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쌍둥이 딸, 아버지 공판 증인으로 출석
"답안 받은 적 없어, 철저히 암기한 덕분"
"실력으로 1등". 23일 시험 문제 및 정답 유출 혐의로 구속 기소된 숙명여고 전 교무부장의 공판에 쌍둥이 딸이 증인으로 출석해 아버지가 받는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진술을 했다. / 연합뉴스

[한국스포츠경제=조재천 기자] 시험 문제와 정답을 유출한 혐의(업무 방해)로 구속 기소된 숙명여고 전 교무부장 A(52) 씨의 쌍둥이 딸이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들은 오롯이 실력으로 1등을 했다며 모함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23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A 씨에 대한 공판에 두 딸이 증인으로 나왔다. 먼저 증인석에 앉은 쌍둥이 언니 B 양은 '아버지가 중간·기말시험 답안을 사전에 알려 준 적이 한 번이라도 있느냐'는 변호인의 질문에 “결코 없다”고 답했다.

이어 검찰이 ‘오롯이 공부를 열심히 해 실력으로 1등을 한 것인데, 아버지가 같은 학교 교무부장이라는 이유로 다른 학부모와 학생들의 시기 어린 모함을 받는다고 생각하느냐’고 질문하자, B 양은 “맞다”고 했다.

B 양은 1학년 1학기에 전체 석차가 100등 밖이었다가 2학기에 5등, 2학년 1학기에 인문계 1등으로 올라선 비결에 대해 “교사의 성향을 터득하고 맞춤형 방식으로 시험 범위의 교과서를 철저히 암기한 덕분”이라고 주장했다.

‘다른 학생들도 똑같이 열심히 공부하지 않느냐’는 지적에는 “학습 의욕이 어느 정도냐에 따라 공부의 양과 시간이 달라질 수 있다”고 답하는 등 검찰과 변호인의 질문에 거침없는 모습이었다.

이날 검찰은 B 양이 실제 시험을 치른 시험지에 작은 글씨로 빼곡하게 정답을 적어 놓은 것을 보여 주며 그 경위를 묻기도 했다. 그러자 B 양은 이에 대해 “시험 직후 가채점을 위해 반장이 불러 준 답을 적어 둔 것”이라면서 “실제 정답과 다른 부분은 급하게 받아 적다가 생긴 오기”라고 해명했다.

이어 동생 C 양이 증인석에 앉아 신문에 임했다. C 양은 성적이 갑자기 오른 데 대해 “특별한 비결이랄 건 없고, 교과서와 선생님 말씀에 충실했다”고 말했다. 앞서 증언한 언니 B 양과 같은 취지로 대답한 것이다.

C 양은 풀이 과정이 필요한 문제에도 정답만 적은 경우가 있었다. 이에 대해 “다른 학생들이 어떻게 하는지는 모른다”면서 “종종 그런 일이 있다”고 답했다. 이어 검찰이 풀이 과정과 정답이 맞지 않는 부분을 지적하자, C 양은 “풀이 과정이 아니라 머릿속에서 생각을 통해 도출했다”고 했다가 “풀이 과정을 미처 쓰지 못했다”고 진술을 바꾸기도 했다.

증인 신문을 마친 쌍둥이 딸은 어머니와 함께 퇴정, 이를 지켜본 아버지는 법정 내 구속 피고인이 드나드는 출구로 빠져나갔다.

앞서 쌍둥이 딸의 아버지 A 씨는 2017년 치러진 두 딸의 1학년 1학기 기말시험부터 지난해 2학년 1학기 기말시험까지 교무부장으로 근무하면서 알아낸 시험 답안을 딸들에게 알려 학교의 성적 평가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조재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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