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우선협상대상자, 사모펀드 한앤컴퍼니 낙찰
롯데카드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토종 사모펀드인 한앤컴퍼니가 선정됐다. /사진=연합뉴스

[한스경제=이승훈 기자] 롯데카드는 우선협상대상자로 한앤컴퍼니가 선정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한앤컴퍼니는 기존 유력 인수후보들과 또 다른 특성을 지닌 사모펀드(PEF) 운용사라는 점에서도 새롭게 풀어야 할 과제가 생긴 셈이다.

7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롯데지주와 매각 주간사인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은 지난 3일 사모펀드인 한앤컴퍼니를 롯데카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 가격, 고용보장, 협업 가능성

롯데그룹이 한앤컴퍼니를 롯데카드 인수자로 낙점한 건 가격, 고용 안정성, 롯데그룹과의 협업 등 중요 평가 요소에서 높은 점수를 얻었기 때문이다.

롯데카드 매각 예상가격은 약 1조5000억원으로 추정됐다. 한앤컴퍼니는 인수가로 롯데카드 지분 100% 기준 약 1조8000억원을 제시, 후보자 중 가장 높은 금액을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중 지분 80% 가량을 인수하기로 해 인수가액은 약 1조4400억원 가량이다. 나머지 지분 20%가량은 롯데그룹이 그대로 보유하는 방식이다.

높은 가격 외에 롯데카드 기존 인력의 고용 승계와 롯데그룹의 이사회 참여 등을 받아들인 점도 선정 배경으로 꼽힌다. 롯데그룹은 롯데카드 2대 주주로 남아 롯데그룹 유통 계열사와 카드 간 제휴관계 등 한앤컴퍼니와 협업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롯데지주 측은 “입찰가격뿐 아니라 다양한 비가격적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임직원의 고용보장과 인수 이후 시너지와 성장성, 매수자의 경영 역량, 롯데그룹과의 협력 방안 등을 다각도로 평가했다”고 말했다.

새 주인을 맞으면서 가장 관심을 모은 부분 중 하나는 직원들의 고용보장이다. 당초 유력 인수후보로 꼽혔던 하나금융지주와 MBK파트너스·우리은행 컨소시엄은 모두 자체 카드사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고용 안정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겹치는 인력이 많은 만큼 장기적으로 인력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란 판단이다.

하지만 업계 안팎에선 롯데카드의 인력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란 반응도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고용 승계를 약속했지만 약속을 지킬지 여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시장에서는 롯데카드 매각에 따른 신용등급 저하와 이에 따른 자금조달 비용 증가 가능성도 제기된다.

매각 등으로 롯데그룹에서 떨어져나가면 신용도 저하가 불가피해진다. 실제로 신용평가사들은 롯데그룹의 지원 가능성이 저하될 경우 하향조정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롯데카드와 롯데손해보험의 장기신용등급을 하향검토 대상에 등록했다고 7일 밝혔다. 한신평은 롯데카드의 무보증사채와 기업어음·전자단기사채에 각각 신용등급 'AA'와 'A1'을 부여하고 있다.

신용카드사 같은 여신전문금융회사(여전사)는 수신기능이 없는 탓에 채권 발행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한다. 즉 신용도 저하는 조달비용 증가와 영업경쟁력 훼손으로 이어진다는 분석이다.

◆ 가치 높인 후 되팔까

한앤컴퍼니는 롯데그룹과의 협업을 통해 롯데카드 가치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롯데그룹은 소비자가 온라인·오프라인·모바일 등 다양한 경로를 넘나들며 상품을 검색하고 구매할 수 있는 ‘옴니채널’ 전략에 집중하고 있다. 옴니채널의 최종 결제 수단을 가진 롯데카드와 결합해 미래형 유통사업 모델도 구축할 수 있다.

아울러 롯데카드가 보유한 빅데이터를 활용한 신사업 진출도 기업 가치를 키우는 데 주요 요소로 꼽힌다.

롯데그룹과의 협업도 제시된 만큼 빅데이터 관련법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롯데카드와 롯데 유통 계열사들의 빅데이터 공유로 인한 시너지를 노릴 수 있다. 롯데카드는 현재 빅데이터 분석, 인공지능(AI), 핀테크 등을 탑재한 모바일 앱 ‘라이프(Life)’를 출시·운영 중이다.

업계에서는 이를 위해 한앤컴퍼니의 ‘추가 인수(볼트온) 전략’ 구사 가능성도 제시됐다. 볼트온은 관련 기업을 추가로 인수해 기업가치를 높이는 전략이다.

한앤컴퍼니가 지난해 인수한 중고차거래업체 SK엔카(현 케이카) 직영사업부나 렌터카업체 조이렌터카 등과 자동차 할부금융에서의 시너지 효과도 상당할 것으로 평가됐다.

금융업계는 인수 업체의 가치를 높여 되파는 사모펀드의 특성상 몇 년 뒤 롯데카드가 다시 매물로 나오는 ‘제2의 매각전’이 벌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MBK파트너스도 오렌지라이프(옛 ING생명) 인수와 매각 과정에서 회사 상장 후, 2018년 신한금융에 팔아 5년 만에 2조원이 넘는 차익을 남겼다.

롯데그룹의 재인수 이야기도 제기된다. 지주회사로 전환한 롯데그룹은 오는 10월까지 금융계열사를 매각해야 한다. 그러나 공정거래법이 완화돼 중간지주회사를 세울 수 있을 경우 롯데가 되살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에 롯데는 “우선매수 조항이나 콜옵션이 없다”며 ‘진성’ 매각임을 강조했다. 롯데는 롯데카드 지분 20%를 확보해 이사회에 참여하면서 고객 정보 공유 등 협업을 이어 갈 방침이다.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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