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 넣고도 웃지 못한 수원 삼성 데얀, 계륵으로 전락하나
골 넣고도 웃지 못한 수원 삼성 데얀, 계륵으로 전락하나
  • 이상빈 기자
  • 승인 2019.05.08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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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삼성 데얀, FC서울과 슈퍼매치서 선제골
경기 뒤 출전 시간 놓고 불만 드러내
수원 삼성 공격수 데얀. /한국프로축구연맹

[한국스포츠경제=이상빈 기자] 5일 어린이날 수원 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진 수원 삼성과 FC서울의 2019시즌 하나원큐 K리그1 첫 번째 슈퍼매치. 0-0으로 팽팽하던 균형이 후반 11분 마침내 깨졌다. 수원 베테랑 외국인 공격수 데얀 다먀노비치(38)가 리드를 가져오는 선제 득점에 성공했다. 시즌 2호골. 하지만 데얀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지난해에 이어 또다시 친정팀 서울에 비수를 꽂아 세리머니를 자제한 것처럼 보였지만, 최근 그에 닥친 상황을 함축하는 의미로도 다가왔다.

데얀은 골을 넣었지만, 결국 웃지 못했다. 팀이 경기 종료 직전 박주영(34)에게 동점골을 허용해 아쉽게 무승부로 만족해야 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다시 한번 불거진 불만 표출 논란이 그를 딜레마에 빠뜨렸기 때문이다.

데얀은 이날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했다. 9경기 연속 선발로 출전하던 그가 처음으로 대기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출전 기회는 생각보다 빨리 찾아왔다. 전반 39분 만에 10대 공격수 오현규(18)를 대신해 그라운드를 밟았다. 얼마 전 데얀은 출전 시간을 놓고 공개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 풀타임 기회를 받지 못한다는 게 이유였다. 이를 두고 이임생(48) 수원 감독은 만 38세 데얀이 전ㆍ후반을 모두 소화하는 데 체력적인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이른 교체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 감독은 지난달 14일 대구FC와 7라운드 홈 경기를 마친 뒤 데얀을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교체한 것과 관련해 “개인적으로 데얀이 상대 수비가 지쳤을 때 들어가는 게 지금은 적합한 방법으로 생각한다”라며 “전반전부터 나서는 건 무리가 아닌가 싶다”라고 선발 기용에 여전한 물음표를 달았다.

데얀은 5일 수원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C서울과 K리그1 10라운드에서 후반 11분 선제골을 넣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이후에도 선수와 마찰설이 화두로 떠오르자 이 감독은 대화를 나눠 데얀을 설득했고 문제를 원만하게 해결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잠잠하던 화약고가 다시 한번 터졌다. 데얀이 서울과 슈퍼매치를 마친 뒤 노골적인 불만을 표출했다. 데얀은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한 상황이 이상하다”며 “많은 게 2017년을 떠올리게 한다. 올해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라고 직설적으로 말했다. 2017년은 데얀에게 악몽과 같은 한해로 마무리됐다.

당시 서울 소속이던 데얀은 출전 시간이 점점 줄어들고 교체 자원으로 나서는 횟수가 잦아지자 황선홍(51) 전 감독과 마찰을 빚었다. 37경기 중 풀타임 출전은 11번에 그쳤다. 19골로 득점 3위에 올랐지만, 서울은 그와 재계약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많은 나이와 높은 연봉이 걸림돌로 작용했다.

‘강제 은퇴’할 것으로 여겨지던 데얀에게 라이벌 팀 수원의 서정원(49) 전 감독이 손을 내밀었다. 2018시즌 수원 푸른 유니폼을 입고 다시 K리그1으로 돌아온 데얀은 서 감독의 전폭적인 지지에 힘입어 33경기에서 팀 최다인 13골을 넣으며 득점 7위로 시즌을 마쳤다. 인천 유나이티드, 서울에 이어 세 번째로 몸담은 K리그1 구단에서도 성공 가도를 열며 리빙 레전드로 남는 듯하던 데얀은 올 시즌 진퇴양난에 빠졌다.

외국인 선수 이전에 K리그1에서만 11번째 시즌을 맞는 베테랑으로서 팀 중심을 잡아줄 선수가, 잊을 만하면 불만을 토로하며 팀 분위기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계륵(그다지 큰 소용은 없으나 버리기엔 아까운 것) 신세로 전락할 가능성도 있다. 물론 출전 시간에 따른 불만을 선수 개인의 문제로만 볼 수 없다. 그렇다고 한 선수의 아쉬움을 팀이 나서서 달랜다면 기강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 프로팀이 베테랑에 휘둘리는 그림은 리그 발전을 저해한다.

슈퍼매치를 마친 뒤 기자회견장에 나온 이 감독 발언으로 데얀 논란의 종착지가 어느 정도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그는 ‘원 팀’을 강조했다. “수원은 ‘데얀의 팀이 아니고 감독의 팀도 아니다. 우리의 팀이다”라고 힘줘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