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순천드라마촬영장. 한국관광공사 제공

추억은 참 묘한 힘을 가졌다.

고단할 때 게워내 곱씹으면 온 몸에 생기가 돈다. 없던 사랑도 생긴다. 가족이, 또 사랑하는 사람이 더욱 애틋해진다. 곰삭은 순간들, 문득 떠오르게 하는 곳들 전국에 참 많다. 비탈진 골목길, 외갓집처럼 푸근한 옛 마을, 시간 멈춘 근대의 거리…. 기웃거리면 봄날이 더욱 화사해진다. 한국관광공사가 이런 추억 깨워줄 여행지를 5월 가볼만한 곳으로 추천했다.

 

■ 전남 순천드라마촬영장

순천드라마촬영장에서 숱한 드라마와 영화가 촬영됐다.

시간 켜켜이 쌓인 거리 걸어본다. 추억의 음악실(고고장), 이발소, 미로처럼 이어진 좁다란 골목과 남루한 달동네를 마주하면 어릴 적 동경이 새삼 떠 올라 가슴 먹먹해진다.

사람 살지 않는 촬영장인데 사람 사는 동네보다 반갑고 정겨워지는, 참 신비한 공간이다. 시간 멈춘 듯 1950년대에서 1980년대까지 풍경이 오롯이 펼쳐진다. 서울 변두리 거리에는 교복을 빌려 주는 ‘봉화고 3-2’라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주말에는 오전 일찍 동날 정도로 인기다. 순천가면 낙안읍성도 들른다. 조선시대의 읍성인데 지금까지 사람이 살고 있어 더 신기한 곳이다. 동헌ㆍ초가 등 조선시대 원형대로 재현돼 있다. 주민들을 아궁이에 불 지피고 텃밭 일구며 살아간다.

순천에 봄 즐길 곳들 많다. 천년 고찰 선암사에는 봄 되면 꽃향기, 차향기가 진하다. 봄꽃 화려한 대한민국 국가정원 1호 순천만국가정원도 지금이 참 예쁘다.

▲ 합천영상테마파크. 한국관광공사 제공

■ 경남 합천영상테마파크

합천에도 이름난 촬영장이 있다.

용주면의 합천영상테마파크다. 2003년 개봉한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가 여기서 촬영됐다. 영화가 흥행하자 이듬해에 영상테마파크로 정식 개장했다. 이곳을 거쳐간 영화나 드라마는 헤아릴 수 없다. 그만큼 시설 조잡하지 않다는 이야기다.

폐허가 된 평양시가지를 비롯해 1930년부터 1980년대에 걸친 서울의 모습이 실감나게 복원돼 있다. 하룻밤 묵을 수도 있다. 영화 ‘마이웨이’에 등장한, 정원이 아름다운 일본 저택은 숙박시설로 활용되고 있다.

합천에 봄날 걷기 좋은 길이 있다. 대장경테마파크에서 홍류동 계곡을 거슬러 천년고찰 해인사까지 이어진 해인사 소리길이다. 길상암에서 영산교까지 구간이 풍경 빼어나니 걸을 때 꼭 기억한다.

봄꽃구경은 황매산에서 한다. 지금부터 철쭉이 흐드러지게 핀다. 철쭉 군락지 아래까지 차가 가니 이보다 편할 수 없다. 주차장 옆에는 주말 예약 경쟁 치열한 캠핑 명소, 황매산오토캠핑장이 있다.

▲ 태백 옛 한보광업소. 한국관광공사 제공

■ 강원 정선 삼탄아트마인ㆍ태백 옛 한보광업소

정선 삼탄아트마인과 태백 옛 한보광업소는 드라마 ‘태양의 후예’ 촬영지다.

삼탄아트마인은 옛 삼척탄좌의 시설을 그대로 활용한 문화예술 공간이다.

마인갤러리4는 삼척탄좌의 광부들이 탄광 일을 마치고 샤워를 하던 곳이다. 지금은 전시공간으로 탈바꿈했다. 레일바이뮤지엄은 지하에서 캔 석탄을 모으던 시설로 설치미술 작품이 전시 중이다. 드라마 속 ‘우르크’의 지진 장면이 촬영된 곳이기도 하다. 삼탄아트센터 4층의 아트레지던스에는 드라마 속에서 송중기가 머무른 방, 레스토랑 832L에는 송혜교가 촬영하다가 추위를 녹인 곳이 그대로 보존돼 관람객에게 인기다. 삼탄아트센터 1층에 위치한 어린이 상상뷔페 미술관의 중세 귀족 체험, 광부복과 장비를 직접 착용해볼 수 있는 광부 체험이 가능하다.

태백 시내에서 통리 방면으로 가다 보면 또 다른 촬영지인 옛 한보광업소가 있다. 드라마 촬영팀은 한보광업소의 사무 공간으로 쓰인 건물을 드라마 촬영 때 실제로 무너뜨렸단다. 넓은 터에 당시 촬영한 장면을 사진으로 전시한다. 입구 관광안내소에서 군복을 대여해준다.

▲ 예천 회룡포. 한국관광공사 제공

■ 경북 예천 회룡포

회룡포는 2000년 방영된 송혜교 주연의 드라마 ‘가을동화’로 유명해졌다.

1회 첫 장면에 회룡포가 나온다. 회룡포는 ‘물돌이’ 마을이다. 물길이 마치 휘휘 도는 용을 닮았다고 회룡(回龍)이다.

회룡대는 올라본다. 비룡산 자락에 있는 전망대다. 회룡포 물길을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는 곳이다. 장안사 주차장에서 400m쯤 걸어가면 닿는다.

회룡포마을에서는 물길 위에 놓인 ‘뿅뿅다리’ 건너본다. 구멍이 난 철판으로 만든 다리인데 이 구멍으로 물이 퐁퐁 올라온다고 해 붙은 이름이다. 물이 퐁퐁 올라올 만큼 넘치는 경우는 흔치 않으니 걱정은 안 해도 된다. 마을 초입에는 오토캠핑장도 있다.

회룡포에서 멀지 않은 곳에 삼강주막이 있다. 한국의 마지막 주막이었던 곳이니 시간 나면 들른다. 주인 할머니는 60여년 간 주막을 지키다 2005년 세상을 떠났다. 지금은 보부상 숙소 등이 재현돼 있다.

▲ 군산 경암동 철길마을. 한국관광공사 제공

■ 전북 군산 해망로 일대

군산은 한국 근ㆍ현대사 야외 박물관으로 통한다. 이런 독특한 분위기 때문인지 많은 영화의 배경이 됐다. 대표작이 한석규, 심은하 주연의 ‘8월의 크리스마스’다. 영화는 대부분 군산에서 촬영됐는데 월명공원으로 가는 언덕에 초원사진관이 영화에 나온 모습 그대로 남아 있다.

해망로에는 근대문화 유산거리가 조성됐다.

2011년 군산근대역사박물관이 문을 열며 어수선하던 곳곳이 예쁘게 바뀌었다. 주변 건물도 새로 단장됐다. 옛 조선은행 군산지점 건물은 현재 군산근대건축관이 됐다.

또 일본인 무역 회사인 옛 미즈상사 건물은 예쁜 카페로 변신했다. 옛 일본 제18은행 군산지점 건물은 근대미술관으로 재탄생했다. 일제의 조선 곡물 수탈을 상징하는 장미동 곡물 창고는 장미갤러리로 바뀌었다. 백미는 옛 군산세관 본관이다. 서울에 있는 서울역사, 한국은행 본점과 함께 국내에 현존하는 서양 고전주의 3대 건축물로 꼽힌다. 이 외에도 해망로와 맞닿은 군산 내항, 중앙로 일대에 근대의 흔적들이 부려져 있다.

군산 간다면 경암동 철길마을은 구경한다. 군산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이 여기 있다. 낡은 판잣집이 양쪽으로 늘어선 가운데 철길이 놓였다. 철길은 군산시 조촌동에 있는 신문 용지 제조업체 페이퍼코리아의 생산품과 원료를 실어 나르기 위해 만든 것으로 1944년부터 2008년 7월 1일까지 열차가 다녔다.

▲ 공주 공산성. 한국관광공사 제공

■ 충남 공주 공산성

잘 알려진 것처럼 공주는 64년간 백제의 도읍이었다. 곳곳에서 찬란한 백제의 면면을 찾아볼 수 있다.

공산성은 공주의 상징이자 백제의 대표적인 성곽이다. 공주 시민에게는 호젓한 산책길로, 연인에게는 낭만적인 데이트 코스로 인기다. 아름다운 금강을 굽어보는 풍경이 유럽의 여느 멋진 고성 부럽지 않다.

무령왕릉이 있는 송산리 고분군도 신비롭다. 무령왕릉은 삼국시대 왕릉 가운데 유일하게 주인이 밝혀진 것이다. 1971년 배수로 공사 중 우연히 발견됐다. 모형전시관에서 무령왕릉 내부를 살펴볼 수 있다.

금강 변에 위치한 석장리박물관은 한국 최초의 선사시대 박물관이다. 공주 석장리 유적은 한국 구석기의 존재를 밝혀낸 유적이다. 교과서에 구석기시대가 등장하는 계기가 됐다.

김성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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