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상승 하락 확률은 반반
지난달 24일 서울 KEB하나은행 딜링룸에서 한 딜러가 머리를 만지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9.48포인트(0.88%) 내린 2,201.03에 거래를 마쳤다. (사진=연합뉴스)

[한스경제=김동호 기자] "5월엔 팔고 떠나라."

주식시장에 전해져 오는 오래된 격언 중 하나다. 여름이 시작되는 5월엔 통상적으로 주가가 떨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미리 주식을 처분하고 시장을 떠나 있으라는 조언이다.

일반적으로 여름휴가를 떠나기 전 주식을 팔아 차익을 실현하는 투자자들이 많기 때문에 본격적인 휴가철을 앞둔 5월엔 주가가 하락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얘기다.

실제로도 그럴까. 최근 10년 간 국내 증시(코스피 지수)를 살펴보면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010년과 2011년, 2012년, 2015년, 2018년은 코스피 지수가 하락했다.

반면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였던 2009년과 2013년, 2014년, 2016년, 2017년은 지수가 상승세를 보였다. 상승과 하락 확률이 정확히 반반이다.

5월 증시 개장을 앞둔 투자자들의 머리속이 복잡해 질 수 밖에 없는 수치다. 다만 10년 간 코스피 지수의 5월 한달 평균 수익률은 약 -1% 수준이다. 매년 5월 코스피 지수에 투자했다면 평균 수익률이 마이너스란 얘기가 된다.

개장을 앞둔 현재 시장 상황도 다소 먹구름이 낀 상태다.

4월의 마지막 거래일이었던 지난 30일 삼성전자는 부진한 1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코스피 시총 1위 종목으로, 국내 시장을 대표하는 주식인 동시에 관련 반도체 업체들의 실적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삼성전자의 1분기 연결 매출액은 52조4000억원, 영업이익은 6조200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대비 각각 13.5%, 60.2% 감소했다. 특히 영업이익은 최근 10분기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반도체 부문의 이익이 급감했으며, 디스플레이 부문에선 적자를 기록했다. 반도체 가격 약세가 지속되고 있어 향후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도 크지 않다.

대외적인 요인들도 증시 상승 기대감을 꺾고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MSCI(모건스탠리캐피털 인터내셔널) 신흥국 지수 비중 축소, 원화약세 등도 부담요인이다.

전문가들도 보수적인 투자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국내 증시 역시 해외 시장의 조정 추세와 맥을 함께할 것이란 관측이다. 하지만 큰 폭의 가격조정보다는 기간조정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KB증권의 이은택 투자전략가는 "장기적으로 주식시장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을 유지하지만, 글로벌 증시는 단기적으로는 기술적 과열 구간을 소화하고 가는 과정이 필요하다"면서 "한국증시도 글로벌 증시와 템포를 맞출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특히 "(국내 증시가) 나홀로 강세를 보일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저항선(2300포인트) 돌파와 주도주가 나올 것으로 전망되는 하반기 전까지는 기간조정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다만 2분기 주가 변동성의 확대는 장기적인 투자 자금 집행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은택 투자전략가는 "중국 내수 관련 모멘텀을 얻을 수 있는 은행·자동차와 경기사이클에 상대적으로 둔감한 소프트웨어, 그리고 턴어라운드 기대감이 있는 조선, 디스플레이로 대응할 것"을 조언했다.

주식시장의 최전선에 있는 증권사 영업직원들 역시 5월 증시의 조정을 예상했다.

하나금융투자 영업점(Retail) 영업직원들의 시장 전망 설문조사 결과를 지수로 환산한 하나SM지수(Hana SM Index)의 5월 수치는 98.8로 집계됐다. 이는 4월 지수인 101.0보다 낮은 수치며, 6개월 만에 기준선인 100을 하회한 숫자다.

하나금융투자의 이영곤 연구원은 "최근 조정으로 가격매력이 부각되고 있지만 경기둔화와 기업실적 부진으로 인해 (시장) 반등 폭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했다"고 말했다.

특히 수급적인 측면에서 MSCI신흥국 지수 비중 변경 영향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뿐만 아니라 분기 실적이 투자자들의 기대를 크게 하회하는 기업들의 위험 관리가 필요하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 연구원은 "4월 중순 이후 외국인 매수 강도가 둔화되고 있지만 여전히 외국인을 대체할만한 국내 수급주체는 등장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실제 개인 투자자들이 지속적인 매수에 나서고 있지만 기관 투자자의 매도 물량을 소화하기엔 역부족인 상황이다.

김동호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