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수 감독 / SBS 제공

[한국스포츠경제=신정원 기자] 매 작품마다 완벽한 연출력으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신경수 감독이 새 사극 '녹두꽃'으로 안방극장을 찾는다. '녹두꽃'은 1894년 동학농민운동의 역사 속에서 농민군과 토벌대로 갈라져 싸워야 했던 이복형제의 파란만장한 휴먼스토리로, 신경수 감독은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의 의미와 함께 이 시대 젊은이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은 마음이다. 백산 전투, 황토현 전투, 우금치 전투 등 역사를 제대로 구현하기 위한 장소 선택에 고충은 따랐지만, 그만큼 더 신중한 마음으로 작품을 완성하려는 목표다. 신경수 감독은 "굵직하고 무거운 역사적 배경 안에 놓여있는 형제간 우애와 남녀의 사랑, 끊을래야 끊을 수 없는 가족애에 대한 이야기에 집중해주면 좋을 것 같다. 웃기고, 말랑말랑하고 그 속에 눈물이 함께 하는 드라마다"라고 소개하며 웃음 지었다.
 
-동학농민운동이 배경인 '녹두꽃'을 기획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올해, 동학농민운동 125주년이다. 동학농민운동부터 시작된 정신은 대한민국 임시정부까지 이어졌다. 이 시대를 택한 이유는 2019년 대한민국에서 살고 있는 젊은이들이 겪고 있는 분노, 좌절, 희망에 관한 이야기를 그려내기 적합하기 때문이다. 고민 끝에 동학농민혁명이 일어났던 1894년 전라북도 고부의 이방 집 두 형제의 이야기를 찾게 됐다. 그 굵직한 역사 속에 형제와 가족, 젊은이들의 사랑과 분노를 넘어서는 희망을 그리고 싶었다. 선대의 젊은이들이 겪은 고군분투와 좌절, 도약에 관한 이야기가 우리 시대에 깊은 울림과 희망 그리고 격려를 줬으면 하는 마음에서 기획했다."
 
-동학농민운동 하면 전봉준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데, '녹두꽃'은 평범한 두 형제를 주인공으로 한다.
"처음 기획 땐 전봉준을 전면에 내세우는 드라마에 욕심이 났지만, 쉽지 않았다. 전봉준이라는 인물이 주는 아우라를 드라마로 풀어내기 어려웠다. 다시 회의를 하다 보니 결국 우리가 하고 싶은 건 한 명의 영웅, 개인의 이야기가 아니라 당시의 보통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전작 '뿌리깊은 나무'(2011), '육룡이 나르샤'(2015)가 왕에 대한 이야기라 그런지, 왕이나 영웅 한 명을 주인공으로 그리기 지겨운 감도 있었다. 권력도 없고, 왕실 태생도 아닌 보통 사람들, 지금의 보통 사람들과 같은 조건의 인물 이야기를 그리려 했다."
  

신경수 감독 / SBS 제공

-조정석·윤시윤·한예리의 어떤 매력을 보고 캐스팅했나.
"조정석 씨는 큰 스타가 됐지만, 여전히 소탈하고 소박하다. 현장에서 고생하는 스태프, 동료들에게 웃음을 준다. 에너자이저 같다. 어린 후배들에게도 꼼꼼하게 연기를 지도해주는 모습을 보면 나도 기분이 좋다. 윤시윤 씨는 이번 작품을 함께 하면서 너무 놀랐다. 굉장히 철두철미하고, 성실하게 준비해오더라. 내 대본은 하얀데, 윤시윤 씨의 대본엔 온갖 메모가 가득했다. 모든 면에서 완벽한 준비를 해오는 배우다. 이번 드라마를 통해 깊이 있는 반전 매력을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한예리 씨는 '육룡이 나르샤'에서도 함께 했지만, 더 깊은 작품을 함께 하고 싶다는 갈증이 있었다. 개인적으로 굉장히 만족하는 캐스팅이다. 작품에 깊이감을 주는 내적 연기를 잘 보여주고 있다. 자칫 남성 위주의 역사, 액션 드라마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한예리 씨를 통해 우리 드라마가 윤택 있게 만들어지고 있다."
 
-당대를 구현한다는 게 쉽지 않은 작업이었을 텐데, 어떻게 준비했나.
"작가님이 방대하면서도 치밀한 자료 연구를 거쳐 대본을 만들었다. 우리는 되도록 어긋나지 않게끔 재현에 공을 들여야 하는 과제를 받았다. 또 역사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었는데, 작가님이 굉장히 객관적인 눈으로 보고 구현했기 때문에 중심이 잘 잡혔다."
 
-촬영하면서 주 52시간 근로기준법을 지키기도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사극이기 때문에 지방 촬영이 잦다. 깊은 산중으로도 가야 되고. 그렇다고 해서 이동시간이 노동시간에 포함되지 않는 건 아니기 때문에 연출자로서 괴롭다. 제작진, 스태프하고 '이런 경우는 이렇게, 저런 경우는 저렇게'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그렇게 작업하고 한 달 후쯤에 합리적인지, 불합리적인지 이야기를 다시 나누기도 했다. 근로시간에 대한 법이 개정되지 않았다면 한 팀으로 촬영을 진행했을 텐데, 지금은 A팀, B팀을 한 달 단위로 나눠 촬영하고 있다. 나 같은 경우는 작품에 대한 책임감 때문에 A팀과 B팀을 오가며 촬영하고 있다."
 

SBS '녹두꽃' 포스터

-전투의 배경이 될 장소를 선택하는 것도 어려웠을 텐데.
"백산 봉기, 황토현 전투는 비슷한 곳을 찾아 촬영했는데, 우금치 전투가 문제다. 마땅한 장소를 찾기 위해 전국 방방곡곡을 몇 차례 돌고 있는데 난감하다. 후보지 한곳이 있긴 한데, 초록이 만개할 때 찍어야 돼서 걱정이다. 역사적으로 보면 추운 계절에 들어가는 시기인데, 우리는 아마 5~6월에 찍게 될 것 같다. 전작 '육룡이 나르샤' 위화도 회군 때도 눈이 내려 고생했는데, 이번에도 그래야 되나 괴롭다. 농담이지만, 북미회담이 잘 돼 개마고원 가서 찍었으면 좋았을 텐데. 그래도 아직 시간이 있으니까 마땅한 장소 잘 찾아서 '말이 돼?'란 소리 안 나오도록 만들어보겠다."
 
-가장 기억에 남는 촬영 에피소드가 있나.
"첫 촬영을 담양 창평에서 찍었는데, 팀 구성 초기였고 큰 촬영이 아니었기에 마을 분을 보조 출연자로 섭외했다. 90세 할머니, 70세 할아버지, 50대의 아빠, 거기에 살고 있는 아이들 3명을 캐스팅했다. 그런데 우리가 도저히 구현해 낼 수 없는 피부색, 피부 결을 가지고 있었다. 평생을 농사짓고 사신 분들이라 준비한 의상만 입혀 놓아도 과거로 돌아간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걸 보면서 '아, 이 드라마는 리얼리티를 구현해내야 되는 작품이구나' 싶었다. 또 내적으로 울림이 있던 적도 있다. 분명 2019년을 살고 있지만, 아직도 대한민국 어느 소외된 지역이나 시골, 섬에는 과거하고 별반 달라진 게 없는 모습이었다. 과거 1894년도에 큰 과업을 위해 분투했던 젊은이들이 역사를 바꿨으면 우리의 현재가 어땠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방송 전 시청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우리 드라마가 굵직하고, 무겁고, 역사적인 의미가 충만한 드라마라고 생각할 텐데, 물론 그런 지점들도 잘 전달될 거다. 그렇지만 역사적 배경 안에 놓여있는 형제간 우애, 남녀의 사랑 이야기, 가족애, 인간애에 대한 이야기에 집중해주면 좋을 것 같다. 코미디를 잘 하는 배우들이 많아서 웃음이 빵빵 터질 때가 있다. 물론, 전작인 '열혈사제'와는 결이 다른 웃음이지만, 우리 드라마도 꽤 재미있는 드라마다. 또 그 속에 눈물이 함께하는 이야기이니 많은 기대 부탁드린다."

신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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