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에 대한 사랑 사회로… 팬클럽의 기부 문화
스타에 대한 사랑 사회로… 팬클럽의 기부 문화
  • 정진영 기자
  • 승인 2019.04.30 09:10
  • 수정 2019-04-30 09:10
  • 댓글 0

[한국스포츠경제=정진영 기자] 이달 초 강원도 고성군에서 산불이 발생, 속초, 강릉 등 강원도의 많은 지역이 피해를 입었다. '국가 재난상태'로 기록된 대규모의 산불. 기업부터 개인까지 많은 이들이 피해지역을 위한 성금을 기탁하고 있는 가운데 K팝에서도 유의미한 움직임이 보인다. 팬클럽들의 기부 행렬이다. 방탄소년단, 황치열, 비투비, 장근석 등 수많은 스타들의 팬클럽들이 강원도 산불 피해 복구를 위해 힘을 보탰다. 스타에 대한 사랑이 사회에 대한 따뜻한 마음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강원도 산불 피해 현장에 구호 물품 전달한 장근석과 팬클럽 크리제이.

■ 개인부터 단체까지… 통 커진 팬클럽 기부

강원도에서 발생한 대규모 산불에 대한 보도가 나온 이후 온라인 공간에서는 많은 누리꾼들이 피해복구 성금을 내고 이를 인증하는 운동을 벌였다. 법정 재난·재해 구호단체인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에 따르면 산불 발생 단 3일 여 만에 모인 기부금은 85억 여 원이다.

워너원 출신 강다니엘 팬들과 방탄소년단 팬의 기부 건수도 천 회를 넘었고, 엑소, 뉴이스트, 마마무, 더보이즈, NCT 등 많은 K팝 스타들의 팬들이 기부 행렬에 동참했다.

팬클럽의 이름을 건 단체 기부도 눈에 띈다. 황치열의 팬클럽인 치여리더는 지난 17일 산불로 피해를 입은 이웃들을 도와 달라며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에 1901만 7696원의 성금을 기탁했다. 앞서 2000만 원을 기부한 황치열의 뒤를 이은 것이다.

비투비의 팬클럽인 멜로디는 국제구호개발 NGO 단체인 월드휴먼브리지에 비투비 멤버 7명의 나이를 더한 195만 원을 기부했고, 장근석의 한국과 일본 팬들은 장근석과 함께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9300여 만 원의 기부금과 물품을 전달했다. 장근석의 국내 팬클럽인 크리제이는 직접 산불 피해를 입은 고성군 토성면을 찾아 구호물품을 전달하며 "현장에 직접 와서 이재민들이 얼마나 큰 어려움을 겪는지 알 수 있었다. 작은 손길이지만 그 분들이 희망을 잃지 않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한다"는 따뜻한 메시지도 남겼다.

비단 이번 산불 때만이 아니다. 팬클럽들의 기부는 이제 하나의 문화처럼 사회에 정착했다. H.O.T., 방탄소년단, 워너원 출신 박지훈 등 많은 스타들의 팬들이 위안부 피해자들을 위한 기부에 동참했고,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 달 말 하이라이트 멤버 이기광의 팬들은 그의 서른 번째 생일을 기념하며 미세먼지 마스크 3300개를 중랑구 어르신들에게 기증했다. B1A4처럼 콘서트를 열 때 기부 부스를 마련하는 스타들도 있다. 흔히 팬클럽에서는 스타가 공연을 하면 화환 등을 보내는데, B1A4는 이 대신 학용품을 기부 받아 공부방 어린이들과 청소년들의 학습을 위해 제공했다.

지난 해 유니세프와 '러브 유어셀프' 캠페인 진행한 방탄소년단.

■ '스타♥팬' 유대가 만든 나눔 순환

팬클럽은 특정 스타를 좋아하는 이들의 모임이다. 때문에 많은 이들은 스타가 속한 촬영장에 도시락이나 밥차를 보내거나 생일이 되면 선물을 주는 등의 속칭 '조공 문화'로 자신들의 사랑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런 팬들의 정성이 '누가누가 더 비싼 선물 해주나'라는 식의 '조공 경쟁'으로 치달으면서 샤이니, 갓세븐, 트와이스, NCT 등 자발적으로 팬들이 주는 선물을 받지 않는 스타들이 생겨났다. 방탄소년단 역시 지난 해 초부터 손편지를 제외한 선물은 받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팬들이 자신들의 사랑을 보여주기 위해 선택한 방법은 기부, 봉사 등 선행이다. 사회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행위를 함으로써 스타의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바꾸고 고가의 명품 대신 기부증서나 스타의 이름으로 된 길, 숲 등을 선물해 교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타가 기부를 한 곳에 팬클럽이 추가적으로 기부를 하거나 스타가 팬클럽의 선행을 보고 힘을 보태는 경우도 확인할 수 있다. 황치열의 경우 치여리더와 함께 소외계층을 위한 연탄 봉사를 진행했고, 장우혁과 팬들은 지난 해 저소득층 가정의 환자들에게 1억 원을 기부했다. 방탄소년단이 유니세프와 함께한 아동, 청소년 폭력 근절 캠페인인 '러브 유어셀프'에 5억 원의 기부금을 쾌척하자 수많은 팬들이 이에 동참, 캠페인이 시작된 지 6개월 여 만에 11억 원이 넘는 기부금이 모인 일은 세계 많은 이들을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태국의 방탄소년단 팬클럽은 “방탄소년단을 통해 타인에게 사랑을 전하는 영감을 받았다”면서 방탄소년단의 데뷔 5주년을 맞아 헌혈 프로젝트를 진행, 20만cc의 혈액을 모으기도 했다. 반대로 태연의 경우 지난 달 팬들이 자신의 생일을 맞아 유기견 보호소에서 봉사를 진행하자 이 현장에 나타나 따뜻한 마음을 함께 나눴다.

김윤하 대중음악평론가는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의 한류 보고서 한류 나우에서 "(조공이) 명품이나 고가의 물품 위주로 굴러가던 암흑기를 지나 팬덤 내부의 자연스러운 자정 작용을 통해 서포트나 기부, 봉사 등 실질적이고 선한 쪽으로 방향을 바꾼 건 긍정적"이라면서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마음으로 모이게 된 공동체 안에서 취향과 감정, 경험적 체계를 공유하고 선행을 실천하며 얻는 성취감과 고양감은 세상 어디에서도 쉽게 얻을 수 없는 경험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런 선행 문화가 지속되기 위해서는 “아이돌과 팬, 관련 업계와 사회 모두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사랑의 열매 제공, 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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