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어벤져스: 엔드게임' 스틸./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한스경제=양지원 기자] 개봉 전부터 예상했던 ‘어벤져스: 엔드게임’(어벤져스4) 신드롬이 시작됐다. 개봉 첫 날 134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대한민국 영화 역사 상 최고오프닝 기록을 달성했다. 이후 개봉 5일째 5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역대급 흥행 속도를 과시하고 있다. 단순히 흥행뿐 아니라 기존에 볼 수 없던 새로운 현상까지 만들며 화제몰이를 하고 있다.

■ 관객은 왜 ‘어벤져스4’에 열광하나

25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영화관 모습./연합뉴스.

‘어벤져스4’ 개봉과 동시에 극심한 관객 가뭄에 시달리던 극장이 인산인해를 이뤘다. 개봉 전 사전 예매 티켓만 200만 장을 갈아치우며 관객들의 뜨거운 관심을 입증했다. 실제로 개봉일부터 주말까지 국내 대형 멀티플렉스관(CGV·메가박스·롯데시네마)은 ‘어벤져스4’ 관람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관객들은 영화가 막을 내린 뒤에도 쿠키영상을 확인하기 위해 길고 긴 엔딩크레딧이 모두 올라갈 때까지 자리를 지킨다. 영화의 완벽한 이해를 위해 전편을 다시 보고 오는 관객들도 부지기수다.

연차를 쓰고 ‘어벤져스4’를 관람하기 위해 나선 관객들도 많다. 월차, 연차를 써서 영화를 봤다는 글과 N차 관람 인증샷 등 커뮤니티와 SNS에는 온통 ‘어벤져스4’로 향한 게시물이 도배돼 있다. 포털사이트 연관 검색어 역시 ‘어벤져스 엔드게임 결말’ ‘어벤져스 엔드게임 마지막 대사’ 등 영화를 향한 관객들의 관심이 반영돼 있다.

이 같은 ‘어벤져스4’의 광풍에 대해 한 영화 투자배급사 관계자는 “‘어벤져스4’는 단순히 인기영화가 아니라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인기만큼 스포일러 문제도 심각하다. 마블은 대대적인 스포일러 방지 캠페인을 벌이며 내용 유출에 힘쓰고 있으나 불법 유출과 스포일러로 곤혹을 치르고 있다. 국내에서도 스포일러를 당하지 않으려는 관객들이 자체적으로 캠페인에 동참하고 있으나 커뮤니티, 기사 댓글 등에서 스포일러가 올라오는 상황이다. 극장 내 식당 및 엘리베이터에는 “‘어벤져스: 엔드게임’의 스포일러를 자제해 달라”는 안내 표지가 걸리기도 했다.

■ ‘어벤져스4’ 특수 누리자..극장부터 기업까지 나서

메가박스 '전국민 히어로 챌린지' 이벤트 포스터./메가박스 제공.

상황이 이렇다 보니 멀티플렉스 극장뿐 아니라 여러 기업들까지 ‘어벤져스4’를 등에 업은 이벤트를 마련했다. ‘어벤져스4’의 인기를 빌미로 대대적인 마케팅 효과와 수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메가박스는 ‘전국민 히어로 챌린지’라는 이름으로 N차 관람 관객들을 대상으로 한 행사를 시작했다. 지난 25일부터 다음 달 22일까지 진행되며 다양한 굿즈와 영화관 포인트 등을 증정한다. CGV, 롯데 역시 마블 관련 굿즈들을 내놓으며 관객들의 지갑을 여는 데 성공했다. 또 CGV는 국내 최대 크기의 스크린을 자랑하는 IMAX(아이맥스)관 상영 포맷을 3D로 한정했다. 일반 표보다 약 2배가량 비싸지만 관객들의 수요는 전혀 줄지 않고 있다.

카카오페이지는 ‘어벤져스4’ 개봉에 맞춰 ‘마지막 대사를 입력하라’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다음 달 10일까지 진행하는 이벤트로 영화의 마지막 대사를 입력한 참여자 전원에게 다양한 선물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개봉 첫날인 24일부터 다음달 10일까지 영화를 관람하고 ‘카카오페이지’에 영화 마지막 대사를 입력한 참여자 전원에게 선물을 증정한다고 밝혔다. 다이소는 ‘어벤져스4’ 개봉 전 마블 굿즈를 증정했다. 유니클로는 마블 티셔츠를, 팔도는 ‘비락식혜 어벤져스 스페셜 패키지’를 출시했다.

■ 상영점유율 80% 차지한 ‘어벤져스4’, 스크린 상한제 도입 추진도

25일 오후 서울 한 시내 영화관 모습./연합뉴스.

그러나 ‘어벤져스: 엔드게임’이 스크린을 싹쓸이하며 흥행함에 따라 스크린 독과점 문제 역시 대두되고 있다. 영화는 개봉 당일 상영 횟수 1만2544회로 80.8%의 상영점유율을 기록한 바 있다. 비단 ‘어벤져스’ 시리즈뿐 아니라 스크린 독과점 문제는 대두돼 왔다. 해마다 반복되는 해묵은 이슈지만 이렇다 할 해결 방법도 나오지 않는 상황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특정 영화의 상영 스크린 수를 제한하는 스크린 상한제 도입을 검토 중이다. 박양우 문체부 장관은 취임 첫 기자간담회에서 이 같이 밝히며 법 개정 작업에 돌입했다고 알렸다.

그러나 스크린 상한제 도입이 영화의 다양성을 보장하지는 못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또 다른 투자배급사 관계자는 “똑같은 영화를 일정 비율 이상 상영하지 못하고 스크린 수를 규제할 시 결국엔 1등인 영화의 상영 기간만 길어져 다른 영화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극장업계 역시 성수기에 기대작을 편성해 비수기 적자를 메워야 하기 때문에 스크린 상한제가 도입될 시 운영이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했다.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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