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바지 마법사' 김세영, 또 한번 역전드라마를 쓰다
'빨간바지 마법사' 김세영, 또 한번 역전드라마를 쓰다
  • 심재희 기자
  • 승인 2019.05.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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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영이 6일 끝난 LPGA 투어 메디힐 챔피언십에서 연장 접전 끝에 정상에 오른 뒤 우승컵에 입을 맞추고 있다. /데일리시티(미국 캘리포니아 주)=AP 연합뉴스
김세영이 6일 끝난 LPGA 투어 메디힐 챔피언십에서 연장 접전 끝에 정상에 오른 뒤 우승컵에 입을 맞추고 있다. /데일리시티(미국 캘리포니아 주)=AP 연합뉴스

[한국스포츠경제=심재희 기자] '빨간 바지' 김세영(26·미래에셋)이 또 한번 역전 드라마를 쓰며 약 10개월 만에 미국여자골프(LPGA) 투어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6일(이하 한국 시각) 미국 캘리포니아 주 데일리시티의 레이크머세드 골프클럽에서 펼쳐진 2019시즌 LPGA 투어 메디힐 챔피언십에서 연장 접전 끝에 최후의 승자가 됐다. 최종합계 7언더파 281타의 같은 성적을 낸 이정은(23·대방건설), 브론테 로(25·영국)와 치른 연장 첫 홀 승부에서 버디를 잡으며 정상 정복에 성공했다.
 
◆ 지옥과 천당을 오가다
 
3라운드에서 단독 선두로 올라선 김세영은 최종 라운드를 준비하며 "공격 앞으로"를 외쳤다. 2위권에 3타 차로 앞서 있지만 더 공격적으로 타수를 줄여 확실한 우승을 이루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핀 위치에 따라서 계획이 달라질 순 있다"면서도 "계속 전진해 공격적인 플레이를 펼치면서 저만의 스타일로 풀어 가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공격적인 전략은 최종라운드 초반 잘 먹히지 않았다. 김세영은 1번홀 더블보기와 2번홀 보기가 나오면서 흔들렸다. 3번홀부터 7번홀까지 버디를 낚는 데 실패하며 파를 기록했고, 8번홀에서 다시 보기로 주춤했다. 최종라운드 전반에만 4타를 잃으며 위기를 맞았다.
 
어느새 6언더파까지 성적이 떨어지며 이정은, 로와 함께 공동 선두권을 형성했다. 15번홀에서 버디를 잡으며 한숨 돌렸으나 17번홀에서 보기를 범해 3위로 처졌다. 위기의 순간에 집중력이 빛났다. 18번홀에서 '공격적인 플레이'로 이글 찬스를 잡았다. 아쉽게 이글 퍼트가 빗나갔으나 버디를 잡았다. '공격 앞으로' 전략 속에 지옥과 천당을 오가며 승부를 연장으로 몰고 갔다.
 
◆ '연장불패'의 위력
 
3오버파 75타. 김세영이 적어낸 최종라운드 성적표다. 5언더파 67타를 기록한 이정은, 7언더파 65타를 친 로에 비해 샷 감이 많이 떨어져 보였다. 하지만 김세영의 눈은 반짝 빛났다. '연장불패', '역전의 명수'라는 별명을 가진 그는 연장전 승부에 자신감이 있었다.
 
김세영은 이번 대회 전까지 LPGA 투어에서 7승을 올렸다. 그 가운데 3승을 연장전 승부에서 만들어냈다. 데뷔 시즌이었던 2015년 퓨어실크 바하마 LPGA 클래식과 롯데 챔피언십을 연장전 우승으로 장식했고, 2016 마이어 클래식에서도 연장 접전 속에 정상에 오른 바 있다. LPGA 연장전 3전 전승의 ‘연장불패’를 자랑했다.
 
연장전에서 가장 먼저 티샷을 날린 김세영은 제일 마지막에 퍼트를 성공하며 우승을 확정했다. 특히, 최종라운드 정규 18번홀과 똑같은 그림을 그려 갤러리들의 탄성을 자아내게 했다. 안정적으로 티샷을 한 뒤 두 번째 아이언샷을 그린 근처에 바짝 붙였다. 회심의 이글 퍼트가 살짝 짧았지만, 버디 퍼트를 놓치지 않으며 두 손을 번쩍 들었다. '빨간 바지 마법사'가 역전 우승 드라마 한편을 더 만들었다.
 

◆ LPGA 통산 8승, 태극낭자 최다승 5위
 
김세영은 이번 대회 우승으로 27만 달러(약 3억1000만 원)를 거머쥐었다. 지난해 7월 손베리 크리크 클래식 이후 약 10개월 만에 LPGA 투어 우승컵에 입을 맞췄다. 2015년 3승을 올리며 신인왕을 차지했던 그는 2016년 2승, 2017년 1승, 2018년 1승에 이어 올 시즌 승수를 추가했다. 데뷔 시즌부터 5년 연속 우승을 기록했다.
 
통산 8승은 태극낭자 최다승 5위다. 박세리(25승), 박인비(19승), 신지애(11승), 최나연(9승) 바로 아래 김세영이 자리했다. 1993년 1월 21일에 태어난 그는 만 26살이다. 꾸준히 LPGA 투어 우승컵을 수집하면서 대선배들을 추격하고 있다. 태극낭자 최다승 톱5 가운데 20대는 김세영이 유일하다.
 
김세영은 올 시즌 초반 허리 부상으로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부상을 털고 우승을 거둔 그가 바라보는 다음 목표는 메이저대회(ANA 인스퍼레이션, US 여자오픈, KPMG 우먼스 PGA 챔피언십, 에비앙 챔피언십, AIG 위민스 브리티시 오픈) 우승이다. 8승 가운데 메이저대회 우승이 없다. 그는 지난 1월 "메이저대회 우승이 올해 위시리스트에 들어 있다. 메이저대회 우승과 지난해보다 많이 우승하는 것이 올 시즌 목표다"고 밝혔다. 지난해와 같은 1승을 벌써 올렸다. 메이저대회 우승을 기록하면 목표를 달성한다. 다음 LPGA 투어 메이저대회는 30일부터 시작되는 US 여자오픈이다.
 
◆ 태극낭자들 '벌써 6승 합작'…이정은 선전
 
김세영의 우승으로 태극낭자들은 올 시즌 LPGA 투어 6승을 합작했다. 지난 1월 20일 지은희가 시즌 개막전 다이아몬드 리조트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에서 정상에 오르며 신호탄을 쐈다. 2월 17일 양희영이 혼다 타일랜드 우승으로 바통을 이어받았고, 3월 3일 박성현이 HSBC 월드 챔피언십 우승컵을 차지했다. 3월 24일 뱅크 오브 호프 파운더스컵과 4월 7일 ANA 인스퍼레이션 대회에서 고진영이 우승의 주인공이 됐고, 김세영이 이번 대회 정상을 올랐다.
 
현재까지 올 시즌 LPGA 투어 대회는 11번 열렸다. 태극낭자들이 절반 넘게 우승을 차지했다. 그야말로 난공불락이다. 현재 추세라면 한 시즌 최다승 합작이 가능할 전망이다. 태극낭자들은 2015년과 2017년 15승을 함께 만들어냈다. 앞으로 23번의 대회가 더 남았다. 지금 페이스를 유지한다면 18승 이상을 거둘 수 있다.
 
한편, 올 시즌 강력한 신인왕 후보인 이정은은 데뷔 후 최고 성적을 거뒀다. 최종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5타를 줄이며 선전했다. 연장전에서 김세영을 넘지 못했으나 준우승을 차지하면서 앞으로 기대를 높였다. 올 시즌 개막 후 참가한 7개 대회에서 모두 톱20 이상의 성적을 올렸다. 양희영과 지은희는 최종합계 5언더파 283타로 공동 4위에 랭크됐다.
 
심재희 기자 kkamanom@sporbiz.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