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양지원 기자] 영화 ‘걸캅스’(9일 개봉)는 배우 라미란의 첫 상업영화 주연작이다. 2005년 박찬욱 감독의 ‘친절한 금자씨’로 데뷔한 라미란은 그 동안 48편의 영화에 출연했고 드디어 첫 주연작을 품에 안았다. 극 중 민원실 퇴출 0순위 전직 전설의 형사 미영으로 분했다. 우연히 목격한 사고가 심상치 않은 사건임을 알게 되고, 잠들었던 수사 본능이 깨어나는 인물이다. 범죄자들을 직접 소탕하며 걸크러시 매력을 발산하는 캐릭터이기도 하다. 라미란은 “첫 스크린 주연인데다 액션까지 소화하게 돼 부담스러웠다”면서도 “최선을 다한 영화”라고 자신했다.

-정다원 감독이 라미란을 염두에 두고 시나리오를 썼다고 했는데.

“당황스러웠다. 나와 전혀 친분이 없는 상태에서 쓴 거니까. 대중이 바라보는 내 모습을 투영해서 쓴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이 나이에 액션을?’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웃음) ‘아, 이런 모습을 보고 싶은가 보다’했다.”

-실제로는 터프한 모습이 전혀 없는 건가.

“그렇다. 떠들썩한 편이 아니다. 사람들은 내가 우악스러운 줄 아는 것 같다. 생김새와 달리 많이 조용하다.”

-‘걸캅스’가 기존의 여성콤비물과 어떤 점이 다르다고 생각했나.

“비슷한 형사물과 다른 느낌이다. 수사력이든 공권력이든 없는 사람들이 무식하게 뛰어들어서 범인들을 잡는 게 좋았다. 악으로, 깡으로 한다고 해야 하나. 액션도 허황된 게 아닌 사실적인 게 많아서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범인을 제압하는 장면이 많다 보니 진이 많이 빠지긴 했다.”

-사실 시나리오를 받았을 당시에는 디지털 성범죄가 사회적으로 많이 알려지지 않았을 때 아닌가. 영화를 보면 ‘클럽 버닝썬 사태’와 ‘정준영 몰카 파문’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그 때에도 이런 일이 많았지만 지금 와서 이슈가 된 것 같다. 뉴스에 갑자기 나오고 연예인들의 기사가 나오더라. 우리 영화가 개봉될 때 더 많이 알고 있겠다고 느꼈다. 좋은 현상이면 좋은데, 안 좋은 이슈 터지니까 걱정이 되더라. 솔직히 이 사건이 연예인들의 이야기라서 많이 확장된 게 있지만, 그 전에도 많이 일어나고 있었다. 그런데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다. 피해자들은 숨어서 얘기하지 못한 것 같다. 나는 연기하는 게 다니까 작품을 하면서 이런 범죄 수법에 대해 많이 알게 됐다. 정말 비사회적인 인물들이 많은 것 같다. 만약에 피해를 당한 분들이 있다면 조금이나마 용기를 냈으면 한다.”

-영화 속 액션이 상당히 많았는데 부상은 없었나.

“나도 참 걱정을 많이 했다. 액션 연습도 엄청나게 했다. 너무 위험한 장면이다 싶은 건 대역이 했다. 다행히 ‘전설의 형사’라 현재 필드에서 뛰는 인물은 아니지 않나. 그래서 더 미영에게 공감할 수 있었다. 40대 후반이면 남자 경찰이라고 해도 삐걱댈 나이니까.”

-이성경과 호흡은 어땠나.

“키가 너무 커서 내가 더 작아 보였다. ‘매너다리’를 많이 해주더라. (웃음) 콤비 연기를 할 때는 나이나 경력이 무색하다. 성격이 참 활기차서 내가 다 회춘하는 느낌이었다. 가만히 앉아 있으면 무서워하니까 후배들에게 먼저 다가가는 편이다. 후배들이 편하게 생각하는데 하루도 안 걸린다. 이성경도 마찬가지였다.”

-윤상현과 코믹한 부부 연기를 했는데 실제로는 어땠나.

“분량이 많지도 않고 코믹한 인물인데 흔쾌히 출연을 해주셔서 너무 감사했다. 실제로도 정말 자상한 성격이다. 왜 ‘국민남편’으로 떠올랐는지 알게 됐다. 메이비와 ‘동상이몽2’에서도 참 달달하지 않나. 부럽다.”

-롤모델이 김혜자라던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

“‘눈이 부시게’를 너무 잘 봤다. ‘마더’도 한 세 번을 봤다. 언젠가 김혜자 선생님의 나이가 됐을 때 나도 저런 연기를 에너지 있게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원래 롤모델이 없었는데 김혜자 선생님을 보면서 생겼다. 진정한 ‘걸크러시’라고 생각한다. 나는 선생님에 비하면 연기의 깊이가 약하다.”

-tvN ‘막돼먹은 영애씨’ 시즌 17이 종영했다. 이 시즌이 마지막인 것처럼 막을 내렸는데.

“우리도 이번 시즌이 끝인지 아닌지를 모른다. 마지막이라는 이야기를 하지 않으니까. 그래서 항상 새 시즌에 들어갈 때마다 이번이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임한다. 어느덧 13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신기하게 내 스케줄이 빌 때마다 촬영이 들어간다. 개미지옥 같다. (웃음)”

-대중에게 호감 이미지가 강하다. 최근에는 MBC ‘전지적 참견시점’에 출연하며 호감도가 상승했는데.

“너무 과분한 사랑이다. 좋게 봐주셔서 감사하지만 한편으로는 부담을 느낄 때도 있다. 막 살고 있는 내 모습을 시원하게 느끼시는 것 같다. (웃음) 그래서 더 남의 눈치를 보지 않으려고 한다. 거침없이 내 일을 하면서 살고 싶다. 눈치 안 보는 게 내 과제다.”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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