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양지원 기자] 영화 ‘걸캅스’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여성 경찰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작품이다. 왕년에 잘 나갔던 형사와 의욕이 충만한 젊은 형사의 콤비 수사물이다. 사회적으로 대두된 몰카 범죄를 소재로 한다. 국내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소재와 장르가 신선함을 자아내지만 전형적인 범죄 물의 틀에 갇힌 전개가 아쉬움을 자아낸다.

‘걸캅스’는 48시간 후 업로드가 예고된 디지털 성범죄 사건이 발생하고 경찰마저 포기한 사건을 일망타진하기 위해 뭉친 걸크러시 콤비의 비공식 수사를 그린 영화다.

영화의 주인공 미영(라미란)은 1990년대 여자 형사 기동대 출신으로 한 때는 전설의 형사였으나 현재 민원실 퇴출 0순위의 주무관이다. 그러던 어느 날 민원실을 찾은 불안한 모습의 여성을 발견, 몸에 익힌 감각으로 사건을 추적한다.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지혜(이성경)가 의기투합한다. 눈만 마주쳐도 으르렁대는 시누이 올케 사이인 두 사람이 오로지 범죄자들을 소탕하기 위해 힘을 합친다. 여기에 해커 뺨치는 욕설 9단 민원실 주무관 장미(최수영)의 도움이 수사 속도에 불을 지핀다.

영화 '걸캅스' 리뷰.

영화는 결코 완벽하지 않은 여성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정의감은 넘치지만 허술한 모습이 인간미를 자아낸다. 초인적인 힘이 아닌, 마냥 강하지만은 않은 주인공들이 사건을 해결하고 악인들과 싸우는 모습이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사회적 문제들을 묵직한 시선 대신 유쾌하게 풀어가는 과정이 ‘걸캅스’의 매력이다. 자칫 어두워질 수 있는 소재지만 미영과 지혜의 코믹 콤비가 생동감 넘치는 에너지를 준다. 실제로 라미란과 이성경은 거친 액션과 카체이싱 장면을 직접 소화하며 리얼리티를 극대화했다.

또 최근 ‘버닝썬 사태’로 대두된 성범죄와 불법 촬영 범죄 등 시의적절한 소재가 몰입도를 높인다. 하정우, 성동일, 안재홍 등 내로라하는 배우들의 카메오 출연이 소소한 재미를 준다.

그러나 기존의 범죄코미디액션물의 틀을 벗어나지 못한 점이 아쉽다. 예상 가능한 전개, 반복되는 클리셰 등이 주를 이룬다. 소재는 참신하지만 완성도는 미흡하다. 또 허술한 주인공들이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과정은 영화 ‘청년경찰’을 떠올리게 한다. 물론 남성들의 전유물이었던 범죄 액션 버디물의 주인공이 여성들이라는 것만으로 주목할 만한 작품이다. 15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07분. 9일 개봉.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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