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정진영 기자] 모든 콘텐츠가 웹으로 통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엔터테인먼트를 담당하는 영화, 가요, 방송 역시 국한된 플랫폼에서 벗어난 지 오래다. 새로운 플랫폼에서 나온 콘텐츠들은 시간과 공간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방법으로 모든 연령층을 사로잡고 있다. 비단 극장으로만 한정됐던 영화는 넷플릭스의 새로운 시도로 독창적인 콘텐츠가 넘쳐나고 있다. 가요계에서는 유튜브 커버, 음원 어플이 성행이다. 각종 음원과 어플리케이션은 날씨, 기분, 취향에 맞는 곡을 추천한다. 방송 역시 TV라는 한정된 플랫폼이 아닌 웹드라마가 인기다. 4차 산업 혁명시대를 맞아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어떻게 변화하고 있고 어떤 준비를 하는지 한국스포츠경제 연예문화부가 매주 1회 '랜선라이프' 시리즈물로 살펴본다. <편집자 주>

바야흐로 5G 시대다. 지난 해 12월 우리나라는 세계 최초로 5G 상용화에 성공했고, 이를 기념한 행사도 지난 달 8일 열렸다. 대용량 트래픽을 초고속으로 처리하게 된 5G 시대는 K팝 콘텐츠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초지연성을 확보, 시간차 없는 네트워크를 구축하게 되면 미래 세상을 다뤘던 수많은 영화들처럼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을 기반으로 한 K팝 콘텐츠들이 현실에 더욱 깊게 파고들 수 있게 된다. 실제 K팝 신에선 주목할만한 변화들이 보이고 있다.

VR 기술을 무대 효과에 접목시켰던 트와이스 도쿄돔 공연.

■ 공연장 압도하는 VR 기술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공연장에서 일어나고 있다. 최근 트와이스는 오사카 교세라돔을 시작으로 일본에서 돔투어를 진행했다. 한 번의 공연마다 수 만 명의 관객들이 모이는 돔투어는 일본에서도 인기 있는 가수들만 가능한 큰 콘서트다. 해외 아티스트 사상 데뷔 후 최단 기간 도쿄돔에 입성한 트와이스는 이틀 간 10만 여 명의 관객을 공연장으로 불러들였는데, 무대 효과 또한 이 규모에 걸맞았다.

트와이스는 이 공연에서 싱크 시스템이라는 거대 스크린을 VR 기술로 컨트롤, 실제 세트와 동기화시킴으로써 버추얼과 리얼을 융합시킨 'VR 무대미술'을 실현시켰다. 74m 길이의 대형 LED에서 펼쳐지는 화려한 VR 영상. 현장 관계자는 "대형 LED 스크린에 담긴 트와이스 멤버 9명의 퍼포먼스는 현장에 압도적인 느낌을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세븐어클락이 촬영한 'VR 노래방 K팝 VRZON' 영상은 여기에서 한층 현실로 스며든 버전이다. 지난 달 초부터 유럽투어를 진행하고 있는 세븐어클락은 이 투어에서 다양한 이벤트와 콘서트 영상을 VR로 촬영, 이를 'VR 노래방 K팝 VRZON'에 제공한다. 'VR 노래방 K팝 VRZON'은 가상현실에서 사용자가 노래를 부르는 경험을 하게 하는 신개념 플랫폼이다. 즉 사용자는 이 VR존에 가는 것만으로도 세븐어클락이 유럽에서 진행한 공연과 이벤트들을 마치 현실처럼 생생하게 느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가상현실 콘텐츠의 발전으로 K팝 팬들은 공연장에 가는 것만으로도 마치 새로운 세상에 들어간 듯한 경험을 할 수 있고, 실제 현실 속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들과 콘서트를 즐기거나 여행을 함께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360도 형식의 인피니트 '배드' 뮤직비디오.

■ 터치로 즐기는 나만의 뷰

VR을 가장 가깝게 즐길 수 있는 분야는 뮤직비디오다. 인피니트의 '배드' 뮤직비디오부터 포미닛의 '캔버스', 스텔라의 '찔려' 등 여러 K팝 스타들이 VR 기술로 촬영된 뮤직비디오로 팬들에게 색다른 경험을 선사했다.

국내 K팝 스타들이 주로 사용하는 촬영 기법은 2D 360도다. 카메라 여러 대를 이용해 360도 전면에서 촬영을 한 뒤 이를 붙이면 흔히 'VR 영상'이라 이야기되는 360도 영상이 만들어진다. 이전까지는 카메라가 보여주는 화면만 볼 수 있었다면, 이런 기법으로 촬영된 뮤직비디오에서는 시청자들이 화면을 돌려가며 자신이 원하는 각도와 앵글을 찾고 이를 즐길 수 있다.

이 같은 촬영 기법은 풍경을 보여줄 때도 자주 쓰인다. 이를 이용해 자연주의 화장품 브랜드 이니스프리는 지난 해 전속 모델인 윤아와 손잡고 제주의 아름다움을 담아낸 VR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방탄소년단 동생 그룹'으로 알려진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경우 데뷔 곡 '어느 날 머리에서 뿔이 자랐다'의 뮤직비디오에 증강현실 콘셉트를 차용한 모션 그래픽과 카툰 애니메이션을 사용해 신선한 시청 경험을 만들었다. 증강현실이란 현실을 기반으로 추가되는 정보만 가상으로 만들어 보여주는 것을 뜻한다. 현실과 게임을 접목한 tvN 종영극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이나 현실에서 포켓몬을 잡는 게임 '포켓몬고'를 떠올리면 쉽다.

가상현실, 증강현실 콘텐츠는 이렇듯 엔터테인먼트를 중심으로 우리의 생활에 점점 더 깊게 파고들고 있다. KB증권은 내년 국내 VR·AR 시장 규모를 1조원으로 예측했다. 이는 2017년 2000억 원의 다섯 배 수준이다.

국내에서 VFX(시각 특수효과) 선두 기업으로 꼽히는 덱스터 스튜디오는 5G 시대를 맞아 SKT에 VR 콘텐츠 세 편을 공급했다. '조의영역', '살려주세요', '프롬 더 어스' 등 세 편의 콘텐츠는 오픈한 지 약 보름 만에 1만 뷰를 넘기며 이용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VR 콘텐츠를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즐기는 근미래가 상상되는 부분이다. 덱스터 스튜디오 관계자는 "5G가 본격적으로 상용화되면서 초고속, 초저지연, 초연결이라는 특성을 활용한 영상 콘텐츠로 가장 각광받는 게 VR 콘텐츠"라며 "앞으로 누구나 즐길 수 있는 킬러콘텐츠를 제작해 관객들에게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VR 등 신기술이 발달하며 아티스트와 가상으로 만나는 체험형, 몰입형 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면서 "앞으로 VR 테마파크 등 찾아가서 즐기는 콘텐츠는 물론 모바일, PC 등으로 손쉽게 구현할 수 있는 콘텐츠까지 VR 콘텐츠는 더욱 다양하게 진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점쳤다.

사진=JYP엔터테인먼트 제공, 인피니트 '배드' MV 캡처

정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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