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LG전자, 올 6월부터 국내 생산 중단, 베트남으로 이전
삼성전자는 이미 국내 생산 비중 낮춰
협력업체들 이전 쉽지 않아 고민 가중

[한스경제=정도영 기자] 국내 스마트폰 업계에서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글로벌 메이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국내 생산을 중단하거나 생산 비중을 낮추어 ‘포스트 차이나’로 불리는 동남아시아(베트남 등)로 생산 거점을 속속 이전하면서 국내 고용시장과 협력업체 등 전후방 산업계가 후폭풍에 시달릴 것으로 우려된다.

해외로 생산 거점을 이전함에 따라 가동 인력의 재배치나 인원 축소와 같은 리스크가 뒤따르는 게 불가피해 이른바, '스마트폰 산업 공동화' 현상이 발생될 가능성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2015년 베트남 하이퐁 경제특구에 자리잡은 LG전자의 생산공장, TV와 스마트폰 등 각종 제품을 제작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 스마트폰 생산, 왜 베트남인가

LG전자는 25일 "올해 안에 경기도 평택 스마트폰 생산라인을 LG 하이퐁 캠퍼스로 통합 이전하고 평택 스마트폰 생산인력은 생활가전 생산공장으로 재배치한다"고 밝혔다.

스마트폰 사업이 2015년 2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16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고 누적 적자가 약 3조 원에 달하자 이를 만회하기 위해 생산 비용 절감과 가격 경쟁력 제고를 위한 특단의 조치를 내린 것이다.

LG전자가 스마트폰 생산 거점을 옮기는 베트남 하이퐁 공장은 인건비가 저렴(2019년 최저임금 기준 월급 약 20만6000원)해 원가 절감을 하는데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특히 하이퐁에는 LG전자 스마트폰뿐 아니라 TV와 생활가전 등 LG 계열사의 공장도 밀집되어 있어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어 LG측이 이같은 전략적 결정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LG전자는 “한국의 생산 물량을 베트남으로 이전하는 것이 아니라 생산 물량 증가에 대비해 거점을 세우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 전문가들은 "프리미엄폰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애플에 밀려 국내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높이지 못하고 있고 화웨이, 샤오미 등 중국 업체들이 저가폰 시장에서 성장함에 따라 기존 점유율을 잃게 되면서 베트남으로 거점을 옮겨 재기를 노리는 것 같다"고 해석들 한다.

또 실사구시형 경영스타일을 지닌 것으로 평가받는 구광모 LG 대표이사 회장이 LG전자의 국면전환을 위해서 MC(모바일커뮤니케이션)사업 시스템의 획기적인 개편을 단행, 매년 가전에서 얻어왔던 수익들을 더 이상 스마트폰 분야에서 손해 보지 않기 위한 결단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삼성전자는 해외 공장에서 스마트폰을 연간 약 3억 대를 생산하고 있고 그중 베트남 공장에서는 절반가량 생산을 담당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앞서 스마트폰 판매량 세계 1위인 삼성전자도 국내 생산 비중을 낮춘 바 있다. 삼성전자는 구미공장 외에 베트남과 중국, 브라질, 인도, 인도네시아 등에 생산시설을 갖추고 있고 전 세계 6개 공장에서 연간 약 3억 대를 생산하고 있다.

특히 베트남 공장에서는 삼성전자의 스마트폰이 절반가량 생산되고 있지만 국내 생산 비중은 2000만 대 수준에 불과한 상황이다.

◆ 협력업체 공동 이전 등 후속 대책 마련도 절실 

LG전자는 25일 평택 공장의 인력들 대부분을 LG의 공기청정기나 건조기, 의류관리기 등 실적이 높은 신가전 라인으로 재배치되고 배치된 직원들의 처우와 관련해 노사 간의 협의를 마쳤으며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향후 진행 결과에 따라 인력 배치와 인원 축소에 대한 문제가 제기될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다.

또 LG전자의 MC사업본부의 전체 인력도 줄었다. LG전자는 그동안 MC사업본부의 인력을 타 부서로 꾸준히 재배치해 지난 2013년 8000명이 넘었던 인력을 지난해 말 4000명으로 절반 정도 줄였다. 게다가 올해 상반기 공채에서도 MC사업본부는 신규 채용을 실시하지 않을 계획이다. 국내 스마트폰 생산 공장이 없어지고 인력이 감소하거나 이동되는 상황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IT(정보통신기술) 관계자들은 이와 관련, "삼성과 LG가 해외로 생산기지를 옮기는 배경은 다소 이해가 가지만 결과적으로 국내 스마트폰 생산기지의 공동화 현상도 뒤따를 수 밖에 없어 이에 대한 업계와 정부의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국내에서는 스마트폰과 같은 미세한 공정이 필요한 작업에 생산인력에 대한 의존도와 외부 하청업체의 부품 제작과 공급의 영향력이 높은 상황임을 감안하면 협력업체에 대한 세밀한 지원책도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LG측의 생산기지 해외 이전 발표가 나오자 일각에서는 "협력업체들에 대한 동반 이전책이 수월하지 않을 경우 사회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경계한다.

정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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