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양지원 기자] 화려한 조명과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스타만이 연예계의 전부는 아니다. 그런 스타를 발굴하고 콘텐츠를 기획하는 제작자, 조명을 받는 것이 아닌 비추는 기술자, 한 편의 작품이 될 이야기를 찾고 쓰는 작가, 영상을 찍고 편집하는 연출가 등 카메라 밖에서도 연예계를 움직이는 사람들이 있다. 한국스포츠경제가 연예계를 한층 풍성하게 만드는 사람들과 만나 직접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는 코너를 신설했다. <편집자 주>

공연연출가이자 마임이스트, 극단 푸른해 대표 정명필은 마임과 인형극을 접목한 공연을 펼치고 있다. 마술인형 ‘선물’, ‘새해는 어떤 계절에 시작될까?’ ‘돈 터치’ ‘집시의 테이블’ 등을 선보였다. ‘행복을 찾아서’ ‘해피 버스데이’(가제) 등 신작도 준비 중이다. 국내에서 흔치 않은 공연에 도전한 정 연출가는 언제나 새로운 상상을 꿈꾼다. 공연예술가이자 마술사 이은결과 작업을 통해 많은 자극을 받기도 했다. 정 연출가는 “인형과 마임이 만났을 때 상상 이상의 것을 상상할 수 있다”며 열정을 쏟는 이유를 밝혔다.

-최근에 일본에서 공연을 하고 왔다. 어떤 공연인가.

“일본 어린이 국제 축제에서 우리 공연이 추천 받게 됐다. 마술 인형 ‘선물’이라는 공연이다. 노인 부부의 이야기를 담은 것으로 전체 이야기에 대사가 없이 마술로 풀어가는 것이다. 내가 할 줄 아는 면에서 캐릭터를 구축했다.”

-어쩌다 마임과 인형극을 접목한 공연을 하게 됐나.

“원래는 마임을 전공했다. 그러다 인연이 닿아 마술 쪽 연출을 맡게 됐고 이은결과 함께 작업해 마술 체험전을 운영했다. 마술 하는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마술만이 아닌 다른 공연을 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주어진 환경에서 어떻게 할 수 있을지를 연구했다. 사실 기존의 인형극은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있는데 대상이 어린이에 그치지 않은 가족극을 만들고 싶었다.”

-서울예술대학 시각디자인과 전공이다. 전공을 살리지 않고 마임과 공연을 택했다.

“대학 때 마임 동아리가 있어서 들어갔다. 졸업작품도 마임으로 했다. 학교 다닐 때도 ‘이상한 놈’이라는 소리를 들었다. (웃음) 인형극을 하는 것도 마임을 통해서다. 움직임을 알게 됐다. 누군가가 만든 게 아닌 내가 직접 만들어보고 싶었다. 나만 할 수 있는 게 좀 생겼다.”

-마술사 이은결과 함께 여러 프로젝트를 함께하지 않았나.

“10년 전쯤 처음 만났다. 만나면서 ‘어떻게 저런 생각을 잘 하지?’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 친구다. 배울 게 많고 자극을 많이 받았다. 친구지만 멘토이기도 하다. 공연계는 건너건너 다 아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더 좋은 자극을 많이 받게 된다.”

-사실 공연업계에 종사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창작 활동을 하면서 겪는 고충이 있을 텐데.

“금전적으로는 힘든 게 현실이다. (극단) 운영은 지금도 배워가는 단계다. 국가에서 지원을 받아도 잘 베푸는 편이라 혼자 속으로 끙끙 앓을 때가 많았다. 그건 점차 나아지고 있다. 사실 제일 힘든 게 사람을 대하는 일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일은 못 할 것 같다. 적응력이 좋아서 다른 걸 할 수는 있지만 그게 과연 좋을까 싶다. 물러날 데가 없다고 생각하고 일한다. 내가 인형극을 하는 이유는 사람이 표현 못하는 걸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형은 똑같은 표정 같아 보이지만 각도에 따라 묘하게 다르다. 그래서 더 상상하게 된다. 마임을 좋아하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그 이상을 상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만이 주는 판타지가 있다. 특히 해외에서는 마임과 관련한 마술이 세계적인 트렌드가 됐다.”

-공연업계에 종사하고 싶어하는 이들에게 조언을 하자면.

“하고 싶은 걸 하라고 하겠지만 이 업계도 공부를 해야 한다. 하고 싶은 걸 하기 위해서는 원하지 않는 것도 해야 한다. 틈틈이 학교에 진로 수업을 나가기도 한다. 중학교 2학년 학생들이 생각하는 공연 연출은 우리가 하는 것과 다르다. 그럼 아이들이 눈이 동그랗게 뜨곤 한다. 사실 나도 그 나이 때 내가 이 직업을 하게 될 줄은 몰랐다. 그림을 전공하다 집의 반대를 무릅쓰고 이 길을 갔다. 원래는 광고 감독을 하고 싶었는데 재미가 없었다. 그래도 하기 싫은 것도 할 줄 알아야 한다고 본다. 음악이든 미술이든 뭘 알아야 감독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사진을 찍다 보면 가끔 그림을 그리고 싶을 때가 생기듯이 배우를 하다 보면 연출을 하고 싶다. 골고루 하다 보면 삶의 균형이 맞춰진다.”

-앞으로 어떤 공연을 연출하고 싶은가.

“노인 이야기를 하고 싶다. 6살짜리 조카가 있다. 조카의 나이에 맞는 좋아할만한 공연을 계속 만들고 싶다. ‘안경’이라는 일본영화가 있다. 아무 생각 없이 보게 되는 매력을 지닌 영화다. 나 역시 그런 공연을 만들고 싶다. 거창한 메시지가 없어도 된다. 메시지는 주는 게 아니라 보는 사람이 찾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보면서 힐링할 수 있는 작품이면 한다.”

사진=하동훈, 정명필 제공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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