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박병구 할아버지, 젊은 시절 장 협착증 진단받아
처음으로 라면 맛보고 "이제 살았구나 생각해"
농심, 1990년대 중반부터 안성탕면 무상 제공
박병구 할아버지. 1972년부터 삼시 세 끼 라면만 먹어 온 박병구 할아버지의 사연이 최근 관심을 모으고 있다. / 농심 제공

[한국스포츠경제=조재천 기자] 1929년생 박병구 할아버지는 1972년부터 라면만 먹고 있다. 젊은 시절 장 협착증 진단을 받은 그는 수술 이후에도 음식을 먹는 게 일이었다. 주변에서 추천한 좋은 음식과 약도 소용없었다. 그중 단 하나, 라면만은 예외였다.

먹는 족족 토하는 게 일상이던 할아버지는 ‘라면을 먹으면 속이 확 풀린다’는 지인의 말을 듣고 처음으로 라면을 먹게 됐다고 한다. 그는 “속이 뻥 뚫리는 시원함과 함께 포만감을 느꼈다”면서 “이제 살았구나 생각했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때부터 그는 삼시 세 끼 라면만 고집했다. 농심 ‘소고기 라면’으로 시작해 ‘해피 소고기’, ‘안성탕면’으로 라면 사랑은 이어졌다. 할아버지는 안성탕면을 언제부터 먹었는지 기억하진 못했다. 다만 안성탕면이 1983년 출시됐고, 해피 라면이 1990년대 초반 단종된 것을 감안할 때 적어도 30년 이상을 안성탕면만 먹어 온 셈이다.

1994년 당시, 20년 넘게 농심 라면만 먹은 할아버지의 사연은 전국적으로 화제를 일으켰다. 이후 농심은 안성탕면을 무상 제공하기로 약속했다. 농심 관계자는 “3개월마다 9박스의 안성탕면을 제공해 드리고 있다”며 “여태껏 제공해 온 안성탕면은 총 900여 박스에 달한다“고 했다. 할아버지는 농심의 영업 사원이 3개월마다 방문할 때 손주처럼 반갑게 맞이한다.

올해 91세가 된 할아버지는 아직도 안성탕면 외에는 다른 식사나 간식을 먹지 않는다. 평소 끼니마다 두 봉씩 먹던 안성탕면은 최근 한 개 정도로 양이 줄었다. 2년쯤 전부터는 라면을 잘게 부순 뒤 조리해 숟가락으로 천천히 떠먹는다. 

할아버지의 안성탕면 사랑은 아무도 말릴 수 없다.

박병구 할아버지 / 농심 제공

조재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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