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조원태 한진칼 대표이사 회장 선임
강성부 펀드 한진칼 지분 14.98%로 증가

[한스경제=강한빛 기자] 한진그룹 ‘3세 경영’이 시작됐다. 고(故)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의 장례를 마친지 1주일 만에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이 지난 24일 회장에 전격 선임됐다.

하지만 선임 당일 한진칼 2대 주주인 행동주의 펀드 KCGI(일명 강성부 펀드)가 추가지분을 인수한 사실이 알려지며 한진그룹 전체를 둘러싼 지분 경쟁의 재돌입을 예고,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경영권 방어에 나서야 하는 조 회장은 현재로서는 구체적인 방어전략을 내놓지 않고 있어 조 회장 체제와 강성부 펀드간 지분경쟁의 결과는 미지수다. 진행형이라는 게 증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한진그룹 지주회사인 한진칼은 지난 24일 오후 이사회를 열고 한진칼 사내이사인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을 한진칼 대표이사 회장으로 선임했다. 

한진칼 이사회는 "조 신임 회장 선임은 고 조양호 회장의 리더십 공백을 최소화하고 안정적인 그룹 경영을 지속하기 위한 결정"이라며 "조 신임 회장이 그룹 창업 정신인 ‘수송보국’을 계승·발전시키고, 그룹 비전 달성을 차질없이 이룰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조 회장의 조기 총사령탑 등장은 외부의 경영권 침탈에 맞서기 위한 상징적 조치로 시장에서는 본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사진=연합뉴스

◆ 조 회장의 방패 vs KCGI의 창

조원태 회장에겐 남은 숙제가 많다.  회장 선임 첫날 한진칼의 2대 주주인 KCGI는 지분을 늘려가며 공세를 펼쳤다.

KCGI 산하 투자목적회사인 그레이스홀딩스는 한진칼의 지분을 12.80%에서 14.98%로 늘렸다고 24일 공시했다. 지난 8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별세 이후 KCGI측의 첫 한진칼 지분 공시로 고 조양호 전 회장의 지분(17.84%)과의 격차가 2.86%포인트로 좁혀졌다.

지난달 정기주주총회 당시 서울고등법원이 KCGI의 주주제안 자격에 제동을 걸며 한진칼의 손을 들어줬지만 KCGI의 지속적인 추가 공세가 이어지고 있어 ‘한진 압박’이 계속 될 것이라는 전망이 끊이질 않고 있다.

조 회장이 그룹을 이끌어 나가려면 고 조양호 회장의 지분을 모두 상속해야 한다. 한진그룹은 지주사인 한진칼을 중심으로 ‘한진칼→대한항공·한진→손자회사’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갖고 있다. 한진칼은 조 회장이 지분 17.85%를 보유해 최대주주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조현아, 조원태, 조현민 3남매는 각각 2.31%, 2.34%, 2.30%씩 갖고 있다.

조 전 회장 지분을 모두 삼 남매에게 넘겨주고 두 딸이 상속 지분을 우호 지분으로 남겨 둔다면 한진가의 경영권 확보에는 큰 문제가 없다.

하지만 지분 상속 과정에서 막대한 상속세가 발생한다. 상속세 납부를 위해선 지분을 팔아야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현재 상속세는 2000억원 안팎으로 추정되고 있다.

상속세 신고는 사망 후 6개월 안에 국세청에 해야 하며 규모가 클 경우 5년 동안 나눠서 낼 수 있다. 상속세는 분납이 가능하지만 상속 주식 일부를 처분해 현금화하는 것이 불가피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상속세 마련을 위해 한진칼 지분까지 처분하게 된다면 한진가 지분이 줄어들면서 2대 주주인 KCGI, 3대 주주 국민연금의 지분이 상대적으로 부각된다. 

◆ 내년 주총까지 지분경쟁은 계속될듯 ...제3의 세력 나올까

조 회장이 어떤 방패를 앞세워 강성부 펀드의 공격을 막아낼지 재계는 눈여겨보고 있다.

결론적으로 우호지분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백기사를 구할 수 있을지, 상속세 규모를 낮추기 위해 그룹 지주사인 한진칼의 주가를 합법의 테두리 내에서 어떻게 관리해야 할 지 등이 현안이다.

증권가에서는 최근 한진칼 주가 흐름을 볼 때 조 회장의 우군이 시장에 참가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 그 우군이 지분을 확보하는 형태일 수도, 한진칼 주가를 조정하기 위한 시장 참여(공매도) 형태일 수 있다는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한진칼이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 유가증권의 자산재평가를 통해 배당 재원을 확보해 상속세를 마련하는 전략도 고려할 수 있다고 본다.

한진칼이 보유하고 하고 있는 진에어 주식에 주목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총 발행주식의 60%를 보유하고 있는데 장부가는 14억 원대에 불과해 조 회장 측이 진에어를 활용해 강성부 펀드의 공세를 차단할 묘안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역으로 진에어 보유지분에 대한 장부가가 현 시가와 막대한 차이가 남에 따라 이 자체가 외부 세력의 공격 빌미가 될 수도 있다.

강성부 측도 이미 기업결합신고 기준치(주식 15%)에 근접한 14.98의 한진칼 지분을 확보한 만큼 현 수준에서 공세를 멈추지 않을 공산이 크다는 시장 의견이 우세하다.

기업 인수 합병(M&A)시장에 밝은 한 전문가는 이와 함께 "조 회장과 강성부 펀드 외에 제3의 세력이 등장할 경우 이 싸움은 누구도 예단할 수 없다"고 내다본다. 시장 일각에서는 아시아나항공의 새 주인을 찾는 것과 비교해 조 회장이 오너 경영인으로 성과를 보이지 못한다면 또 다른 변수가 발생할 수 있다는 관측마저 나오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을 눈여겨본 기업중에서 제3의 세력이 나올 수 있다는 조심스런 관측이다.

대한항공을 품고있는 한진칼(한진그룹) 경영권을 두고 창과 방패의 싸움은 내년 주총까지 진행될 것으로 시장에서는 대체로 의견을 같이한다.

강한빛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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