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시사저널 최순실, 박근혜,정호성 90분 녹음파일 공개
최순실 지시에 “예,예,예‘ 답변하는 박근혜 전 대통령
최순실, 정호성에게 ‘좀 적어라“ 호통도 쳐
최순실, 박근혜 취임사 초안 보고 “하나도 쓸모 없다” 짜증
시사저널 최순실, 박근혜,정호성 90분 녹음파일 공개, 박근혜 정부의 '비선실세'였던 최순실 씨가 박 전 대통령 취임 전부터 국정 운영에 관여했음을 보여주는 녹음 파일이 17일 공개됐다. / 연합뉴스

[한국스포츠경제=고예인 기자] 박근혜 정부의 '비선실세'였던 최순실 씨가 박 전 대통령 취임 전부터 국정 운영에 관여했음을 보여주는 녹음 파일이 17일 공개됐다.

박 전 대통령과 최씨, 정호성 전 비서관 세 사람이 서울 모처에서 모여 취임사 내용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최씨가 주도권을 쥐고 '지시'하는 내용이 고스란히 담겼다.

시사저널은 이날 홈페이지에 최씨가 박근혜 정부의 국정 운영에 깊숙이 개입한 증거라며 90분 분량의 '박근혜·최순실·정호성 비선 회의 녹음 파일'을 공개했다.

세 사람의 육성 대화는 박 전 대통령의 재판에서 일부 공개된 적이 있지만 대규모 녹음 파일이 외부에 공개된 건 처음이다.

녹음에 따르면 최씨는 박 전 대통령의 취임사에 들어갈 핵심 내용부터 세부적인 표현까지 일일이 지시했다.

최 씨는 '비선실세'라는 이름 그대로 회의를 주도하며 취임사 내용과 관련한 핵심 지시를 쏟아냈다. 지시를 듣는 것은 정 전 비서관이었다. 최 씨는 "새 팩트를 정확하게 말을 만들어 봐요", "말을 만들고 그걸 워드로 좀 쳐보세요", "취임사는 팩트가 있어야지, 정확하게. 딱 내지르는 메시지가 있어야 한다", "노트 같은 데 써야 하는데 왜 이상한 데…(쓰느냐)", "빨리 써요 정 과장님", "저거 안 쓰고 있잖아"라고 정 전 비서관에게 지시를 했다.

최 씨는 특히 대통령직인수위에서 참모들이 만들어 올린 취임사 초안에 대해 "이게 공약을 푼 거거든? 내가 보기엔 이거 하나도 써먹을 게 없는 것 같아"라거나 "정 과장님, 이렇게 늘어지는 걸 취임사에 한 줄도 넣지 마", "이거 다 별로인 거 같은데. 거의 저기 뭐야, 누가 했는지 모르지만. 그치? 공약을 그대로…(쓴 것)"이라고 혹평하기도 했다. 정 전 비서관이 "공약이 아니라 인수위에서 죽 해온…(새 정부 국정과제)"라고 작은 목소리로 반론하자 최 씨는 "그게 공약이지 뭐야"라고 질책하듯 말했고, 박 전 대통령은 "이게 그런 국정과제를 얘기하기엔 너무 쪼그라들어 가지구…"라며 최 씨의 말에 힘을 실었다. 최 씨는 그러자 박 전 대통령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하' 하고 한숨을 쉬더니 "이런 게 취임사에 들어가는 게 말이 돼? 너무 말이 안 돼!"라고 반말조로 말한다.

그는 정 전 비서관에게 "딱 보면 모르냐고. 짜깁기해서 그냥 갖다 붙여가지고. 이거는 취임사가 아니라 무슨 경제장관회의, 총선에서 어디 나가서 얘기해야 하는 거지. 내가 보기엔 이거는 하나도 쓸모없다"고 짜증을 냈다.

박근혜 정부의 4대 국정 기조인 경제부흥, 국민행복, 문화융성, 평화통일 기반 구축 등의 아이디어도 최씨 머리에서 구체화했다.

그는 "첫 번째, 경제부흥을 일으키기 위해서 뭘 하겠다는 걸 일단 넣는데…"라고 말한 뒤 "'나는 경제부흥에서 가장 중요한 국정의 키(Key)를 과학기술·IT 산업이라고 생각한다, 주력할 것이다' 그건 어떠세요"라고 취임사에 들어갈 문장을 그대로 불러주기도 했다.

박 전 대통령은 최씨의 이런 말을 듣고는 "그게 핵심이에요"라며 맞장구만 칠 뿐이었다.

녹음 파일엔 최씨가 박 전 대통령의 말 중간에 끼어들거나 지시를 하는 상황도 담겼다.

최씨는 박 전 대통령이 "창조경제는 결국 사람을 키우는 거란 거죠. 왜냐면 창의력과 아이디어와…"라고 말하는 와중에 치고 들어가 "그렇지, 경제를 잘하려면 아이디어와 사람을 키워야"라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이 "부국(富國), 정국(正國), 평국(平國)이에요. 부국이란 건 부자 나라. 정국이란 건 바른, 부패 안 하고 신뢰가 쌓이고. 그다음 편안한 평국"이라고 말하자 최씨가 "평국을 조금 다른 말로 해가지고…부국, 정국, 하여튼 이건 상의를 좀 해보세요"라고 박 전 대통령과 정 전 비서관에게 지시하기도 했다. 그러자 박 전 대통령은 무력하게 "예예예"라고 답했다.

최씨는 박 전 대통령이 앞에 있는 건 신경 쓰지도 않고 정 전 비서관에게 자신의 지시를 따르지 않는다며 호통도 쳤다.

그는 자신이 취임사 내용을 얘기하는 걸 정 전 비서관이 듣고만 있자 "좀 적어요"라고 짜증을 내거나 "빨리 써요, 정 과장님!"이라고 소리를 질렀다.

세 사람의 이 같은 녹음 파일을 들은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최씨 말투나 상황을 주도하는 모습을 보면 박 전 대통령이 취임하기도 전부터 최씨가 사실상 이 나라를 이끌었다고 봐야 한다"며 "다시는 이 같은 비선실세가 나라를 뒤흔들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국정농단 사건은 현재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최종 심리중이다.

고예인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