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반도체 비전 2030’ 발표, 2030년까지 총 133조원 투자
미래성장동력 확보 위해 글로벌 행보 직접 나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30일 오후 시스템 반도체 비전 선포식이 열린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부품연구동(DSR)에서 발언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한스경제=김창권 기자] 삼성전자의 올해 1분기 실적이 10분기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어려움을 겪자 이재용 부회장은 비메모리 반도체를 통한 사업 확대로 승부수에 나선다.

1일 ‘삼성 총수’가 된 이재용 부회장이 경영일선에 나선지 1주년을 맞이했다. 지난해 5월 1일 공정거래위원회의 대기업집단 동일인 변경으로 이건희 회장에서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전자의 실질적 오너가 되면서 경영 보폭에 많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앞서 삼성전자는 1분기 연결 기준 확정 실적으로 매출 52조3855억원, 영업이익 6조2333억원을 각각 올렸다고 지난달 30일 공시했다. 이 부회장이 삼성 총수로 부임한 이후 매출과 영업이익이 크게 감소하면서 경영 위기가 제기됐다.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60조5637억원)보다 13.5% 줄었으며, 영업이익도 같은 기간(15조6422억원)보다 무려 60.2%나 감소하는 등 실적 하락이 이어졌다.

이는 삼성전자 실적에 든든한 버팀목이던 반도체 사업의 매출 하락이 주요했다. 반도체 영업이익은 4조1200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이 28.5%로 크게 감소하는 등 역대 최고치였던 1년 전(55.6%)은 물론 업황 하락이 본격화했던 전분기(41.4%)와 비교해도 뚜렷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의 메모리 반도체 분야 글로벌 시장점유율은 40%로 압도적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반면 비메모리 반도체 점유율은 4% 남짓이다. 이 때문에 증권가에서도 메모리 사업 편중을 개선해야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반도체 비전 2030, 신 성장 동력 마련

이 부회장은 지난 24일 ‘반도체 비전 2030’을 발표하며 비메모리 반도체를 승부수로 내세웠다. 이 계획의 핵심은 오는 2030년까지 133조원을 연구개발과 시설에 투자하고 1만5000명을 채용하는 등 비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세계 1위를 달성하겠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상반기 내 공장 건설이 완료되는 화성에서 극자외선(EUV) 라인을 통해 시스템 반도체를 생산할 것으로 전망된다. 화성 EUV 라인에서는 7nm 공정의 제품과 AP, GPU, image sensor 등을 집중 양산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부회장은 당시 “반도체는 데이터 기반의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세상을 움직이는 작은 엔진이자 우리 미래를 열어가는 데 꼭 필요한 동력”이라며 “시스템 반도체 산업의 성공을 위해서 사람과 기술에 대한 투자를 더 적극적으로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때문에 반도체 분야에서 장기적 업황 하락 극복과 함께 이 부회장이 삼성 총수로서 위기를 극복하는 절호의 기회로 볼 수 있을 것이란 시각이 나온다.

▲글로벌 행보 이어가지만 총수 공백 위험은 부담

이 부회장은 지난해 집행유예 상태에서 대외 활동을 자제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지난해 5월 중국과 일본을 잇따라 방문해 BYD, 화웨이, 샤오미와 NTT도코모, KDDI 등 글로벌 기업 임원들과 비즈니스 미팅을 시작으로 10여 차례에 달하는 외국 방문길에 오르는 등 적극적 행보를 이어갔다.

또 지난해 7월 인도 노이다 스마트폰 공장 준공식 참석과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올해 1월엔 기업인 신년회와 청와대 ‘기업인과의 대화’, 2월 인도 총리 국빈오찬과 아부다비 왕세제 국빈오찬 등의 행사에 참여해 문재인 대통령과 직접 만나는 기회도 가졌다. 지난 30일 문 대통령과의 만남은 이 부회장의 '반도체 입국'의지를 재차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국내외에서 공개된 공식일정에 직접 나선 이 부회장은 삼성 총수로서의 입지를 다지는 한편 인공지능(AI), 자동차 전장 등 글로벌 사업을 점검하며 그룹의 미래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경영 보폭을 넓혀 가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최근 반도체 호황이 끝나면서 그룹의 미래먹거리 산업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진 만큼 이 부회장이 위기의식을 느끼고 경영활동 전선에 나서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경영권에 치명타를 입힐 수 있는 ‘삼성 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혐의에 대한 검찰 수사가 현재진행형인데다, 그룹을 총괄하는 이 부회장에 대한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는 점은 여전히 부담으로 남아 있다.

김창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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