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한국백신, 고가백신 판매 증대 위해 무료백신 공급 중단
공정위 “신생아 백신을 대상으로 한 독점 사업자의 출고조절행위를 최초로 제재한 것"

[한스경제 임세희 기자] 신생아에게 접종하는 결핵 예방 백신을 독점 수입·공급하는 ‘한국백신’이 고가의 백신 제품을 많이 팔고자 국가 무료 필수 백신의 공급을 중단한 사실이 드러났다.

서울 송파구의 한국백신상사 모습/사진=연합뉴스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는 17일 BCG(Bacille Calmette-Guerin) 백신을 독점 수입 판매하는 한국백신 등(한국백신판매, 한국백신상사)에게 과징금 부과와 시정명령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와 더불어 한국백신 대표 및 관련 임원 2명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결정했다.

이러한 공정위의 조치는 신생아 생명과 건강에 직결되는 백신을 대상으로 한 독점 사업자의 출고 조절행위에 대한 첫 제재 사례다.

공정위에 따르면 한국백신은 독점적 이득을 취하기 위해 국가 무료 필수 백신인 피내용 BCG 백신 공급을 중단하는 등 출고를 임의로 조절했다. 이는 공정거래법(시장 지배적 지위 남용행위 중 부당한 출고 조절행위) 위반이다.

이에 공정위는 한국백신에게 국가 무료 필수 백신인 피내용 BCG 백신 공급을 중단하여 부당하게 독점적 이득을 획득한 행위에 대한 시정명령과 과징금 9억9000만원을 부과했다.

BCG 백신은 영·유아 및 소아의 중증 결핵을 예방하기 위한 백신으로, 세계보건기구(WHO) 권고에 따라 피내용 BCG 백신을 국가필수 예방접종 백신으로 지정, 정부에서 무료로 지원하고 있다.

국내에 판매가 허가된 BCG 백신은 SSI사의 피내용, JBL사의 경피용·피내용 BCG 백신 등 3가지로, SSI사 백신은 엑세스파마가, JBL사의 백신은 한국백신이 국내 독점판매계약을 통해 수입·판매 중이다.

특히 한국백신의 BCG 백신 시장 점유율은 최근 5년간 50%를 상회하는 가운데 엑세스파마가 국내 공급을 중단한 2015년 9월부터 2018년 6월까지 한국백신은 국내 BCG 백신 시장에서 사실상 유일한 독점 공급 사업자였다.

그러나 지난 2016년 9월, 경피용 BCG 백신의 안전성 논란이 일어나 판매량이 급감하자, 한국백신은 이를 증대하기 위해 피내용 BCG 백신 주문을 감소시켜 나갔다. 이어 2017년도에는 피내용 BCG 백신을 전혀 수입하지 않았다.

이러한 가운데 한국백신은 주문을 취소하는 과정에서 관계 부처인 질병관리본부와 어떠한 협의도 하지 않았으며, 취소한 이후에도 질병관리본부에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

결국 피내용 BCG 백신 수급이 중단됐고, 질병관리본부는 차질 없는 신생아 결핵 예방을 위해 고가의 경피용 BCG 백신에 대한 임시 무료 예방 접종을 2017년 10월 16일부터 2018년 6월 15일까지 연장 실시했다.

이 기간 동안 한국백신은 경피용 BCG 백신 사용량과 BCG 백신 전체 매출액이 급증해 독점적 이익을 실현했다.

반면, 신생아 보호자들은 경피용 BCG 백신만을 선택할 수밖에 없어 선택권이 제한됐고, 고가의 경피용 BCG 백신을 국가가 무료로 지원해 준 결과, 약 140억 원의 예산이 추가로 소요되어 국고 손실도 야기됐다.

이에 해당 내용과 관련해 한국백신의 입장을 들어보고자 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한편, 업계 관계자들은 해당 내용에 대해 “이번 건에 대해 드릴 말이 없다”며 답변을 피했다.

임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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