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용수/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최용수(43) FC서울 감독을 만날 때마다 드는 두 가지 생각이 있다. ‘말을 잘 한다’는 것과 ‘리더답다’는 것이다. 여기서 ‘말을 잘 한다’는 의미는 아나운서처럼 말을 조리 있게 잘 한다는 뜻이 아니다. ‘취재진 앞에서 감독으로서 해야 할 말을 제때 한다’는 의미다.

지난달 30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수원 삼성과 슈퍼매치를 1-1로 마친 뒤에도 최 감독은 수장으로서 해야 할 말을 시원하게 했다. 서울은 이날 경기 후반 역습 상황에서 아드리아노(29)가 수원 곽희주(35)에게 잡혀 넘어지면서 추가득점에 실패했다. 이외에도 몇 차례 서울에 불리한 듯 한 판정이 내려졌지만, 최 감독은 “아쉽다”면서도 “심판 판정은 절대적으로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판정 불만 얘기는 내게 크게 와 닿지 않는 부분이다”며 오심 논란을 일축했다. 승부를 내지 못한 것에 구차한 변명이나 이유를 달 필요가 없다는 자세였다.

최 감독은 지난해 여름 중국 슈퍼리그 장쑤 쑨텐으로부터 연봉 20억 원의 파격 제안을 받았을 때도 리더의 면모를 보였다. 그 해 7월 서울월드컵경기장 내 감독실에서 만난 그는 ‘중국행을 거절한 것이 아쉽지 않느냐’는 취재진의 거듭된 질문에 자신의 축구 철학과 인생 가치관을 밝히면서 결코 후회되지 않는다고 했다. 거절 이유로 그는 구단, 선수, 팬들에 대한 믿음의 문제를 거론했다. 감독으로서 무책임하게 팀을 떠날 수는 없다는 게 그의 설명이었다. 그는 “돈만 좇아서는 안 된다”며 지혜로운 인생관을 내비치기도 했다.

차두리(36)의 2015 K리그 대상 시상식 베스트DF상 수상 소감에서도 최 감독의 역량은 드러난다. 차두리는 “진흙탕에 있던 내게 손을 내밀어줘 멋진 은퇴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신 최 감독님이 가장 고맙다. 용수 형, 이제 편하게 봅시다"는 말을 했다. 2013년 2월 분데스리가 포르투나 뒤셀도르프와 계약을 해지한 차두리는 곧바로 서울의 유니폼을 입게 됐다. 최 감독은 ‘야인’으로 남을 뻔한 차두리를 ‘레전드’로 변화시키는 데 기여했다. 차두리는 서울의 구심점이 되면서 팀에 큰 보탬이 됐고, 2년 후 개인으로서도 영예롭게 은퇴했다. 최 감독은 아낌없는 조언으로 박주영(31)의 K리그 리턴을 현실화시켰으며 적재적소 기용으로 그의 부활도 도왔다.

‘축구선수 최용수’는 묵직했고 선이 굵었다. ‘축구감독 최용수’도 비슷한 연결선상에 있다. 최 감독은 말을 앞세우지 않는다. 때론 무뚝뚝하다고 느낄 정도로 간결하게 말하지만, 거기엔 ‘진정성’이 담겨 있다. 경기에서 지거나 이길 때도 표정, 목소리 톤의 변화가 거의 없다. ‘일희일비(一喜一悲)’ 하지 않는 스타일이다.

2011년 12월 서울의 지휘봉을 처음 잡을 때만 해도 리더로서 그의 성공을 예상하는 이들은 많지 않았다. 그러나 최 감독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성공시대를 열고 있다. 현재 최 감독은 명실상부 1위팀의 리더다.

박종민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