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일우 / 임민환 기자

[한국스포츠경제=신정원 기자] "'해치'를 통해 군 복무 전보다 연기적으로 많이 성장했다는 말 듣고 싶었다". 배우 정일우가 복귀작인 SBS 월화극 '해치'를 무사히 마친 소감을 전했다. 사회복무요원에서 소집해제 된 후 복귀작으로 '해치'를 택했던 정일우는 극중 천한 무수리의 몸에서 태어난 왕자, 젊은 영조인 연잉군 이금 역을 맡아 열연했다. 때로는 능청스럽고 때로는 진지한 모습으로 이금의 다양한 면을 그리며 역할에 충실했다. 나아가 태생적인 한계를 극복하고 왕이 되는 영조를 입체적으로 그려내 시청자들의 호평을 얻었다. 영조와 마찬가지로 배우 정일우 역시 작품을 통해 고된 성장통을 겪으며 새 마음가짐을 가졌다. 정일우는 "군 생활 전·후로 현장 분위기도 많이 달라졌지만, 나 역시 바뀌었다. 전에는 작품이 잘 안되면 자책하는 마음이 컸는데, 이제는 작품의 완성도를 보는 시각을 가지려 한다. 그러기 위해선 기회가 주어졌을 때 쉬지 않고 일을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전역 후 첫 작품을 무사히 마친 소감이 어떤가.
"2년 넘게 군백기(군생활로 생긴 공백기)를 가지면서 일에 대한 열망이 컸다. 복귀작으로 '해치'를 선택한 후 6개월 동안 쉴 틈 없이 달려왔다. 사실 복귀작에 대한 고민이 많았지만, 작가님과 감독님이 좋은 대본, 좋은 캐릭터 만들어주셔서 하게 됐다. 물론, 캐릭터 해석하는 것부터 해서 어려운 점도 있었다. 그럼에도 잘 마무리한 것 같다. 이번 작품을 통해 '연기적인 것들이 군 생활 전보다 성장했다'는 말 듣고 싶었는데, 많은 분들이 좋은 얘기를 해주셔서 만족하면서 끝냈다."
 
-군 복무 전·후로 현장 분위기 바뀐 것 느끼나.
"일단, 밤을 새우지 않는다는 게 가장 큰 변화인 것 같다. 이번 작품이 유난히 현장 분위기가 좋아서 그런 건지도 모르겠다. 카메라, 조명 감독님이 열정을 갖고 해주시니까 배우 입장에서 감독님들을 믿고 따라갔다."
 
-젊은 영조인 연잉군 이금 역할에 대한 분석은 어떻게 했나.
"처음에 영조 역할을 받고 나서 책도 읽고, 영조가 나오는 작품을 다 챙겨 봤다. 군 생활했을 때 역사에 빠삭한 친구를 사귀었는데, 그 친구랑도 대화를 많이 나눴다. 그런데 미팅 때 작가님께서 '새롭게 창조된 인물'이라고 해 잠시 멘붕이 왔었다.(웃음) 큼지막한 사건들은 그대로 가져왔지만, 그 안에 벌어진 작은 사건들은 재창조 된다는 거였다. 그 뒤로는 작가님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캐릭터를 잡아갔다. 매회 처한 상황이 극과 극을 달렸기 때문에 상의하면서 촬영했다. 작가님이 정말로 대단하신 게, 대본 쓰기에도 바쁜데 저를 포함한 모든 배우 한 명 한 명에게 코멘트를 해주시더라. 촬영이 끝날 때까지 대본을 맞춰주는 모습을 보고 감동했다. 작가님 아니었으면 이 작품은 무사히 끝나지 못했을 거다."

정일우 / 임민환 기자

-그동안 다양한 작품에서 다뤄진 인물인 만큼 차별점에도 신경을 썼을 것 같다.
"아무리 같은 역할이어도 배우들마다 해석하는 게 다르고, 극의 흐름도 다 다르다. 딱히 차별점을 두려 하지 않았고, 이 작품 안에서의 영조에 몰입하려고 했다. 부단히 노력한 건 얼굴을 안 쓰면서 연기하려 했다. 그동안 해왔던 시트콤, 로맨틱 코미디 작품을 보니 내 눈빛이 과하더라.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진정성 있는 연기를 그리고자 했다. 눈에 최대한 힘을 빼고 감정에 집중했다. 또한 기존 '영조'라는 인물에 대해선 철두철미한 느낌을 받았었는데, '해치'에서의 왕은 감성적인 느낌을 많이 받았다. 항상 백성을 생각하고, 타인의 삶을 이해하는 인물이었다. 그러한 포인트를 놓치지 않으려 했다. 아무리 악인이어도 이 사람이 이렇게 될 수밖에 없던 이유를 이해하려 했다."
 
-오랜만에 한 드라마 촬영이었는데, 체력적으로 힘들지 않았나. 
"24부작이었지만, 유독 이 작품은 더 길었던 느낌이다. 어느 한 장면 안 나온 곳이 없을 정도로 전국 팔도를 다 돈 것 같다. 체력적으로 힘들어서 헤르페스 바이러스에 걸려 일주일간 고생한 적도 있다. 그래도 영조가 위기를 극복해 나갔듯 죽기 살기로 해보자는 마음으로 악으로 깡으로 버텼다. 나중에는 성대결절에 걸려 목소리도 안 나오고, 병원에 가서 링거도 맞는 상황에 이르렀지만, 그렇게 고생했기 때문에 더 애정이 가는 것 같다. '해치'는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거다."
 
-촬영 중 고아라 씨의 부상으로 장면이 일부 변경되기도 했는데, 아쉽진 않았나.
"(고)아라가 정말 고생을 많이 했다. 끝까지 잘 마무리해준 게 고마울 뿐이다. '해치' 촬영이 방송보다 3주 앞서 진행됐었는데, 아라가 다치면서 2주간 촬영이 멈췄다. 대본도 많이 수정돼 걱정하긴 했다. 하지만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기 때문에 그저 아라가 의지를 갖고 복귀해준 게 고마웠다. 그리고 걱정보다 크게 다치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정일우 / 임민환 기자

-절친 이민호도 최근 소집해제 했다.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나.
"일단 고생했다고 말해주고 싶다. 작품에 들어가기 앞서 체력 관리도 잘 하라고 얘기해주고 싶고.(웃음) 둘도 없는 친구니까 복귀를 성공적으로 치렀으면 좋겠다. 민호가 제 작품 모니터링도 해줬다. 너무 고맙다. 많은 팬이 기다리고 있으니 좋은 작품으로 얼른 복귀했으면 좋겠다."
 
-배우 활동 외에 '잡지 편집장'으로도 새로운 활동을 시작했다. 매거진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가 있나.
"배우가 배우로만 비치기엔 콘텐츠가 다양해졌다. 그렇다고 말주변이 좋아 1인 방송을 하기엔 부담스럽고. 해서 내가 가진 감성과 요즘 관심 있는 분야를 대중과 공유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으로 편집장에 도전했다. 항상 질문을 받던 입장에서 인터뷰 기사를 싣기 위해 질문을 던지니까 흥미롭더라. 배우뿐만 아니라 다양한 아티스트와 공유하고 싶고, 그걸 대중에게도 전달하고 싶은 마음이다. 수익을 생각하고 시작한 건 아니지만, 잡지 만드는데 의외로 지출이 크더라.(웃음) 꾸준히 낼 예정이고, 한국뿐만 아니라 해외 팬분들도 볼 수 있게 내놓으니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 
 
-30대 정일우의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가.
"20대 때 후회한 것 중 하나가 '공백기'다. 데뷔작 '하이킥'으로 큰 사랑을 받았는데,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관심을 받으니까 감당하기 버거웠다. 또 이후에 출연하는 작품이 잘 안되면 다 나 때문인 것 같다는 생각에 사로잡혔었다. 그저 최선을 다하면 된 건데, 그땐 그런 생각에 빠져 살았다. 대체 복무하면서 심경에 변화가 온 것 같다. 일에 대한 갈증도 많이 느꼈다. 앞으로 다양한 도전을 많이 하려 한다. 아픔을 겪고, 기쁨을 맛보고 하다 보면 밝은 40대를 맞을 수 있을 것 같다. 또 대중이 나를 떠올렸을 때 '선한 배우'로 기억됐으면 한다. 공인은 아니지만 어쨌든 큰 영향력을 끼친다고 생각한다. 사회에 좋은 영향력을 줄 수 있는 그런 배우가 되고 싶다."

신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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