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오렌지라이프 매각·상장 선례 매력적
산업은행이 자회사 KDB생명의 연내 매각을 추진하기로 했다.  /사진=KDB생명

[한스경제=이승훈 기자] 최근 금융권의 보험사 매각 경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은행 수익의 포화로 금융지주들의 비은행 부문 확충의 중요성이 커지는 가운데 일부 보험사의 매각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올해 하반기 보험업권이 금융지주들의 인수 경쟁 대상이 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아울러 보험사 M&A(인수·합병) 시장에서 사모펀드의 승리가 유력하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지난 3일 롯데손해보험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사모펀드(PEF)인 JKL파트너스가 선정된 바 있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대주주인 산업은행은 KDB생명의 경영정상화를 발판으로 연내 매각을 추진한다. 아울러 KDB생명은 하반기 중 주관사를 선정하고 기업공개(IPO) 준비에 들어간다. 연내 매각이 성사되지 않을 것을 대비해 KDB생명이 자체적으로 상장을 준비하는 것이다.

KDB생명은 지난해 순이익 64억원으로 2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으며 RBC비율도 215.03%를 달성했다. KDB생명은 2016년과 2017년 각각 당기순손실 102억원, 761억원을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KDB생명이 매각과 상장 모두 성공한 오렌지라이프의 뒤를 이을지 주목하고 있다. 사모펀드 MBK파트너스는 2013년 ING생명(현 오렌지라이프)을 1조8400억원에 인수해 지난해 2조2989억원에 신한금융에 매각했다.

이 과정에서 오렌지라이프는 지난 2017년 5월11일 코스피에 상장했다. 이후 공모가 3만3000원의 두 배 가까운 6만2100원을 기록하는 등 유일하게 공모가를 넘어선 생보사로 기록되면서 성공적인 상장을 이뤄냈다는 평가다.

또한 지난 2010년 동양생명이 기업공개에 성공한 뒤 안방보험에 높은 가격으로 팔린 선례도 있다.

아울러 시장에서는 최근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 중소형 손해보험사 롯데손보와 같이 사모펀드 운용사의 KDB생명 인수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우리금융지주와 KB금융지주가 생보사 인수를 고려 중이지만 KDB생명은 생보업계 12위 교모의 중소형사로 이들의 관심을 끌기 부족하다는 것이다. KDB생명의 지난해 12월 말 총자산은 18조7965억원, 연간 수입보험료는 2조9015억원이다.

반면 사모펀드는 보험사를 매입한 뒤 가치를 높여 되팔아 매각 차익을 극대화할 수 있고, 보험사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 등으로 자본확충이 시급해진 상황에서 사모펀드의 자금으로 재무건전성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산업은행은 지난 2010년 KDB생명을 인수한 이래 2014년과 2016년에 걸쳐 3차례 매각을 시도했지만 인수자를 찾지 못했다. 이번 매각 추진이 네 번째인 만큼 성공여부는 아직 미지수다.

상위사인 동양생명과 ABL생명이 잠재적인 매물로 나와 있다는 점도 매각 흥행 가능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두 회사의 대주주인 중국 안방보험그룹은 현지 정부의 위탁경영 계획에 따라 모든 해외 자산에 대한 분석과 평가를 진행 중이다. 평가 결과에 따라 국내 자회사인 동양생명, ABL생명 지분 매각 여부가 최종 결정될 예정이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동양생명과 ABL생명 총자산 합산액은 51조2254억원으로 각각 31조9207억원, 19조3047억원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생보사 인수 기회를 엿보고 있는 은행계 금융지주사들이 동양·ABL생명 패키지 인수를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나온다.

소형 생보사인 KB생명을 자회사로 두고 있는 KB금융은 비(非)은행 포트폴리오 강화를 위해 생보사 M&A를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PEF 운용사인 MBK파트너스와 손잡고 롯데카드 매각 입찰에 참여했던 우리금융도 인수 후보 중 하나다.

투자금융(IB)업계 관계자는 "사모펀드가 보험사를 인수한 다음 구조조정 등을 통해 체질개선을 진행하고 다시 시장에 내놓으면 오렌지라이프처럼 빅딜이 될 수 있다"며 "국내 금융지주들도 비은행 부문 강화에 나서고 있어 수요도 충분히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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