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하나-우리 양강구도 전망
우리은행이 국내 최대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와 손잡고 롯데카드 인수전에 참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연합뉴스

[한스경제=이승훈 기자] 롯데카드 인수전이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롯데카드 매각 본입찰에 한화그룹이 불참하면서 하나금융지주가 롯데카드의 유력 인수후보로 떠올랐으나 하나-우리 양강 구도로 재편될 전망이다.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우리금융지주의 핵심 계열사인 우리은행이 국내 최대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와 손잡고 롯데카드 인수전에 참여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우리은행은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MBK파트너스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롯데카드 매각 본입찰에 참여했다. MBK파트너스가 롯데카드의 지분 60%를, 우리은행이 20%를 인수하고, 나머지 20%는 롯데그룹이 보유하는 구조다.

IB업계에 따르면 우리은행이 인수전에서 승리하면 향후 MBK로부터 나머지 지분을 사들여 롯데카드를 자회사로 품게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롯데카드 100%의 가치를 1조5000억원 수준으로 평가하는 것을 감안하면 우리은행의 투자금액은 30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내년 이후 우리금융의 자산 위험도 평가 방식이 표준등급법에서 내부등급법으로 바뀌면 자기자본을 활용한 대규모 인수·합병(M&A)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하나금융도 본입찰에서 가장 높은 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져 박빙의 승부가 예상된다.

하나금융은 현재 증자 없이 1조원 정도를 조달할 수 있어 추가 수단을 동원하면 충분히 롯데그룹이 원하는 가격을 맞출 수 있다는 관측이다.

우리은행이 롯데카드 인수를 추진하는 배경으로 ‘금융지주사 순위 경쟁’을 들 수 있다.

우리금융은 지주사 출범 이후 첫 분기인 지난 1분기 실적에서 568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려 하나금융을 제치고 업계 3위에 올라섰다. 지난해 1539억원의 순이익을 올린 롯데카드 인수에 성공하면 3위 금융지주사 경쟁에서 더욱 앞서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금융이 최근 적극적으로 비은행 금융사 인수에 나서는 점을 들어 우리카드 경쟁력 강화를 위한 승부수라는 분석도 나온다.

우리카드의 신용카드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8.5%로 7개 카드사 중 6위에 그친다. 금융지주 계열사로 보기엔 우리카드의 업계 내 위상이 미약한 상태다.

하지만 롯데카드를 인수하면 시장점유율의 단순 합계가 19.7%로 업계 2위권으로 올라간다.

롯데카드를 사들인 후 더 높은 몸값에 팔아 매각 차익을 봐야 하는 MBK파트너스 입장에서는 우리금융이라는 잠재적 인수 후보를 컨소시엄 구성원으로 둔 셈이다.

다만 MBK로선 우리은행과 손을 잡으면서 인수에 성공한 뒤 거쳐야 하는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 PEF 운용사 홀로 나서야 하는 부담을 덜 수 있게 됐다. 1조5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던 인수 부담은 9000억원으로 줄어든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지분투자 개념으로 컨소시엄에 참여한 건 맞으나 롯데카드를 인수한다는 것은 아직 정해진 바 없다"고 말했다.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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