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유통 공룡'은 옛말, 신성장 사업 구축
미국 루이지애나 공장 가동하면 세계 7위 도약 예상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9일 미국 루이지애나 롯데케미칼 에탄크래커 공장 준공식에 참석하고자 지난 5일 출국했다./연합뉴스

[한스경제=김아름 기자] '신동빈의 롯데'에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유통과 식품에서 석유화학 사업으로 눈을 돌리며 신성장 동력 구축을 위한 바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신 회장이 청사진으로 그리는 '2020 아시아 톱 10' 달성을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그룹 사업 영역에 대한 총체적 포트폴리오 구성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9일(현지 시간) 미국 루이지애나 롯데케미칼 에탄크래커 공장 준공식에 참석하고자 지난 5일 출장길에 오르며 잠잠했던 경영 활동에 시동을 걸고 있다.

신 회장의 발걸음을 움직이게 한 루이지애나 공장은 축구장 152개 크기의 초대형 규모로 삼성전자의 텍사스 오스틴 반도체 공장에 이어 국내 단일 기업 투자액으로는 역대 두 번째로 큰 규모다. 투자액만 무려 31억 달러(3조 6000억 원)로 롯데는 지분 90%를 차지하고 있다.

이곳에선 에틸렌(100만t)과 에틸렌글리콜(70만t)을 생산할 계획이다. 공장 가동이 시작되면 롯데의 에틸렌 생산량은 현 연간 292만t에서 450만t으로 확대, 전 세계 생산능력의 2.6%를 차지하며 석유회사 가운데 세계 7위(현재 11위)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신 회장은 과거부터 석유화학 사업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형제의 난'과 롯데그룹의 검찰 조사가 이뤄지던 지난 2016년에도 루이지애나 공장 착공을 위해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으며 지난해 10월 국정농단 사건에서 집행유예로 석방된 이후에도 대부분의 시간을 석유화학 사업의 재편과 투자를 위해 보냈을 뿐, 눈에 띄는 활동을 하지 않았다. 또한 지난해 12월엔 인도네시아 자바 반텐주에서 진행한 대규모 유화단지 기공식에도 참석한 바 있다.

그의 움직임을 두고 일각에선 '유통 공룡' 롯데의 정체성에 변화가 올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간 유통과 식품에만 힘을 쏟았던 것과 달리 석유화학 사업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루이지애나 공장 투자 결정 후에도 롯데는 삼성으로부터 롯데 첨단소재(삼성SDI 화학사업부문)와 롯데정밀화학(삼성정밀화학)을 인수 활동을 진행해 업계 전체를 놀라게 한 바 있다. 

또한 아시아나항공 인수전 참여에 나설 것이라는 의견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어 앞으로의 행보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좌)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지난 2015년 그룹 경영권 싸움을 벌인 바 있다./연합뉴스

한편 신 회장은 지난 2015년 형인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롯데그룹의 왕좌를 두고 '형제의 난'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신 회장은 한국과 일본 주주 및 경영진들 사이에서 신임을 얻으며 그룹의 주도권을 지키는 듯 했으나 아버지인 신격호 전 롯데그룹 총괄회장과 갈등을 빚으며 세간의 질타를 받았다.

이후엔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실세'로 불리는 최순실 씨의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 1심 선고 공판에서 70억 원의 뇌물을 건넨 혐의로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아 법정 구속이 되는 등 온갖 풍파를 겪었다. 현재도 대법원 재판을 남겨 두고 있다.

 

김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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