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기생충' 포스터./CJ엔터테인먼트 제공.

[한스경제=양지원 기자] 봉준호 감독의 신작 ‘기생충’이 제 72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 후보에 올랐다. 국내 영화팬들의 기대를 받고 있는 ‘기생충’이 칸에서 수상의 영예를 안을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칸 영화제는 명성 높은 감독들의 작품이 줄지어 라인업 돼 어느 때보다 황금종려상 쟁탈전이 치열할 것으로 전망된다.

■ 이미 두 번 칸 정복..거장들의 출사표

켄 로치 감독(왼쪽부터), 다르덴 형제./한국스포츠경제DB

‘기생충’을 비롯해 총 21편의 작품이 경쟁 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당초 19편의 작품이었으나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신작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와 압델라티프 케시시 감독의 ‘메크툽, 마이 러브 : 칸토 우노’가 칸영화제 경쟁 부분에 추가로 초청됐다.

작품이 늘어난 만큼 황금종려상을 향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진 셈이다. 유력한 황금종려상 후보로는 추가로 초청 받은 타란티노 감독의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케시시 감독의 ‘메크툽’과 켄 로치 감독의 ‘쏘리 위 미스드 유’, 피에르 뤽 다르덴 형제 감독 ‘영 아메드’, 테런스 맬릭 ‘어 히든 라이프’, 페드로 알모도바르 ‘페인 앤 글로리’, 자비엔 돌란 ‘마티아스 앤드 막심’ 등이 거론되고 있다.

무엇보다 켄 로치와 다르덴 형제 감독은 두 차례나 칸에서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각각 ‘나, 다니엘 블레이크’(2016)와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2006), ‘로제타’(1999)와 ‘더 차일드’(2005)였다. 맬릭은 ‘트리 오브 라이프’(2011)로, 타란티노는 ‘펄프 픽션’(1994)으로 케시시는 ‘가장 따뜻한 색 블루’(2013)로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이들뿐만이 아니다. 좀비 이야기를 다룬 개막작 ‘더 데드 돈트 다이’의 짐 자무시 감독과 칸에 최연소 천재 감독으로 자리를 굳힌 자비에 돌란의 ‘마티아스 앤드 맥심’도 유력한 수상 후보다.

■ 봉준호 감독, 한국영화 무관 설욕 씻을까

봉준호 감독./한국스포츠경제DB

봉준호 감독 역시 칸의 총애를 받는 감독임에는 틀림없다. 2017년 ‘옥자’에 이어 올해 ‘기생충’으로 두 번째 경쟁부문에 올랐다. 봉준호 감독의 칸 초청은 2006년 ‘괴물’ 감독주간, 2008년 ‘도쿄!’ 주목할 만한 시선, 2009년 ‘마더’로 주목할 만한 시선에 이어 다섯 번째다.

게다가 ‘기생충’은 칸이 선호하는 가족드라마라는 점에서 수상 가능성을 높게 칠 만하다. 지난 해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은 가족을 새로운 관점에서 풀어낸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어느 가족’이었다. ‘기생충’ 역시 기존의 가족 이야기와 다르다는 점, 관습을 비튼 봉 감독의 신작이라는 점에서 주목 받고 있다.

특히 심사위원장이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라는 점 역시 유리하게 작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버드맨’(2015)으로 제87회 아카데미상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등을 휩쓸고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로 남우주연상(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과 감독상을 차지한 멕시코 출신 감독이다. 고정관념의 틀을 깬 새로운 시각을 지향하는 감독인만큼 봉 감독의 작품을 선호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냐리투 감독을 필두로 부르키나파소 배우이자 감독인 마우모나 느다예, 미국 각본가이자 감독·제작자인 켈리 리처드, 이탈리아 감독이자 각본가 알리체 로르바케르, 프랑스의 그래픽 소설 작가이자 감독인 엔키 비라르, 프랑스 감독 로뱅 캉피요, 그리스 감독 요르고스 란티모스, 폴란드 감독 파벨 파블리코프스키가 선정됐다. 배우로는 엘르 패닝이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다. 패닝을 제외하고 심사위원들이 감독으로 이뤄진 만큼 ‘기생충’의 작품성을 높이 평가하지 않겠냐는 예측도 이어진다.

그 동안 한국영화는 박찬욱 감독의 ‘박쥐’(2009)가 심사위원상을 받은 후 수상작이 없었다. 지난 해 ‘버닝’이 경쟁부문에 초청됐으나 무관에 그쳤다. ‘기생충’이 움츠러든 한국영화의 기를 살릴 수 있을지 기대를 모은다.

■ 여성 감독들의 성과 어떨까

제72회 칸 영화제 포스터.

올해 경쟁 부문에는 지난 해보다 한 편 늘어난 4편의 여성 감독의 작품이 첫 선을 보인다. 여전히 성비율이 다른 영화제에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여성 감독들이 어떤 성과를 거둘지 관심사다.

예시카 하우스너 ‘리틀 조’, 셀린 시아마 ‘포트레이트 오브 어 레이디 온 파이어’, 쥐스틴 트리에 ‘시빌’ 등 모두 칸 경쟁 진출은 처음이다. 또 ‘아틀란티크’를 들고 칸 영화제를 찾는 마티 디오프는 처음으로 칸에 입성한다.

여전히 여성 감독들의 작품 수는 적은 편이지만 칸 영화제는 심사위원들의 성비율을 동등하게 맞췄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칸 영화제는 “올해 가장 위대한 영화를 심사하기 위해 4대륙 7개국 국적을 가진 4명의 여성과 4명의 남성으로 심사위원을 구성했다”고 밝혔다.

올해 칸영화제는 14일부터 25일까지 프랑스 남부 휴양도시 칸에서 열린다. 한국영화는 ‘기생충’ 외에 이원태 감독의 ‘악인전’이 비경쟁부문인 미드나잇 스크리닝에 초청됐다. 연제광 감독의 ‘령희’는 학생 단편 경쟁 부문 시네파운데이션에서 선보인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17년 단편애니메이션 제작지원작’인 정다희 감독의 단편 애니메이션 ‘움직임의 사전’이 사이드바로 불리는 병행 섹션, 감독 주간에서 공개된다.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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