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부산시 "공식교섭단체는 생곡대책위"
폐기물 반입 막아도 '행정처분' 어려워
다툼 장기화 되면 '쓰레기 대란' 우려도
부산 생곡쓰레기 매립장에 들어가지 못해 쓰레기 차량 200대가 정체현상을 빚고 있다. /사진=부산지방경찰청

[한국스포츠경제 변진성 기자] 지난 19일 오전 부산 생곡 쓰레기매립장 앞에 쓰레기 수거차량 200여대가 줄지어 밀려서는 상황이 벌어졌다. 생곡 주민 20여명이 몰려나와 매립장으로 향하는 입구를 점거한 것이다. 입구를 막은 주민에게 "무슨 일이냐"고 묻자 "명지에 있는 소각장이 수리 중인데 주민에게 말 한마디 없이 매립을 하려고 한다"는 답이 돌아왔다. 가연성 물질은 소각장에서 소각해 폐열하는 방향으로 재활용돼야 하는데 소각장이 정기 수리기간이라 폐열과정 없이 매립장에 직접 매립을 하려해 막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매립장 입구를 점거한 이들은 시로부터 인정받은 교섭단체가 아닌 '이주대책위원회'라고 했다. 생곡의 공식교섭단체인 생곡대책위원회는 오히려 "왜 쓰레기 차를 막냐"며 이들을 처벌해달라고 경찰에 주문했다.

■ 수년째 이어온 주민갈등 그리고 내막

생곡마을에는 생곡대책위와 이주대책위로 나뉘어 입장이 다른 주민들 간의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이번 사태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일어났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의견이다. 박종필 부산시 매립팀장은 "생곡주민 전체 입장이 다 반영되는 대책위가 아니라 한 쪽으로 넘어가다보니 인정을 못하는 것이다. 입장이 다른 주민도 있는데 '왜 부산시에서 한 쪽 대책위만 인정해주느냐' 하는 주도권싸움"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 18일에도 시청에서 이주대책위의 집회가 있었지만 폐촉법에서 말하는 공식채널은 생곡대책위가 맞다. 이주대책위라든지 이주추진위는 법적인 단체가 아닌 마을 편의에 의해 생긴 단체"라고 논란을 일축했다.

현재 폐기물처리시설 설치촉진 및 주변지역지원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18조(주민지원협의체의 구성·운영 등)에 따른 주민지원협의체는 '생곡대책위'로 지정돼 있다. 그러나 생곡대책위와는 입장이 다른 주민들이 '이주대책위'를 만들어 생곡대책위에게 모든 권한을 주지 말라는 것이 점거농성을 한 이유라고 생곡대책위 관계자는 전했다.

■ '쓰레기 대란' 우려 목소리도

생곡매립장은 부산의 쓰레기 대란의 완충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지난해 중국 재활용쓰레기 수입금지 조치로 수거대란이 일어났을 때에도 부산은 비교적 논란이 없었던 이유다. 하지만 이 같은 이권다툼으로 인해 매립장이 막히는 현상이 장기화되면 쓰레기 대란이 일어날 수 있다고 전문가는 우려했다.

한 환경 전문가는 이번 사태에 대해 "부산에서 매일 소각, 매립되는 쓰레기의 양은 약 1,000t이다. 다른 매립장을 제외하더라도 생곡으로 오는 물량은 500t 가량이다. 이곳이 막히면 쓰레기를 치울 수 없어 부산의 쓰레기 대란이 일어날 수 있다"며 "가정에서 배출을 하더라도 치우지 못하면 자꾸 쌓일 수밖에 없고, 억지로 치우면 어딘가에 임시 보관을 해야 하는데 부산 같은 도시에서는 보관할 장소가 없다"고 걱정했다.

■ 제제 방법은 없나

부산시는 이에 대해 행정처분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법적으로 행정처분을 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며 "형사처벌로 갈 수밖에 없는데 경찰력을 동원하면 감정이 자극돼 또 다른 파국이 올 수 있어 협의해서 풀어가는 중"이라고 난항을 표했다.

부산뿐 아니라 지금까지 지역의 매립장 관련 문제에 대해 강제처리한 경우는 흔치 않다. 최근에는 충북 음성과 강원 원주에 환경부 지정 폐기물이 옮겨졌지만 하역을 거부당했다. 또 지난 2016년에는 충남 청양군 강정리 폐기물매립장 대책위원회가 도지사 집무실을 점거, 농성을 해 문제를 빚기도 했다. 이들이 폐기물 반입에 민감한 것은 오랜기간 동네에 있으면서 환경적인 피해를 봤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을 감안해 지자체와 경찰도 강제집행은 어렵다는 것이다.

경찰은 절충점을 찾는 것이 가장 좋지만 불법적인 상황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처하겠다는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다중을 이용해 위계나 위력이 있다면 업무방해, 집회신고를 안하고 점거한다면 집시법 위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변진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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