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노년층 척추관 협착증 허리 환자 급증
아이를 안고 앉을 때 허리에 가해지는 압력, 서 있을 때 4.2배·누워 있을 때 5.6배

[한스경제=홍성익 보건복지전문기자] # 김수연(66)씨는 맞벌이 부부 생활을 하는 친 딸을 위해 5년 째 손녀를 돌봐주고 있다. 손녀를 따라다니면서 밥 먹이고, 업어주고 씻기는 일부터 옷 입혀 유치원 보내는 일까지 여간 힘에 부치지 않는다. 아침 7시 30분부터 손녀를 유치원에 보내기까지 족히 1~2시간 넘게 보내다 보니 최근 들어 허리가 조금씩 아프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파스 몇 장을 부치며 통증을 잊었지만 그것도 잠시 일뿐, 허리 통증은 계속됐다. 김씨는 예사롭지 않은 몸 컨디션에, 병원을 찾아 건강을 점검해보니 심한 어깨 결림과 척추 간의 간격이 좁아지는 척추관 협착증을 앓고 있었다.

척추관 협착증 환자/제공= 세연통증클리닉

최근 결혼으로 새 가정을 꾸려 독립한 상황에서도 부모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는 ‘리터루족’(돌아온다는 뜻의 ‘리턴’과 부모에게 의지하는 성인 자식을 일컫는 ‘캥거루족’의 합성어)이 늘고 있다. 주거와 양육 부담 등으로 인해 자식이 늙은 부모를 모시는 게 아니라 부모가 자식을 다시 데리고 사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취업포털 잡코리아에 따르면 2016년 성인 남녀 1061명 중 절반 이상(56.1%)이 기혼자 중에서도 14.4%가 ‘스스로를 캥거루족이라 생각한다’고 답했으며 2016년 육아정책연구소 설문(20~50대 1000명 대상) 결과, 10명 중 6명(59.6%)이 ‘양육비 부담을 느낀다’고 말했다.

◇ 부모에게 다시 돌아오는 자식, 리턴 이유는 유아·돈…병원 찾는 부모 증가

리터루족의 증가원인은 바로 육아와 돈이다. 결혼을 한 후에도 맞벌이 부부는 금전적인 여유가 없다 보니 부모와 다시 살게 되는 것이다. 육아를 자식의 부모가 전담을 하면서 병원을 찾는 노년층 부모들도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7년 척추관협착증 환자는 164만5559명으로, 2010년 보다 무려 70%가량 늘어났다.

부모가 나이를 먹으면서 디스크 질환이나 퇴행성관절염을 겪을 수도 있지만 50~60대 노년층들이 아이들을 많이 돌보게 되면서, 허리나 어깨, 무릎, 손목 등에 부담을 줘 질환을 일으킨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척추관절질환은 육아를 맡은 노년층이 가장 흔하게 겪는 질병이다.

◇ 아이를 안고 앉을 때 허리에 가해지는 압력, 서 있을 때 4.2배·누워 있을 때 5.6배

연세가 있는 부모님들은 아이를 다루는 만큼 온 몸의 근육이 긴장하기 마련이다. 일반적으로 이제 막 돌이 지난 10kg의 남자 아이를 번쩍 들었을 경우, 허리에 가해지는 압력은 서있을 때의 4.2배에 이르며 누워 있을 때의 5.6배에 이른다.

특히, 아이를 키울 때 가장 많이 사용되는 부위는 허리와 어깨, 팔목 등 이다. 세연통증클리닉 최봉춘 마취통증전문의는 “가급적이면 무릎을 굽힌 상태에서 아이를 안고, 일어날 때도 무릎을 써서 일어나는 것이 허리에 부담을 줄일 수 있다”며, “아이를 앞쪽보다는 뒤쪽으로 안는 것이 허리의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 50~60대 여성 환자 가장 많은 ‘척추관 협착증’

‘척추관 협착증’은 척추관 내벽이 좁아져 다리로 내려가는 신경에 압박이 오면서 통증과 마비가 오는 질환을 말한다. 척추는 대나무처럼 안쪽이 비어있는데 빈 구멍을 통해 신경다발이 지나가고 이 구멍이 좁아져 신경을 압박하는 것이다.

보통 엉덩이부터 다리까지 통증이 느껴지는 것이 특징이다. ‘척추관 협착증’은 일정한 거리를 걷고 나면 다리가 죄어오고 자주 저린다. 또 누워 있거나 앉아서 쉬면 별 증상이 없어서 대수롭지 않게 여기기 쉽지만 심해지면 대소변 장애가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초기라면 약물이나 물리치료 등 비수술적 요법으로도 나아질 수 있으나, 오랫동안 치료되지 않고 신경 증상이 심해지거나 변형이 심해지면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 대부분 만성적인 허리 통증을 동반하고 있기 때문에 평소 요통을 자주 느끼는 노인에게 자주 나타나며, 손과 발까지 시리고 저린 증상을 자주 보인다면 ‘척추관 협착증’을 의심해 봐야 한다.

가장 흔한 원인은 노화로 인한 퇴행이지만 일반적으로 50대가 되면 뼈마디가 굵어지고 뼈와 뼈를 이어주는 인대도 두꺼워져 척추관을 좁게 만든다. 게다가 뼈마디 사이에 있는 추간판도 닳아 없어져 신경압박은 더욱 커지게 되는 것이다.

최봉춘 마취통증전문의는 “대부분 허리가 아프면 디스크일 거라고 생각하지만 중년을 넘기면 디스크보다 척추관 협착증으로 병원을 찾는 사람이 더 많다”며, “만약 평소 요통을 자주 느끼는 가운데 손발까지 시리고 저린 증상을 보인다면 ‘척추관 협착증’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지긋 지긋한 ‘척추관 협착증’, 황색인대제거술로 치료

‘척추관 협착증’은 초기 견인치료, 물리치료, 신경치료 등을 우선 실시하고 2~3개월 동안 증세에 호전이 없거나 계속 재발하는 경우 비수술이나 수술적인 방법으로 치료한다.

최근 일부 의료기관에서는 작은 내시경을 통증 부위에 삽입해 협착된 부위를 정확하게 확인하고 통증을 제거할 수 있는 ‘황색인대제거술’ 치료법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황색인대제거술은 9mm의 작은 구멍을 뚫고 통증 부위에 내시경을 삽입해, 허리통증의 주요 원인인 황색인대만을 확실하게 제거하는 최첨단 수술기법이다.

작은 내시경을 통해 시행되는 ‘황색인대제거술’은 기존 수술과 같이 근육이나 관절을 손상 시키지 않고, 두꺼워진 황색 인대만을 제거하기 때문에 허리통증을 말끔하게 치료해주며, 수술 후 생길 수 있는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최신 치료법이라고 할 수 있다. 수혈 없이 수술이 가능하며, 수술 시간 이후 보행이 가능해, 환자들이 정상 생활로 빠르게 복귀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 ‘척추관 협착증’ 예방하려면

일상생활에서 바른 자세를 유지해 허리에 주는 스트레스를 줄이는 것이 중요하며, 나쁜 자세라도 허리 관절이 견뎌낼 수 있도록 허리 근육을 강화하는 것도 필요하다. 또 마비를 동반한 협착증은 민간요법보다는 초기부터 척추 전문의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평소에도 규칙적인 운동, 체중관리, 금연, 금주, 규칙적인 골밀도 체크 등으로 뼈 건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홍성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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