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금융권 부동산 PF 채무보증 급증, 경기 침체시 '위험'...정부, 스트레스테스트 나서
부동산 시장이 양극화 되는 모습을 보이면서 부동산 PF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스경제=김동호 기자] 국내 증시가 주춤한 사이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및 관련 펀드로 시중 자금이 몰려들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 영향으로 증시가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반면 '부동산 불패'에 대한 믿음은 여전히 굳건한 덕분이다. 정부의 연이은 부동산 대책에도 부동산 가격이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인 것도 관련 자금을 끌어들이는데 한몫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증권사들의 부동산 PF 채무보증이 늘고 있으며, 올해 자산운용사들이 출시한 부동산 공모펀드 상품들도 단기간에 목표 설정액을 채우며 완판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부동산 PF 전문 P2P대출액도 크게 늘고 있다.

20일 금융위원회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금융권의 부동산 PF 채무보증 규모는 25조 800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2013년 기록한 12조 1000억원에서 2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특히 전체 채무보증 금액 중 24조원 이상을 증권사가 맡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한국P2P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기준 협회 회원사 45곳(부동산 PF 전문기업 26곳)의 누적대출액은 3조 8526억원으로 집계됐다. 전월(3조 6302억원) 대비 6.13% 늘어난 수준으로, 올 들어 최고 증가율을 기록했다.

하지만 부동산 관련 PF로의 지나친 자금쏠림 현상을 걱정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이미 일부에선 적신호가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나이스신용평가 김기필 금융평가1실장은 "국내 증권사의 (부동산 관련) 우발채무는 2017~2018년 수도권을 중심으로 부동산 시장이 호황을 보이면서 빠른 성장세로 전환됐다"며 "지난해 9월말 기준 국내 증권사(일반 증권사 44개 기준)의 총 우발채무는 33.9조원, 자기자본 대비 비중도 63.7%를 나타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국내 부동산 시장의 지역별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며 "정부의 부동산 규제정책 강화가 국내 부동산 경기 전반에 하강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되며, 특히 수도권을 제외한 지역의 경우 부동산 경기하강 위험이 높아진 것으로 판단된다"고 강조했다.

이미 일부 지역에선 부동산 시장의 경기 하강 징후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문제는 증권사들의 부동산 PF 채무보증 중 상당수가 고위험·고수익의 매입 확약 형태란 점이다. 이 경우 투자 부동산이 미분양돼 시행사가 부도나는 일이 발생한다면 해당 채무를 모두 증권사가 지게 된다.

만약 이 같은 전망이 현실화 될 경우 증권사는 물론 투자자들의 손해도 상당할 것으로 우려된다. 이 같은 자금 쏠림현상과 우발채무 확대를 막기 위해 금융감독당국도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7일 관계 기관들과 함께 ‘제2차 거시건전성 분석협의회’를 열고, 부동산 PF에 관한 건전성 관리방안을 논의했다. 이번 논의에선 제2 금융권, 특히 증권사를 중심으로 최근 급증하고 있는 부동산 PF에 대한 위험관리 강화 방안이 논의됐다.

금융위 손병두 사무처장은 "은행권은 부동산 PF 익스포저(위험 노출액)를 줄여온 반면 비은행권은 적극적으로 규모를 늘려 왔다"며 "부동산 PF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재무 건전성 평가)를 시행하고 자본 적정성·유동성이 부족한 ‘요주의 금융회사’를 선별해 리스크 관리 실태를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부동산 PF 관련 익스포저 종합관리 시스템을 올 하반기 중 구축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P2P금융 시장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P2P 누적대출이 증가하면서 이에 따른 연체율도 동반 상승하고 있는 상황이다.

P2P금융협회 회원사들의 지난 4월 연체율은 8.50%를 기록하며 역대 최고치로 상승했다. 이들의 평균 연체율은 지난해 9월 말 5%를 넘어선 이후 5~6%를 넘나들었다. 지난 2월엔 7.54%를 기록하며 7%대를 돌파했다. 이어 3월에도 연체율은 7.07%를 기록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지방을 중심으로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자 일부 부동산 P2P대출 상환이 지연되고 있다"며 "부동산 투자는 호흡이 긴 만큼 투자정보를 잘 확인하고 신중히 투자해야한다"고 조언했다.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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