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시공성·품질 저하 문제 발생 가능성 '커'
서울 가양동 가양모듈러실증단지 전경.(사진=건설기술연구원)

[한국스포츠경제=황보준엽 기자]모듈러 공법을 적용한 시설물 설계 시 모듈의 조달 여건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생산된 모듈을 '레고 블록'을 맞추듯 조립하는 모듈러 건설의 특성상 설계 시 모듈의 조달 여건을 고려하지 않으면, 시공성 및 품질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12일 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박희대 건산연 부연구위원은 최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모듈러 건설사업의 수행 방식과 시사점'이라는 정책동향 보고서를 발표했다. 

모듈러 건설이란 기본 골조와 전기 배선, 온돌, 현관문, 욕실 등 집의 일부 또는 전부를 공장에서 제작해 현장에서 조립하는 기술이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공장에서는 건축물(모듈)을 제작하는 동시에, 해당 부지에서는 '레고 블록'을 맞추듯 조립만 하면 돼 공사기간 단축과 원가 절감효과가 있다. 특히 장마나 동절기 등 날씨에 구애받지 않고 악천후에도 작업을 진행할 수 있어, 기존 철골 콘크리트구조 및 철골조 방식과 비교해 최대 50%까지 공사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주 52시간 근무제 및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고민이 깊어진 건설사들이 이를 상쇄할 방안으로, 하나 둘 모듈러 건설로 진출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모듈러 기술을 개발하고 있으며, GS건설도 신사업으로 검토 중이다. 이 밖에도 현대엔지니어링과 포스코 건설 등 대형 건설사들의 주요 타켓이 되고 있다. 건산연은 오는 2020년 모듈러 시장 규모가 1조원 이상으로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처럼 모듈러 시장이 확대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성급하게 시장에 뛰어들면 모듈러 건축 경험이 부족한 국내 업체들은 시행착오를 겪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반적인 건설공사와 유사한 설계-조달-시공 순의 사업 방식을 적용할 시, 모듈 생산업체의 생산과 조달 여건을 고려하지 않게 돼, 모듈의 제작 및 조달이 공사의 성공에 영향을 크게 미치는 모듈러 건설사업의 특성상 시공성 및 품질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례로 미국의 A 발주처는 건축공사의 설계가 완료된 후 시공기업과 사전제작기업을 차례로 선정하고, 모듈 생산 예산을 시공금액(GMP)에 포함했다. 설계가 모듈 생산설비 및 생산 가능 여부를 충분히 반영하지 않은 채 진행된 셈이다. 결국 30%의 공기 단축을 이뤘으나, 누수 등 품질 문제가 일부 발생했다.

이에 따라 모듈러 건설 시 설계단계부터 사전제작기업을 우선 선정하는 방식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모듈의 조달 여건을 고려한 엔지니어링 및 설계를 전제로 사업이 추진돼야 한다는 의미다.
 
박희대 건산연 부연구위원은 "설계기업과 사전제작기업과의 직·간접적 협력을 통해 모듈러 생산 시스템 특성을 고려한 설계가 이뤄지는 것이 필요하다"며 "사전에 모듈생산업체의 설비 및 기술력을 확인한 후 설계가 이뤄지는 것이 시공성 및 품질에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이라고 말했다.

황보준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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