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기자회견 열고 마약 투약 혐의에 대해 억울하다 호소하고 있는 박유천.

[한국스포츠경제=정진영 기자] "억울합니다. 저는 결코 마약을 한 적이 없습니다."

어쩌면 이 말이 곧 코미디 쇼에 등장할지 모르겠다. 남양유업 창업주의 손녀인 황하나 씨와 함께 마약을 투약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기 전 박유천이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취재진 앞에서 한 말이다. "경찰 조사를 앞두고 있어 질의응답을 하기 어렵다"고 밝힌 박유천은 기자회견에서 "마약은 결코 한 일이 없다"는 말을 네 차례 가량 반복해서 읽었다. 설마 마약을 진짜 했는데 저렇게까지 할까. 기자회견 참석한 대부분이 이런 반응이었다. 하지만 마약반응 결과는 양성. 설마 했던 필로폰 성분이 그의 다리털에서 검출됐다. 이쯤되니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희대의 코미디라는 반응도 나온다.

정말이지 이럴거면 그러지 말았어야 한다. 일반적인 퇴근 시간인 오후 6시에 갑자기 기자들을 불러놓고(기자회견 공지는 같은 날 오후 3시 30분께 처음 떴다) 질문도 못 하게 입을 막고 눈물로 마약을 한 적 없다는 입장문을 읽은 게 불과 2주 전이다. 인원수 계산을 못 해서 의자 없이 바닥에 앉은 기자들이 허다했고, 영상 취재에 대한 공지가 미리 되지 않아 현장에서 영상 기자들과 소속사 사이 마찰이 있었던 데다 정체를 알 수 없는 팬까지 난입했다. 이런 혼란을 야기하면서까지 기자회견을 열었다면 적어도 그 내용만은 진실했어야 하지 않나.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기자회견에 갔던 기자들 사이에서는 "박유천이 혹시 자기도 모르게 마약을 투약 당한 것 아닐까"란 말까지 나올 지경이다.

취재진에 대한 배려의 문제를 떠나서도 괘씸한 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박유천은 지난 2016년 불거진 성폭행 파문 당시에도 "사실이라면 연예계에서 은퇴하겠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번 마약 논란 때도 마찬가지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사실이라면 연예계에서 은퇴하겠다"고 말했다. 문제는 박유천은 박유천 혼자만의 자산이 아니라는 점이다. 인간 박유천은 온전히 그의 책임이겠지만, 가수와 배우로서 박유천은 소속사와 어느 정도 운명을 함께한다. 그의 말을 신뢰하고 기자회견 장소를 대관하고 간담회를 진행한 이들은 소속사 씨제스 엔터테인먼트였다. 어디 소속사 직원뿐인가. 그의 말이 진실할 것을 믿고 현장을 찾은 수많은 취재진과 그의 결백을 의심치 않고 하루 한 시 더 그에게 시간과 정성을 쏟은 팬들은 뭐가 되는가. 잘못은 혼자 했는데 타격을 입는 사람들은 너무 많다. 도덕적 해이가 초래한 이 같은 결과를 누가 전부 보상할 수 있겠는가. 이런 사람인 줄 모르고 많은 이들이 그의 성공을 위해 힘썼을 테고, 그 덕에 그 많은 인기와 부를 얻었을진대 이제 와서 범죄가 걸리니 은퇴한다고 면죄부가 성립되겠는가.

무엇보다 염려되는 건 박유천과 같은 연예인의 말과 행동에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청소년들이다. 박유천 이전에도 FT아일랜드 전 멤버 최종훈, 빅뱅 전 멤버 승리, 하이라이트 전 멤버 용준형 등 '스타'라는 이름을 달고 있던 많은 이들이 자신이 저지른 일에 대해 일단 부인부터 하고 봐 논란이 됐다. 안 걸릴 때까지는 일단 아니라고 우기고 보는 연예인들을 보면서 과연 청소년들은 세상을 어떤 눈으로 보게 될까. 공공재인 전파를 이용해 이득을 취하면서 이렇게까지 결여된 도덕성을 가져도 될 일인가. 잘못해도 안 걸리면 그만이라는 그릇된 사고방식이 사회에 전염될까 걱정이다.

사진=OSEN

정진영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