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남길 / 씨제스엔터테인먼트

[한국스포츠경제=신정원 기자] 배우 김남길이 본인과 똑닮은 역할로 '인생캐릭터'를 갱신했다. 김남길은 지난 20일 종영한 '열혈사제'에서 다혈질 가톨릭 사제 김해일로 분해 정의 구현과 현실 사이에서 고민하는 명연기를 펼쳤다. 바보 형사 구대영(김성균)과 살인 사건으로 만나 공조 수사를 진행하는 모습은 남다른 브로맨스로 시청자들의 웃음을 유발하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이는 곧 시청률로 이어져 '올해 SBS 드라마 중 첫 20% 돌파'라는 기록을 안겨주기도. 최종회에서는 22%라는 대기록을 세우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김남길은 아직까지 실감이 나지 않는다며, 함께 고생한 배우, 스텝, 작품에 대한 그리움이 많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6개월 동안 드라마를 찍어본 것이 처음이다. 촬영하는 동안에 동료 배우들을 가족보다 더 자주 봤기 때문에 그들에 대한 그리움이 크다"고 아쉬운 마음을 드러냈다.
 
-SBS 금토극 '열혈사제' 이렇게 잘 될 거 예상했나.
"예상하지 못했고, 사실 시청률이 잘 나오는 것에 대한 감도 잘 모르겠다. 출연한 배우들이 어린 배우도 아니고, 그거에 휩쓸리는 스타일도 아니라서. 시청률이 잘 나올 때나 아닐 때나 딱히 다를 게 없었다. 고준 형도 이렇게 큰 사랑을 받은 게 처음이라고는 하는데, 그거에 대한 감이 별로 없다고 했다. (김)성균이는 포상휴가도 세 번이나 갔다 온 흥행 배우라 덤덤한 것 같고, 배우 대부분이 '시청률이 그렇대~' 정도로만 반응했다.(웃음)"
 
-사제 김해일로 인생캐릭터 갱신했다는 칭찬이 많다.
"어떤 의미에서 인생캐릭터인지 모르겠다. 작품을 할 때마다 내 안에 있는 부분을 끌어내겠다고 얘기하곤 하는데, 해일이는 다른 캐릭터들보다 '이거 딱 김남길이야'라는 느낌이 있었다. 나와 많이 닮아 인생캐라고 이야기하는 것 같기도 하다. 작은 거에 버럭 하거나 욱하는 성격이 비슷하다. 운전할 때 얌체 운전자나 전철 또는 엘리베이터를 탈 때 안에 있는 사람이 내리기도 전에 뛰어드는 사람들을 보면 욱한다. 나 자신이 좋은 사람이나 착한 사람은 아니지만, 일할 때만큼은 배려를 하는 게 좋다. 사회 구성원으로서 그런 배려나 서로에 대한 이해 정도는 해야 된다고 생각하는 게 닮은 것 같다. 처음엔 닮았다고 생각 못 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이)하늬도 그렇고, 고준 형도 '똑같아 똑같아'라는 거 보면서 비슷하구나 느꼈다. 그럼에도 배우들끼리 '해일이가 인생캐야?'라고 물어보면 '아직 보여줄게 얼마나 많은데 이게 인생캐야?!'라고 말한다.(웃음) 배우로서 욕심이 많다. 또 왠지 지금 '인생캐'라고 하면 이 이상의 연기나 캐릭터가 안 나올 것 같은 느낌이 든다.(웃음)"

배우 김남길 / 씨제스엔터테인먼트

-코믹 연기가 타 장르에 비해 어렵다고 했는데. 
"그렇다. 코미디 장르가 여러 장르 중에 제일 어렵다고 생각한다. 영화 '해적:바다로 간 산적'을 촬영했을 때 한동안 자괴감에 빠져서 헤어나오지 못했었다. '누군가를 웃겨야 한다'는 부담감이 작용하기 때문에 코미디 장르가 어려웠다. 이번 '열혈사제'는 다른 지점에서 어려움을 느꼈다. '열혈사제'는 개연성이 떨어지는 코미디를 지향한 부분이 없지 않아 있었는데, 작가님께 '이런 (극적이고 코믹한) 상황이 가능하느냐'고 물어봤을 정도였다. 코믹하지만, 동시에 평소 아버지처럼 따르던 신부님의 죽음이라는 무거운 주제도 함께 끌고 가야 한다는 지점이 어려웠다. 극 초반에는 찍으면서도 '신부님이 돌아가셨는데, 웃어도 되는 걸까' 항상 고민스러웠다. 그런데 실제로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보면 부모님이 돌아가셨다고 평생 식음을 전폐하고 살지는 않는다. 어느 순간 받아들이게 되고, 웃는 날이 생기기 마련인 것이다. 연기하면서 작가님의 의도와 드라마 스토리를 받아들였던 것 같다." 
 
-'폭력적인 사제'라는 것에 대한 우려는 없었나.
"기존 다른 작품들을 살펴보면, 사제는 특별한 능력을 가진 사람으로 그려진 게 대부분이다. 유럽의 구마의식에서 파생된 인식이 아닐까 생각한다. '열혈사제' 속 사제는 그야말로 직업군 중에 하나였다. 정의감을 표현하기 위해 초자연적인 현상에 의존하는 게 아니라 사람에 대한 배려와 이해를 바탕으로 했다. 해일이가 갖고 있는 공격적 성향은 걱정되기도 했다. 그래서 평소 알고 지낸 신부님을 찾아가 자문을 구했다. 신부님께서 '지나가는 사람을 이유 없이 때리는 폭력성이라면 당연히 문제가 되지만, 정의를 구현하기 위한 심판자로서의 역할을 극적으로 그려낸 것이기 때문에 크게 문제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씀해주셨다. 그래서 자유롭게 연기할 수 있었다. 연기하는 내내 '시청자분들이 해일이라는 인물을 통해 통쾌함을 느끼고, 대리만족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임했다."
 
-배우들끼리 케미가 남달랐던 만큼 재밌던 일이 많았을 것 같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나 에피소드 있나.
"매회 엔딩 부분에서 다음 회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하는 액션 장면이 한두 개만 나왔다면 기억에 남을 텐데, 매번 그래서 한 장면만 꼽기가 어렵다. 가장 생각나는 건 성균이랑 개 탈을 쓰고 장룡(음문석) 일당을 쫓던 장면이다. 그때 구대영(김성균)이 해일이한테 '박경선(이하늬)한테 왜 그렇게 잘 해주냐'고 묻는데, 해일이가 '성인에게도 과거는 있고, 죄인에게도 미래는 있다'고 답한다. 그 대사가 이 드라마가 하고자 하는 궁극적인 이야기가 아닐까 싶었다. 촬영하는 내내 우스갯소리로 '이 드라마는 패러디 향연일까'라고 했는데, 이 대사를 보자마자 무릎을 탁 쳤다. 그리고 내가 나오지 않는 장면에서는 쏭삭(안창환)이 각성하는 장면이 소름 돋을 정도로 좋았다. 캐릭터마다 서사, 정서가 잘 표현이 돼서 좋았다. 작은 배역 하나 허투루 소비되지 않은 게 이 드라마의 강점이라고 생각하고, 잘된 이유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배우 김남길 / 씨제스엔터테인먼트

-실제로 믿는 종교는 무엇인가.
"종교는 없다. 영화 '기묘한 가족' 촬영 때 근처에 법주사가 있었다. 한두 번 왔다 갔다 하다가 아침마다 108배를 했다. 3개월 내내 하루도 안 빼놓고 했더니 주지스님이 오셔서 '도대체 무슨 죄를 지었길래 108배를 하느냐'라고 묻더라.(웃음) 종교적인 건 아니었으나, 그렇게라도 혼자만의 시간을 갖다보니 여러 고민을 하게 됐고, 나를 반성하는 기회를 갖게 됐다. '열혈사제'를 하면서는 성당을 몇 번 갔다. 소록도 신부님, 자문해준 신부님과 지금도 연락을 주고받고 있다. 어렸을 땐 뭔가 잘못되면 남의 탓을 하는 게 속 편했는데, 이제는 누군가를 미워하는 것도 많은 에너지를 쏟는 거라는 생각이 든다. 모든 일이 나로 인해 시작된다고 생각하는 점에서 종교가 다르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열혈사제'가 큰 사랑을 받은 이유 중 하나가 사회를 반영했기 때문이다. '라이징문' 패러디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평소에도 사회적·문화적·정치적 이슈에 관심이 많다. 최근에 연예인 사생활이 신문 1면을 종종 장식했는데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버닝썬' 사건이)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비슷한 소재를 다룬다는 것에 시청자들이 불편해하지 않을까 걱정했다. 너무 대놓고 '라이징문'이라.(웃음) 그러나 전세계에서 일어날 법한 부조리한 사건을 에피소드 형식으로 잘 녹여낸 것 같다. 현시점과 잘 맞아떨어진 게 오히려 시청자분들에게 속 시원하게 다가간 것 같아 다행이다 싶었다."
 
-연말 SBS 연기대상에 노미네이트가 예상되는데, 기대하고 있나.
"상에 대한 욕심이 1도 없다. 한 해에 내가 출연한 영화가 세 편이 개봉한 적이 있다. 그런데 백상예술대상 등 시상식에 한 번도 노미네이트가 안됐다. 영화 '해적' 역시 후보에 안 올랐다. 처음엔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으려 했는데, 그 자리에 참석해 동료들의 수상을 축하할 기회조차 없다는 것에 화가 났었다. 두 번 다시 시상식 쪽으로 소변도 안 눈다고 말하기도 했다.(웃음) 그 뒤로는 수상에 대해 자유로워지려 했다. 참석한다면 잘 즐기고 오자는 생각이다. 상을 받고 안 받고가 중요한 게 아니니까. 상 받는다고 해서 다 좋은 배우도 아니고, 아니라고 안 좋은 배우도 아니다. 처음부터 스타로 길러진 사람이 아닌데, 조금씩 역할을 늘려가는 과정에서 수상을 한다면 얼굴이 알려지지 않은 배우들이 저를 볼 때 힘이 되지 않을까 싶다. 그렇게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래놓고 상 받으면 올라가서 울 수도 있다.(웃음)"
 
-앞으로 김남길의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지.
"과거에 사극 몇 번 출연했다고 사극 속 인물이 다 같지는 않다. 인물 성향이 다 다르고, 액션, 멜로, 코미디 등 작품의 장르도 다양하기 때문에 앞으로 보여줄 캐릭터는 무궁무진하다고 생각한다. 똑같은 코미디 장르를 하더라도 다른 삶의 방식으로 사는 인물을 표현하고 싶달까. (웃음)"

신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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