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한화갤러리아 면세점 영업 3년만에 사업권 반납…누적적자만 1000억원대 기록
서울시 시내면세점 신규특허 발급요건 충족…제2의 한화갤러리아 등장 가능성 시사
올해부터 시작된 중국 정부의 '보따리상' 규제에도 불구하고 국내 면세점 매출이 지난 석 달 연속으로 월간 최대치를 경신하면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연합

[한스경제=장은진 기자] 한화갤러리아가 면세점 운영 3년만에 누적적자 1000억원을 기록하며 면세사업 특허권을 반납하기로 했다.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보복과 시내면세점 난립으로 실적이 악화돼 더는 버틸 수 없다고 판단해서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 신라, 신세계 등 면세업계 선두주자들을 제외한 중소·중견 면세점들은 잇따른 실적악화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국내 시내면세점은 4년 전인 2015년에만 해도 '황금 알을 낳는 거위'로 불렸다. 면세사업 자체가 국가 허가제로 운영돼 서울시내면세점이 6개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의 낙관전망에 2016년부터 면세사업자 특허권을 무더기로 남발하면서 올해기준 13개까지 늘어났다. 또 외부적으로 중국발 사드 제제가 겹치면서 '천덕꾸러기'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국내 면세점 매출이 수직 상승함에도 불구하고 경쟁도 치열해지면서 수익을 창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실제 지난 3월 국내 시내면세점 매출은 1조8359억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서울 지역 면세점 매출의 경우 1조5820억원으로 전체 시내면세점의 86%를 차지했다.

매출이 늘어나는 만큼 송객수수료가 차지한 비중도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 면세업계가 지난해 중국인 보따리상인 ‘다이궁’을 유치하기 위해 여행사 등에 지급한 송객 수수료는 1조3181억원에 이른다. 다이궁은 면세점에서 물건을 대량 구입한 뒤 자국으로 돌아가 마진을 남기고 판매하는 사업자다.

중국 사드 보복 여파로 면세점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던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급감하자 보따리상이 그 자리를 채웠다. 업체들은 이들이라도 유치하기 위해 각종 할인 혜택, 송객 수수료 등을 제공하며 '제 살 깎아 먹기'식 출혈경쟁을 이어가고 있는 셈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에서는 서울 시내면세점 추가 도입을 예고하는 등 업계의 부담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정부는 관광산업 촉진을 위해 시내면세점을 추가로 설치할 수 있도록 지난해 신규 특허 요건을 대폭 완화했다.

관세법 개정안에 따르면 신규 면세점 특허는 광역 지방자치단체별 외국인 관광객 수가 전년보다 20만명 이상 증가하거나 매출액이 2000억원 이상 늘어나는 두 가지 요건 가운데 한 가지만 충족돼도 내줄 수 있다. 올해 충족하는 지자체는 서울과 제주다.

업계에서는 한화갤리리아의 철수 배경에 신규면세점 추가 검토 여부도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 보고 있다. 업황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에서 추가 경쟁자까지 견제하기 곤란했을 거란 지적이다.

또 대기업인 한화갤러리아가 면세사업권 포기를 선언하면서 눈치만 보던 중소·중견 시내면세점들도 움직일 가능성이 높아졌다. 실적 부진을 겪고 있는 다른 면세점들도 한화와 사정이 별반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롯데·신라·신세계 등 빅3의 틈바구니에서 신규 및 중소 면세사업자들은 더욱 자리 잡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SM면세점은 2017년 275억원, 지난해 138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인사동 시내면세점과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 출국장에 이어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등 영업장을 확장했으나 적자경영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시내면세점 경우 부진을 면치 못하는 상황이다. 작년 6개 층인 매장을 2개 층으로 축소했으며 모기업인 하나투어가 300억원의 자금지원까지 진행한 상태다.

두타면세점은 지난 3년간 기록한 영업적자가 60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매장을 효율화하는 등 가까스로 흑자 전환했지만 여전히 불안정한 상황이다.

지난해 신규 진출한 현대백화점면세점도 418억원의 영업 손실을 봤다. 현대백화점면세점은 최대 3년간 적자를 염두하고 면세사업에 뛰어들었다. 그 결과 강남 면세시장에서 송객수수료 인상 등 과열 경쟁을 야기시키고 있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누가 면세사업권을 포기하는지 눈치보기 싸움이 심했던 상황에서 대기업인 한화가 먼저 나서면서 중소·중견 면세점들이 쉽게 포기할 수 있는 부분이 존재한다"며 "하지만 언제 포기할지 그 시기에 관련해서는 아직까지 정확히 드러나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장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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