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오는 11월 관련법 시행예정
업무상 배임죄 기준 애매하다...재계 불만
서울 여의도 빌딩들. 해당 기사와 관련 없음 /사진=연합뉴스

[한스경제=김창권 기자] 기업 오너 경영인이라 해도 5억원 이상을 횡령 또는 배임하다가 적발되면 해당 회사에서 물러나게끔 정부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 시행령을 개정한 것과 관련, 재계 내부적으로 불만과 비판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재계를 대표하는 경제단체나 주요 기업 관계자들은 정부 방침에 공개적으로 반박도 못하면서 끙끙 속앓이를 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이 개정령은 오는 11월 시행될 예정이다. 이에 따르면 개정령 시행후 5억원 이상 사기 공갈, 횡령, 배임, 5억원 이상의 재산국외 도피, 3000만원 이상 금융기관 임직원의 수재 또는 사금융 알선으로 유죄확정시 취업제한 처벌로 해당 기업에 다시 복귀하지 못한다.

경제사범 예방 및 단속이라는 정책 취지를 고려해 재계는 아직까지 공식적인 논평을 내놓고 있지 않으나 개인별 익명적으로 이 개정안에 대한 반발심리를 감추지 않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단적으로 "무엇보다도 '배임 기준'이 애매모호해 자칫하면 사법당국과 재계간 이해충돌이 강하게 발생할 수 있을 수 있다"고 재계 관계자들은 우려를 한다.  

2일 법무부에 따르면 경제사범 취업제한 대상 기업에 ‘유죄 판결된 범죄행위로 재산상 손해를 입은 기업체’를 포함하는 내용을 담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대한 법률 시행령’ 일부 개정령 안이 지난 30일 국무회의를 통과, 내달 공포돼 오는 11월8일 시행될 예정이다.

기존에는 경제사범이 취업할 수 없는 ‘유죄 판결된 범죄행위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기업체’의 범위가 ‘공범이나 범죄행위로 재산상 이득을 얻은 제3자와 관련된 기업체’로 한정됐다. 그러나 이번 개정령 안은 취업제한 대상 기업에 ‘범죄행위로 인해 재산상 손해를 입은 기업체’를 포함해 범위가 확대된 만큼 회사 복귀가 어렵게 됐다.

문제는 기업 총수가 경영상 판단으로, 투자를 하거나 신사업을 시작했다가 회사가 손해를 입은 경우도 칼자루를 쥐고 있는 관계기관의 시선에 따라서  업무상배임죄로 처벌할 수 있다는 점이다.  기업가 정신 및 경영진의 경영 판단이 위축될 수 밖에 없다는 게 재계 측 주장이다.

최근 일부 기업에서 구조조정을 하거나 신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 계획이 잘못되면, 경우에 따라서 배임죄 굴레에 묶일수 있는게 우리 현실이기때문이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우리나라 배임죄의 경우 굉장히 적용범위가 넓고 기준이 모호한데, 취업 제한까지 하게 되면 기업 경영자들에게 어려움 많이 따른다”며 “최소한 국회의 논의를 거쳐 진행했어야 하는데, 시행령으로 바로 시작하게 되면 기업인들 입장에서는 보수적 경영을 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미국에는 업무상 배임죄가 없다.

일각에서는 정권 교체시 밉보인 기업 총수를 몰아내는 또 다른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점도 우려하고 있다. 개정령에 따라 형이 확정된다면 자신이 세운 기업에도 복귀를 못하게 되는 만큼 검찰의 기소만으로도 기업 총수가 정권의 눈치를 더욱 보게 될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일부 공기업 성향의 오너들은 정권이 바뀌면서 자연스럽게 교체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개정안으로 인해 기업 오너들이 더 부담을 느낄 것 같다”고 말했다.

당국의 이같은 결정이 전해지자 일부 보수성향 누리꾼들은 "결국 재벌 해체를 위한 악법이다"라며 강하게 반발하기도 했다.

한편 법무부는 취업승인 여부 결정 등을 심의하는 경제사범관리위원회 재도입, 취업제한 대상 기관 정비, 조사 수단 보완 등을 위한 관련 법령 개정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개정안은 다음 달 7일께 공포를 거쳐 11월 8일께부터 시행될 전망이다. 현재 수사·재판을 받고 있거나 이미 처벌을 받은 기업 임원들에게 소급 적용하진 않고, 시행 후 경제범죄를 범해 형이 확정된 사람부터 적용된다.

김창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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