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인&아웃] 금융권 우리사주제도, 금사과일까? 독사과일까?
[금융 인&아웃] 금융권 우리사주제도, 금사과일까? 독사과일까?
  • 권혁기 기자
  • 승인 2019.05.14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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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사심 고취 및 조합원 재산 증식 기회에서 노조 투쟁 수단으로 활용
KB금융지주 우리사주조합이 지난 3월 대의원대회를 열고 있다. /사진=KB국민은행 노조 제공
KB금융지주 우리사주조합이 지난 3월 대의원대회를 열고 있다. /사진=KB국민은행 노조 제공

[한스경제=권혁기 기자] 흔히 아침에 먹는 사과는 '금(金)사과', 저녁에 먹는 사과는 '독(毒)사과'라고 한다. 사과를 아침 식후 먹으면 식이섬유인 펙틴으로 인해 장운동을 부드럽게 자극하면서 대변을 수월하게 볼 수 있게 하기 때문에 생겨난 말이다. 저녁에는 오히려 장의 소화기능에 부담을 주기 때문에 화장실을 자주 찾게 돼 지양하는 게 좋다는 설명이다.

물론 과장이 섞여 과학적으로는 근거가 없다는 의견도 있지만 이처럼 '사과'를 어떻게 먹느냐에 따라 그 효과가 달라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금융권의 '우리사주제도' 역시 그렇다. 우리사주제도는 근로자들에게 자사주를 취득하게 하는 제도로, 근로자가 우리사주조합을 설립해 자기회사의 주식을 획득하고 보유하는 것을 뜻한다.

근로자의 재산형성을 돕고 기업생산성 향상 및 협력적 노사관계 등을 목적으로 미국·영국 등 세계 여러 나라에서 도입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사주제도가 최근 노조의 경영권 개입 등 투쟁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4일 카카오뱅크(한국카카오은행)는 지난달 18일 우리사주조합 창립 총회를 개최하고 조합의 규약, 임원 선임 등의 설립 절차를 마쳤다. 우리사주조합을 통해 카카오뱅크 임직원들은 우리사주매수선택권의 배분 대상 및 기준 등의 논의를 할 수 있게 됐다. 카카오뱅크 우리사주조합 조합원은 총 638명이다.

4대 금융지주 역시 우리사주제도를 도입해 운영 중이다.

KB금융지주 우리사주조합은 12개 계열사 2만여명 조합원으로 구성돼 있다. 조합에서 자사주 0.60%를 보유하고 있다. 작년 연말 기준 주식 보유 조합원은 2만 2282명이다.

3월 기준으로 신한금융지주 우리사주조합이 확보한 지분은 5.07%다. 5%가 넘을 경우 공시토록 돼 있어 신한금융지주는 최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해당 내용을 공시했다. 신한금융지주 우리사주조합원 수는 2만 784명(2018년 말 기준)이다.

우리금융지주 우리사주조합은 지난 12일 기준 지분 6.81%를 보유하면서 3대 주주로 올라섰다. 지주사 전환을 앞두고 직원들의 자사주 취득을 독려하면서 지분이 크게 늘었다는 후문이다. 조합원 수는 약 1만 5000여명이다.

하나금융은 0.81%가 우리사주조합 지분이다. 조합원 수는 7791명으로 적은 편이다.

◆ 지분 늘려 경영 참여하려는 KB국민은행 노조

그중 KB국민은행 노조는 지분을 통해 적극적으로 경영에 참여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KB금융지주 우리사주조합과 KB노동조합협의회는 지난 2월 7일 6개월 이상 보유지분 0.194%를 위임받아 백승헌 변호사(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전 회장)를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하는 주주제안서를 제출했다.

이후 백 변호사가 KB손해보험의 구상 업무 관련 일부 소송을 자문하거나 대리한 일이 있어 노사간 흠결 논란이 예상된다며 철회했지만 류제강 KB금융지주 우리사주조합장은 "다음 주주총회에서도 사외이사후보 주주제안을 계속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우리사주조합의 지분 확대 계획도 발표했다. 류 조합장은 "조합원들의 자기자금 출연을 지속적으로 확대, 조합원 1인당 2000만원 정도의 자금을 대출 등을 통해 조달하고 우리사주로 배분함으로써 지분율 확대는 물론 실질적인 KB금융의 '주인되기 운동'을 전개해 나가겠다"고 공언했다.

KB금융지주 우리사주조합은 지난해에만 338억원의 자사주를 매입하는 등 매년 출연규모를 확대하고 있다. KB국민은행 임단협(임금과 단체협상)에서 보로금 100%를 우리사주조합에 무상출연하기로 타결되면서 마련된 650억원 규모의 재원 등을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사주제도는 직원들의 애사심을 높이는 한편 주식 상승으로 인한 재산 증식을 돕기 위해 도입됐지만 최근 금융권 노조의 행보는 투쟁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게 아닌가 싶다"면서 "노조가 회사의 발전을 위해 목소리를 내는 것은 환영할 일이나 자기 이익을 위해서만 활용돼서는 안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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