’ 택시가 탄생해 100년이 넘는 역사를 써오고 있다. 영국도 90년 넘게 전통의 ‘블랙캡’ 택시가 존재한다. 우리나라는 1921년 ‘종로 택시’가 설립된 이후 여러 형태로 발전하면서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택시 운전기사의 조건과 대우는 나라마다 차이가 있다. 우리나라는 전과기록 없이 관련 시험만 통과하면 택시 운전을 할 수 있다. 그러나 미국의 옐로캡은 경비행기 조종사 면허처럼 80시간의 교육을 통과해야 한다. 영국 블랙캡의 경우는 더욱 어렵기로 소문나 있다. 3년의 교육으로 2만5,000개의 건물과 도로망을 완벽하게 외워서 관광객에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해서 녹색 배지를 달면 런던 시민들로부터 존경의 대상이 된다. 사납금도 없이 일정 수입을 보장받는 대우 또한 자부심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이렇듯 전통과 자긍심의 상징인 택시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 2009년 등장한 ‘우버’가 자사 소속의 차량이나 공유(共有) 차량을 승객과 연결하는 비즈니스로 기존 택시의 근간을 흔들고 있기 때문이다. 전 세계에서 불법논란이 일고 있지만, 100개가 넘는 도시로 빠르게 퍼져가고 있다. 이로 인해 옐로캡은 파산선고를 주주들에게 통보했고, 블랙캡 자동차 제조사도 경영난으로 중국의 길리 자동차에 매각되었다. 영국의 자존심인 블랙캡도 결국은 우버와 함께하고 있다. 각 나라의 택시 문화에 대변화를 예견할 수 있는 부분이다.

자동차의 발명으로 택시가 마차를 소멸시켰다면, 스마트 폰의 등장은 택시를 자가용으로 대신하는 시류(時流)를 만들었다. 불법논란에도 우버가 성공하는 것은 고급승용차에 기사를 채용해 가치를 부여한 점이다. 우리나라도 우버를 보완한 카카오택시 블랙이 등장한다. 외제승용차에 택시라고 쓰지 않고 번호판만 영업용을 부착한 또 다른 우버 택시다. 이런 변화에 나라마다 특색을 갖춘 택시가 명물로 자리 잡아야만 마차처럼 사라지는 일이 없을 것이다. 따라서 택시의 생존 전략은 그들만이 가진 역사와 전통을 지키는 철학이 아닐까.

● 김홍근은 호서대학교 부교수(창업보육 센터장)이자 (사)한국벤처 창업학회 부회장, 자동차부품제조업체 드림텍 대표이사다.

한국스포츠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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