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양지원 기자] 국내 연예계는 물론이고 사회를 들썩이게 만든 승리·정준영 사건과 김기덕을 비롯한 ‘미투 운동’이 제72회 칸 국제영화제에서도 조명됐다. 한국은 엔터산업을 정화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를 높이며 변화를 촉구했다.

■ 칸부터 미국까지..한국 성추문 주목

승리./OSEN

버라이어티는 제72회 칸 국제영화제 개막과 함께 발행한 데일리에 ‘한국은 엔터 산업을 정화할 필요가 있다’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경찰에 출두한 승리의 사진과 함께 “K팝 슈퍼스타 방탄소년단이 미국 투어 매진 행렬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그룹 빅뱅의 승리는 나이트클럽을 운영하며 마약, 매춘, 몰카, 경찰유착, 횡령, 탈세 한국 엔터 산업 역사상 최악의 스캔들에 휘말렸다”고 지적했다.

또 정준영, 최종훈 등 ‘승리 단톡방’ 멤버들로 거론된 이들에 대해 “해당 연예인들이 사과문을 내고 방송에서 하차하는가 하면 팀과 소속사를 탈퇴했다”고 알렸다.

정준영./OSEN

칸 영화제 데일리를 발행하는 또 다른 영화 전문 매체 할리우드 리포터는 한국의 ‘미투 운동’에 대해 조명하기도 했다. "2018년 미투 운동이 한국에 상륙, 김기덕 감독을 비롯해 교수, 검사, 정치인에 이르기까지 전 분야에 걸친 성추문 폭로가 이어졌다“고 밝혔다. 또 미투 운동이 정준영 불법 영상 촬영 및 유포가 알려지는데 영향을 미쳤다고 짚었다.

또 영화계의 성 평등 움직임을 예로 들며 영화진흥위원회와 여성영화인모임이 설립한 한국영화 성평든센터 든든을 소개했다. “활동가들과 기관 등에서 지난해부터 시작된 한국의 미투 운동의 에너지를 계속해서 변화를 이뤄갈 지속 가능한 운동(movement)으로 승화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 “국제적 망신”..한국 엔터산업, 더 변화해야 할 때

김기덕 감독./OSEN

할리우드 리포터는 임순례 감독의 ‘리틀 포레스트’, 이지원 감독의 ‘미쓰백’ 등 여성 감독들의 영화가 흥행한 사례를 들며 한국 영화계의 변화를 조명하기도 했다. 영화진흥위원회 통계에 따르면 2014년에 비해 2018년에 여성 감독은 5.1%, 제작자는 3.6%, 주연 여배우는 7.5%, 작가는 2.3% 증가했다. 할리우드 리포터는 “2018년은 여성 감독들에게 매우 의미 있는 해였다”고 한 영화진흥위원회 측의 발언을 인용하며 한국영화계의 변화를 주목했다.

한국영화계의 움직임이 주목 받고 잇는 가운데 ‘미투 운동’의 가해자로 지목된 김기덕 감독의 신작 ‘딘’이 칸 영화제에서 소개된다는 소식은 국내를 막론하고 해외에서도 관심의 대상이 됐다. 김 감독은 법적 처벌에서 벗어난 뒤 피해를 주장한 여성과 소식을 내보낸 ‘PD수첩’을 상대로 10억 손배소를 내고 해외에서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15일(이하 현지시간)과 16일 진행된 ‘딘’의 마켓 시사는 당초에 취재진에게도 공개된다고 안내됐으나 실제 시사에서는 “영화제측 표기 실수”라며 많은 영화인들의 입장을 제제했다. 상영관에는 미리 초청받은 20여 명만 입장할 수 있었다.

미투, 성 평등, 젠더이슈는 해외 영화제를 관통하는 이슈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올해 칸 영화제에서도 어김없이 성 평등 문제가 조명 받은 가운데 한국의 사건들이 주목 받게 됐다. 불미스러운 사건의 예로 한국 연예계가 거론된 만큼 긍정적인 변화의 바람이 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 영화 관계자는 “불미스러운 일에 한국영화와 엔터계가 주목 받은 건 국제적 망신이기도 하다”라면서도 “승리 정준영 사건, 미투 폭로 등이 수면 위로 오르면서 점점 엔터계의 생태가 변하고 있다. 긍정적인 변화의 바람을 불러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지원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