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환갑’ FC서울 박주영, 축구에 다시 눈을 뜨다
‘축구 환갑’ FC서울 박주영, 축구에 다시 눈을 뜨다
  • 이상빈 기자
  • 승인 2019.05.14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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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C서울 박주영, 올 시즌 11경기 3골 2도움
지난 시즌 20경기 3골 기록 벌써 경신
박주영 “제2의 전성기요? 그건 아닌 것 같아요”
FC서울 공격수 박주영이 12일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1 11라운드 대구FC와 홈 경기에서 2-1로 승리한 뒤 환호하고 있다. 박주영은 이날 1-1로 팽팽하던 후반 38분 프리킥 결승골을 터뜨렸다. /FC서울 페이스북
FC서울 공격수 박주영이 12일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1 11라운드 대구FC와 홈 경기에서 2-1로 승리한 뒤 환호하고 있다. 박주영은 이날 1-1로 팽팽하던 후반 38분 프리킥 결승골을 터뜨렸다. /FC서울 페이스북

[한국스포츠경제=이상빈 기자] 2004년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제33회 20세 이하 아시아청소년축구선수권대회 중국전. 전반 37분 만 19살 한국 공격수가 긴 머리를 휘날리며 페널티 박스 안에서 수비수 네 명을 잇달아 드리블로 제쳤다. 골키퍼까지 속이는 슈팅으로 마침내 선제골을 터뜨렸다. 스타 기근에 시달리던 한국 축구에 천재의 등장을 알린 순간이다. 박주영(34ㆍFC서울)은 그렇게 사람들의 관심 속에 장차 태극전사를 대표할 기대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후 10년간 탄탄대로가 이어졌다. 2005년 생애 처음으로 성인 국가대표팀에 발탁된 뒤 2006 독일월드컵, 2010 남아공월드컵, 2014 브라질월드컵 무대를 누볐다. 유럽 진출도 이뤄냈다. 프랑스, 잉글랜드, 스페인 무대에서 뛰었다.

박주영(10번)은 2005년 생애 처음으로 대한민국 성인 축구 국가대표팀에 발탁된 뒤 10년 가까이 활약했다. 사진은 2005년 10월 이란과 평가전 때 모습. /연합뉴스
박주영(10번)은 2005년 생애 처음으로 대한민국 성인 축구 국가대표팀에 발탁된 뒤 10년 가까이 활약했다. 사진은 2005년 10월 이란과 평가전 때 모습. 박지성(7번)의 모습도 보인다. /연합뉴스

성공과 좌절을 안긴 해외 생활을 청산하고 2015년 3월 친정팀 서울로 돌아왔다. 전성기가 지났다는 평가를 듣던 ‘나이 든’ 박주영은 2019년 현재 제2의 전성기를 방불케 하는 놀라운 활약으로 팀의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우리나라 나이로 서른다섯. 축구 선수로서 환갑에 가까운 박주영은 ‘늙었다’가 아닌 축구에 ‘눈을 떴다’는 말이 어울리는 베테랑으로 우리 곁에 돌아왔다.

◆ FC 서울 공격의 핵

11라운드까지 치른 2019시즌 하나원큐 K리그1에서 박주영은 전 경기에 나서며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다. 이 중 선발 10회, 교체로 1회 출전했다. 팀 기여도도 높다. 3골 2도움으로 5개 공격 포인트를 올렸다. 팀 최다 기록이다. 그가 넣은 세 골 모두 체력과 집중력이 떨어지는 후반전에 나왔다.

순도 역시 높다. 특히 강팀과 경기에서 분위기를 바꾸는 동점골 또는 결승골을 터뜨렸다. 지난달 2일 5라운드 울산 현대 원정 경기(1-2 패)에서 0-2로 끌려 가던 후반 45분 만회골을 잡아냈다. K리그1 개막 한 달여 만에 나온 시즌 1호골이었다.

박주영은 12일 대구와 경기에서 후반 38분 프리킥으로 역전골을 터뜨렸다. 이 골에 힘입은 서울이 대구를 2-1로 꺾고 K리그1 3위를 탈환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5일 10라운드 수원 삼성과 슈퍼매치에서 후반 종료 직전 고요한(30)이 얻어낸 페널티킥을 골로 마무리해 시즌 두 번째 득점을 터뜨렸다. 11일 대구FC와 홈 경기에서는 원맨쇼를 펼쳤다. 전반 13분 대구 김우석(23)에게 선제점을 내준 지 2분 만에 세트피스 프리킥 기회에서 정확한 킥으로 황현수(24)의 동점 헤더골을 도왔다.

후반 38분엔 감각적인 오른발 감아차기 프리킥으로 역전 결승골까지 터뜨렸다. 시즌 3호골이자 두 경기 연속골. 박주영의 맹활약에 힘입은 서울은 홈에서 대구를 잡고 3위로 올라섰다.

◆ 서른다섯, 축구에 다시 눈을 뜨다

박주영이 터뜨린 수많은 골 중 단연 최고로 꼽히는 건 2012 런던올림픽 남자 축구 일본과 동메달 결정전(2-0 승)에서 나온 선제 득점이다. 폭발적인 질주와 현란한 드리블로 일본 수비수 네 명을 제치고 깔끔한 마무리에 성공했다. 아쉽게도 지금 박주영에게 그때와 같은 플레이를 기대하기 힘들다. 예전과 같은 번뜩이는 움직임은 줄고 스피드도 많이 저하됐다. 20대 때 화려한 모습만을 기억하는 사람들에겐 지금의 그가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박주영은 여전히 위력적이다. 타고난 축구 지능을 바탕으로 흘러가는 세월에 맞춰 스타일을 바꿨다. 간결한 터치와 적은 움직임으로 효율적인 플레이를 구사하기 시작했다. 축구를 정말 쉽게 한다. 경기를 읽는 시야는 더욱더 넓어졌고 2선에서 날카로운 침투 패스로 동료에게 기회를 열어준다. 경기력이 점점 더 노련하고 완숙해지고 있다.

12일 대구전에서 전반 15분 황현수의 골을 도운 뒤 기쁨에 젖은 박주영. /FC서울 페이스북
박주영의 환상적인 도움! 12일 대구전에서 전반 15분 황현수의 골을 도운 뒤 기쁨에 젖은 박주영. /FC서울 페이스북

경기 중 벌어지는 예기치 못한 상황도 경험에서 얻은 다양한 판단 능력으로 해결한다. 상대 도발에 말려들지 않으며 여유롭게 넘어간다. 실제 그가 뛰는 경기를 보고 있으면 축구에 통달했다는 느낌을 준다. 여기에 세트피스에서 날카로운 킥력도 여전하다.

코칭스태프와 축구 전문가들도 박주영의 최근 활약상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 최용수 서울 감독은 11일 대구전을 마치고 “베테랑 선수로 훈련장과 경기장에서 후배들에게 모범을 보여주고 있다. 책임감 있는 선수”라며 박주영이 팀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날 박주영의 결승골 장면을 떠올리며 놀랍다는 반응을 거듭 보였다. 최 감독은 “지금 제2의 전성기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열심히 해주고 있다. 이런 중요한 경기에 승패를 가르는 결정적인 마침표를 찍어서 칭찬해주고 싶다”라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최용수 서울 감독 “박주영, 지금 제2의 전성기라는 생각이 들 정도.” /한국프로축구연맹

한준희 KBS 축구 해설위원은 박주영의 상승세를 선수 개인의 노력과 달라진 소속팀 환경에서 찾았다. 한 위원은 14일 본지에 “박주영의 몸 상태가 지난해보다 한결 나아졌다는 느낌을 받는다. 동계 훈련 효과가 나오는 듯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최 감독의 존재가 박주영의 활약에 날개를 달아줬다고 주장했다. “최 감독의 부임이 정신적으로 좋은 영향을 줬다. 아울러 고참으로서 책임감이 커진 점도 올 시즌 활약의 저변”이라고 말했다.

김대길 KBSN 스포츠 축구 해설위원도 “지난 시즌까지는 경기 출전이 불안정한 상태였다. 올 시즌 최 감독 절대적 신뢰 속에서 출전이 안정되고 체력적으로 많이 올라온 것이 경기력에 도움을 주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김태륭 전 축구 해설위원도 입을 모았다. “직접 이야기를 나눠보니 올 시즌은 마음의 여유가 생겼고 플레이 하는 게 예전보다 더 쉬워졌다더라”면서 “슈팅을 남발하는 스타일이 아니기에 체력적으로도 빨리 지치지 않는다. 동료와 연계 플레이에도 주목할 사항이다.  자기도 이런 게 더 재밌다고 하더라. 확실히 베테랑이 되면서 경기력이 자유로워졌다고 느낀다”라고 털어놨다.

5일 수원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수원 삼성과 슈퍼매치에서 후반 종료 직전 극적인 페널티킥 동점골을 터뜨린 박주영. /한국프로축구연맹
박주영의 극적인 슈퍼매치 동점골! 5일 수원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수원 삼성과 슈퍼매치에서 후반 종료 직전 극적인 페널티킥 동점골을 터뜨린 박주영. /한국프로축구연맹

◆ 박주영 “제2의 전성기? 그런 것 같진 않아요” 

대구와 혈전을 마무리한 뒤 본지 취재진과 만난 박주영은 최 감독의 “제2의 전성기” 발언에 쑥스러운 미소를 띠며 손사래를 쳤다. “경기를 계속 뛰다 보니 90분을 소화할 몸 상태가 됐다”라며 “훈련으로 잘 유지하도록 노력하고 있다. 경기도 많이 없고 리그에 집중할 수 있어 좋다”라고 말했다.

1골 1도움을 올려 대구전 최우수 선수에 꼽힌 그는 공(功)을 팬들과 최선을 다해 뛰어준 동료들에게 돌렸다. “많은 팬 여러분이 찾아와 주셨다. 응원해주신 덕분에 잘할 수 있었다”라며 “선수들이 준비를 열심히 했는데 그게 잘 나왔다”라고 겸손한 자세를 유지했다.

올 시즌 3득점 중 두 골을 페널티킥과 프리킥으로 넣었다. 필드골은 울산전이 유일하다. 박주영은 팀에 보탬이 된다면 어떤 방식으로 골을 넣어도 상관없다는 뜻을 밝혔다. “필드골이든 세트피스든 어떤 것도 가려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라며 “준비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필드골이 나올 것으로 본다”라고 강조했다.

슈퍼매치에서 1-1 무승부를 기록하고 팬들에게 인사하는 박주영. /한국프로축구연맹
슈퍼매치에서 1-1 무승부를 기록하고 팬들에게 인사하는 박주영. /한국프로축구연맹

박주영은 지난 시즌 리그 20경기에 나와 3골을 넣었다. 올 시즌 11경기 만에 지난해 득점 기록과 타이를 이뤘다. 물론 그에게 이제 기록은 중요하지 않다. 건강한 몸 상태 유지가 우선이다.

박주영은 “늘 말씀드리지만, 스트라이커로서 당연히 골 욕심을 내야 한다. 그보다 경기에 나갈 수 있는 몸을 유지해야 한다. 꾸준히 몸을 관리하는 게 우선이라 생각한다”라며 “체력적으로 문제 없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 열심히 하다 보면 나아진 모습을 보여줄 수 있으리라 믿는다”라고 설명했다.

그의 말에 프로 선수로 롱런하고 전성기 기량을 유지하려는 뜨거운 열정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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