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KT&G, 오는 27일 액상형 전자담배 ‘릴 베이퍼’ 출시... 24일 ‘쥴’ 출시에 대한 맞대응
업계, 엇갈린 시선 보여... “액상형 전자담배 시장은 더 커질 것” vs “초반 관심도에 비해 큰 영향은 없을 것”
보건당국, 이달 말 금연대책 발표할 예정... “전체 학부모에게 쥴의 모양 알릴 계획”

[한스경제 임세희 기자] 국내외 액상형 전자담배가 국내 시장에서 격돌한다.  KT&G가 액상형 전자담배 ‘릴 베이퍼(lil vapor)’를 오는 27일 출시한다.  며칠 앞서 나오는 미국산 ‘쥴’(JUUL)과 시장 선점 경쟁에 들어선다.  액상 전자담배의 외형 등 특성을 감안할 때, 이는 그만큼 정부 당국이 면밀한 청소년 금연 대책이 요구된다는 지적이기도 하다. 더욱이 일본산 액상형 전자담배도 7월에 국내에 들어올 예정이어서 더욱 그렇다.

20일 KT&G에 따르면 오는 27일부터 서울과 부산 대전 등 전국 주요 CU 편의점에서 릴 베이퍼를 판매한다. 서울 지역에서 한정 판매하는 쥴과 달리 KT&G는 서울, 부산, 대구 등 전국 주요 도시에서 판매를 시작해 초기 수요 잡기에 나설 방침이다.

당초 KT&G는 미국 담배시장 점유율 70%를 돌파한 '쥴'보다 이른 출시로 시장을 선점을 노렸지만 가격 신고 등에서 차질을 빚으며 쥴 출시보다 나흘 늦은 27일 선보이게 됐다. 하지만 쥴과 비슷한 외형으로 국내 업계에선 첫 스타트를 끊은 셈이다.

(왼쪽부터)쥴랩스의 쥴, KT&G의 릴 베이퍼, 일본 죠즈의 죠즈/사진=각사 홈페이지

◆ KT&G, 오는 27일 릴 베이퍼 출시... 쥴 출시에 대한 국내 업계 중 제일 빠른 반응

릴 베이퍼는 16g 가벼운 중량으로 '썬라이즈 오렌지'와 '클라우드 실버' 두 가지 색상으로 출시된다. 쥴과 유사한 긴 USB 형태를 띠고 있지만 디바이스 상단에 슬라이드가 장착된 것이 특징이다. '스마트 슬라이드'를 내리면 흡연이 바로 시작된다. 별도 조작 없이 흡입으로만 베이핑하는 쥴과 가장 큰 차이점이다.

릴 베이퍼는 스마트 슬라이드가 장착됨으로 기기에 입에 직접 대는 카트리지가 외부에 노출되는 쥴과 달리 카트리지 교환 때까지 보다 위생적인 보관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또한 1개비 흡연 후 진동으로 알려주는 '퍼프 시그널' 기능도 탑재했다. 하지만 연속 흡연을 원하는 사용자를 위해 슬라이드를 올렸다 내리면 연속 사용할 수 있는 기능도 탑재해 소비자의 다양한 요구에 부응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릴 베이퍼 구입 시 제공되는 '항균 파우치'는 쥴을 사용하는 소비자의 최대 불편으로 지적되는 충전 문제를 보완해 국내 액상형 전자담배 시장 선점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이러한 KT&G의 발빠른 대응에 대해 업계는 쥴에 맞서 초기부터 액상형 전자담배시장에서 선점 경쟁을 벌이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을 내놨다.

이에 일본의 전자담배 제조사 ‘죠즈’ 역시 총 3종의 액상형 전자담배 개발을 완료하고 오는 7월 한국과 일본, 중국 등에 제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죠즈는 5월초 상표권 등록을 완료했다.

쥴랩스의 쥴/사진=쥴랩스 홈페이지

◆궐련형 전자담배가 주도하고 있는 전자담배 시장, 꾸준히 성장하는 액상형 전자 담배 시장

전자담배 시장은 날이 갈수록 성장하고 있다. 그동안의 성장은 아이코스, 릴 등 궐련형 전자담배의 주도하에 이뤄졌다.

이에 업계에서는 앞으로 액상형 전자담배 시장 규모도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액상형 전자담배는 초기 반짝 인기에 비하면 미미하지만 꾸준한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관세청의 '전자담배 수입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8월까지 액상형 전자담배 수입 규모가 약 590톤에 달했다. 1년 전 전체 수입액이 140톤인 점을 고려하면 4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여기에 해외서 직접 구매한 소비자 등을 고려하면 실제 시장 규모는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더불어 이번주 쥴의 국내 출시로 릴 베이퍼, 죠즈 등이 판매 경쟁을 벌이면 액상형 전자담배 시장은 더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국내에서 판매 될 ‘쥴’과 ‘릴’은 국내 유해물질 관련법에 따라 니코틴 함량을 1% 미만으로 낮춰 출시돼 초반 관심도에 비해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는 업계의 엇갈린 분석도 보인다.

미국에서 쥴이 성공한 요소 중 하나는 담배를 피웠을 때 연기가 목으로 넘어가는 느낌을 말하는 ‘타격감’과 연기가 뿜어지는 양인 ‘연무량’이 다른 전자담배보다 낫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내에서 판매될 쥴은 미국 현지에서 파는 것과 니코틴 함량이 달라 흡연자들을 만족시킬 수 없을 것이란 지적이다. 미국에서 판매하는 쥴의 니코틴 함유량은 3~5%에 달하지만, 국내에서는 관련법에 따라 니코틴 함량을 1% 미만으로 낮춰 출시된다. 쥴과 릴 모두 니코틴 함량이 1% 미만으로 국내 출시된다.

한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담배를 피우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니코틴 함량을 1% 미만으로 낮춘 ‘쥴’, 청소년들 흡연 입문용 될까... 보건당국 긴장

국내 출시되는 쥴이 니코틴 함량을 1% 미만으로 낮춰 출시돼 기존 흡연자에게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음과 동시에 일각에선 국내 청소년들의 흡연 입문용으로 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섞인 분석도 보인다.

미국에선 쥴이 출시 2년 만에 미국 시장점유율 70%를 돌파한 데는 미국 청소년들의 영향이 컸다. 이는 쥴의 외형이 흡사 USB메모리처럼 제작됐다는 데에 있다. 또한 쥴은 부모와 교사의 눈을 피해 청소년들이 피우기 쉽도록 냄새나 연기가 거의 없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고교생 전자담배 흡연율은 쥴 출시 전후로 2017년 11.7%에서 지난해 20.8%로 급상승했다. 같은 기간 중학생 전자담배 흡연율도 3.3%에서 4.9%로 올랐다. 미국 보건당국은 어른들이 쥴을 보고도 전자담배인지 몰라 청소년 흡연을 방치한 것을 흡연율 급상승의 원인으로 보고 있다.

이에 보건당국은 금연대책을 이달 말 발표할 예정이다. 쥴의 국내 상륙에 맞춰 대책을 내놓은 것으로 미국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다. 이번 금연대책은 미국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 쥴이 국내 청소년 사이에서 유행하지 않도록 선제적으로 대응한다는 데에 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학교 교사와 학부모들에게 신종 전자담배가 나왔다는 걸 알리는 게 급선무라고 판단하고 있다”며 “학교를 통해 전체 학부모에게 쥴의 모양 등을 알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임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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