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건강·경제 불안에 차별까지…96% 70~80대
복지부, 74년 만에 첫 법적 실태조사

[한스경제=홍성익 보건복지전문기자] 1945년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된 원자폭탄에 노출돼 피해를 입은 우리나라 국민에 대한 정부의 실태조사 결과가 나왔다. 당시 생존자 중 남은 사람은 10%도 채 안 되는 2283명으로 확인됐다.

제공= 보건복지부

1세대의 장애비율은 23%로 일반인들의 장애비율인 17.5%보다 높았고, 기초생활수급자 비율은 무려 6배 이상 높다는 결과가 도출됐다.

보건복지부는 25일 ‘한국인원자폭탄피해자지원위원회’를 갖고 '한국인 원자폭탄 피해자 지원을 위한 특별법(2017.7월 시행, 이하 ’원폭피해자지원특별법‘)'에 의한 한국인 원자폭탄 피해자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실태조사는 2017년 원폭피해자지원특별법이 시행된 이후 처음 실시한 것으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을 통해 피해자 현황, 피해자의 건강상태 및 의료이용 현황, 생활실태 등을 조사(2018.6월~2019.3월)했다.

결과는 충격적이다. 이미 70여 년 전 발생한 원폭 피해는 현재도 진행형이었다.

원폭 피해자와 자녀들은 전반적으로 신체·정신적 불건강, 경제적 어려움, 사회적 차별 등을 경험하고 있었다. 피해는 2세들에게도 대물림됐다. 피해자 자녀(2세)들은 원폭 노출의 유전성에 대한 불안을 갖고 있었다.

한국인 원자폭탄 피해자란 원자폭탄이 투하된 때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지역에 있었거나 2주 이내 투하 중심지역으로부터 3.5㎞ 안에 살고 있던 경우, 사후 처리 과정에서 방사능 영향을 받은 1세대는 물론 당시 태아였던 2세대를 가리킨다.

1972년 한국원폭피해자원호협회의 추정치에 따르면 한국인 피해자 규모는 1945년 당시 약 7만 명으로, 이 중 4만 명이 피폭으로 당시 사망했고, 생존자 중 2만3000명이 귀국한 것으로 추정된다. 관련해 지난해 8월 기준 피해자로 대한적십자사에 등록되어 있는 생존자는 2283명이었다. 70대가 63%, 80대가 33%이고, 약 70%가 경상도에 살고 있었다.

한국인 원폭 피해자들은 비슷한 연령대의 일반인구집단과 비교해서 암이나 희귀난치성질환 등의 유병률이 대체로 높았다. 피해자들의 의료 이용이나 의료비 본인부담 수준도 일반인보다 높았다.

특히, 피해자 1, 2세 21명에 대한 한 심층 인터뷰 결과에서 이들은 신체·정신의 어려움을 갖고 있었다. 경제적 어려움과 함께 사회적 차별 등도 토로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피해자 1세대의 23%가 장애를 갖고 있었으며, 자가 평가 건강수준에서 51%가 나쁘다고 응답했다. 36%는 기초생활수급자였으며, 조사 대상 1세대의 월평균 가구 수입은 138만9000원 수준이었다.

2세대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8.6%가 장애를 갖고 있으며, 자가 평가 건강수준에서 25.7%가 나쁘다고 답변했다. 9.5%가 기초생활수급자, 조사대상 2세대의 월평균 가구수입은 291만 원 수준으로 나타났다.

참고로 우리나라 35~74세 일반인의 장애인구 비율은 5.9%다. 전체 인구 대비 기초생활수급자 비율 3.5%이며, 2017년 기준 가구 월평균 소득 462만 원이다.

1, 2세대 모두 사회적 차별을 받고 있다는 인식이 높았고 피해사실을 노출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었다. 피폭의 영향이 유전될 수 있다는 불안감으로 결혼이나 출산을 포기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들은 막연한 불안과 두려움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피해자 자녀 등의 피폭 영향에 대해 정부 차원의 역학조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기남 복지부 질병정책과장은 “조사 결과는 지금까지의 정책이 피해자 1세에 초점을 맞춰왔다면, 이제는 피해자 2세 등에 대해서도 국가가 실태를 파악하고 필요한 지원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음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아울러 “복지부는 올해 중 피해자 2세의 건강상태 및 의료 이용 실태 등에 대해 후속 조사를 실시, 보다 정교한 건강 실태조사의 정기적 실시, 피폭의 건강 영향 등에 관한 시계열 분석 체계를 구축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제공= 보건복지부

홍성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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