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줄 선 고객' 효과로 대박 치고 있는 K리그 대구FC
[현장에서] '줄 선 고객' 효과로 대박 치고 있는 K리그 대구FC
  • 대구=박종민 기자
  • 승인 2019.05.20 19: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9일 K리그 대구FC와 인천 유나이티드의 경기가 열린 DGB대구은행파크 관중석의 모습.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19일 K리그 대구FC와 인천 유나이티드의 경기가 열린 DGB대구은행파크 관중석의 모습.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한국스포츠경제=박종민 기자] “줄 선 고객이 최고의 가게 인테리어다.”

과거 만난 개그맨 출신 사업가 김학래(65) 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중식당의 성공 비결에 대해 이 같이 말했다. 그는 깔끔한 대리석 벽면이나 화려한 조명 같은 인테리어보다 ‘줄 선 고객’이 또 다른 고객을 유인하는 가장 큰 원동력이라 봤다.

◆DGB대구은행파크, ‘줄 선 고객 효과’ 톡톡

프로축구 K리그1(1부) 대구FC의 홈 구장 DGB대구은행파크도 ‘줄 선 고객’의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이전 홈 구장 대구 스타디움은 6만6000여석 규모에 그라운드와 관중석 사이 육상 트랙이 놓여져 있는 반면 DGB대구은행파크는 4만5820m² 터에 지상 3층 규모로 약 1만2415석을 갖췄다. 가변 좌석을 설치해 많게는 1만5000명을 수용할 수 있다. DGB대구은행파크는 관중이 조금만 입장해도 시각적으로 꽉 찬 느낌을 낼 수 있다. 실제로 19일 DGB대구은행파크에서 열린 K리그1 대구와 인천 유나이티드의 12라운드 경기에선 9156명이 입장했지만, 관중석의 빈자리는 상대적으로 많아 보이지 않았다. 꽉 들어찬 듯한 관중을 보고 또 다른 관중이 꾸준히 입장하는 셈이다.

유상철(48) 인천 신임 감독도 “경기장은 선수들에게도 중요하다. 이런 경기장에서 뛰면 없던 전투력도 생긴다. 경기장에 관중이 꽉 차 보이면 느낌이 다르다. 뛰지 말라고 해도 선수들은 미친 듯이 뛸 것 같다”고 웃었다. 그러면서 “(대구 스타디움처럼) 관중석이랑 그라운드 사이에 트랙이 있으면 팬 분들이 많이 오셔도 많이 온 것 같지 않아 보인다. 전용구장은 팬 분들도 한 번 오시면 분명 다음에 또 오실 게 될 것이다”고 덧붙였다.

DGB대구은행파크에 온 관중은 경기를 온 몸으로 느낄 수 있다. 그라운드와 관중석의 거리는 7m에 불과하다. 이날 선수가 찬 공이 기자석 뒤편으로 날아와 일부 기자들이 몸을 피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발을 동동 구르는 것도 대구FC 팬들이 자랑하는 응원 방식이다. 관중석 바닥이 알루미늄 철제로 돼 있어 1만 여명이 동시에 발을 구를 경우 그 소리는 경기장 지붕에 부딪혀 돌아와 훨씬 크게 들린다. 지진 체험을 하는 느낌이다. 관중석에선 선수들의 표정을 일일이 확인할 수 있고 선수들이 차는 공을 잡을 수도 있으며 관중의 응원을 오감으로 느낄 수 있다. 축구 전용구장만의 특별한 매력이다.

◆‘축구 도시’로 변해 가는 대구

야구의 도시였던 대구는 서서히 ‘축구의 도시’로 변해 가고 있다. 대구FC 경기가 열리는 날이면 도심 곳곳에선 구단 유니폼인 하늘색 유니폼을 입은 시민들을 볼 수 있다. 시내버스 안에서 만난 한 30대 남성은 “대구FC 홈경기가 있을 때마다 경기장을 찾는다. 원래 삼성 라이온즈 팬이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만 가다가 이젠 대구FC 유니폼까지 사서 축구장을 찾고 있다. 주위에서 많이들 가기에 재미 삼아 가 보니 콘서트 분위기였다. 아기자기한 경기장에서 응원하니 더 신났다”고 말했다. 이 남성은 7살 된 아들과 커플 유니폼을 맞춰 입고 경기 시작 시간보다 훨씬 일찍 인근에 도착해 식당을 찾았다.

버스에서 내린 또 다른 일행도 “여기서 점심을 먹고 들어가자”는 말을 하며 식당 찾기에 여념이 없었다. 이들은 “경기장 300m 부근에 위치한 롯데마트와 400m 거리의 이마트에도 경기 당일이면 평소보다 손님이 훨씬 넘쳐난다”고 밝혔다. 축구 전용구장의 건립으로 대구FC는 홈 팬들이 많아지면서 성적에도 탄력을 받고 있다. 현재 리그 4위(승점 22)에 올라 있다. 1위 울산 현대(승점 26)와는 승점 차가 4에 불과하다.

약 15억 원에 이르는 경기장 명칭 사용료를 비롯해 증가한 유니폼 판매, 관중 대박 등으로 대구FC는 시민 구단으로서 재정 자립도도 커지게 됐다. 주변 상권의 활성화도 DGB대구은행파크가 창출한 부가적인 효과 중 하나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대구FC의 선전을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의 오랜 목표 중 하나는 리그 구단들의 재정 건전성 강화와 자생력 증대다. 구단 자체 수익 향상은 관중 증가와 자체 머천다이징 등으로 실현할 수 있다. 대구FC는 이 부분에서 귀감이 되고 있다. 연맹의 한 관계자는 “리그 수도권 팀과 비수도권 팀의 격차를 줄여나가는 부분과 관련해 올 시즌엔 대구FC나 울산 현대가 특히 힘을 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DGB대구은행파크의 나비효과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