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양지원 기자] 배우 이성경이 영화 ‘걸캅스’(9일 개봉)에서 물불 가리지 않는 다혈질 형사 지혜로 분했다. 라미란과 공조 수사를 펼치는 캐릭터로 통쾌한 액션부터 코믹 연기까지 넘나든다. 모델 출신답게 긴 팔다리로 펼치는 액션이 가히 시원하다. 이 작품을 통해 전작들과 다른 걸크러시 매력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이성경은 “‘걸캅스’를 만나면서 슬럼프를 극복했다”고 고백했다.

-‘걸캅스’에 어쩌다 출연하게 됐나.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나와 개크코드가 잘 맞았다. 또 먼저 (라)미란 선배가 출연이 결정된 상태이기도 했다. 미영 역을 어떻게 연기하실지 기대됐다. 선배와 함께 파트너가 돼서 극을 이끈다는 설정이 굉장히 유쾌하고 통쾌했다.”

-다혈질이고 거침없는 성격의 지혜로 분했다. 실제와 비슷한 면이 있나.

“솔직한 건 비슷한데 지혜 정도는 아니다. (웃음) 그래서 지혜를 연기하면서 대리 만족했다. 그렇게 거침없이 행동하기는 힘드니까. 또 그게 이 영화 속 지혜의 매력이기도 하고.”

-여성 형사들의 이야기를 처음으로 전면에 내세운 영화인데 캐릭터를 어떻게 표현하고 싶었나.

“지혜의 마음을 정확하게 알고 공감하려고 했다. 내가 느낀 감정을 진심으로 표현하려고 했다. 드라마, 영화 말고 다큐멘터리 영상을 많이 찾아봤다. 디지털 성범죄가 빈번하게 일어나는 일이라는 걸 알게 됐다. 시나리오를 읽으며 체감하지 못했던 걸 촬영하면서 더 느끼게 됐다. 제작진과도 ‘우리 영화 정말 잘 만들자’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 진심을 담고 싶었다.”

-‘버닝썬 사태’와 맞물려 시의성 강한 이야기로 평가되고 있기도 하다.

“그렇게 평가되는 게 장단점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냥 지나칠 수 있는 문제들에 대해 다시 한 번 기억할 수 있는 건 좋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좋은 영향만 끼칠 수 있는 영화였으면 좋겠다.”

-지혜는 범죄자들을 잡기 위해 피해자를 연기하기도 하는데.

“꼼짝없이 누워있는 장면에서는 몸을 움직이지 못해서 고통스러웠다. 무섭기도 했다. 영화로 유쾌하게 풀어내긴 했지만 직접 겪어보지 않은 이상 그 감정은 모를 수밖에 없다. 또 극 중 피해자가 병실에 누워 있는 장면을 찍는데 4살 어린 내 친 여동생이 생각났다. 극 중 피해자 나이가 딱 내 여동생 나이였다. 만약 내 여동생이 이런 일을 당할 것을 생각하니 눈이 질끈 감겼다. 어지러울 정도였다. 과연 범인이 잡히면 끝일까. 피해자에게는 끝이 아닌 것이다. 감독님, 대표님에게 범인이 잡히는 것으로 될 문제가 아니라고 호소했다. 피해자에겐 씻을 수 없는 상처다.”

-여성 경찰들이 남성 범죄자들을 소탕하는 내용이다. 개봉 전부터 일부 남성들로부터 악성 댓글이 달려 걱정됐을 텐데.

“여러 반응들이 하나하나 무겁게 다가오긴 한다. 하지만 영화를 직접 본 관객들의 의견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마음을 내려놓은 상태다. 긴장은 많이 되고 있다.”

-라미란과 처음 연기 호흡을 맞췄는데 어땠나.

“연기를 할 때 고민하고 처져 있으면 먼저 다가와서 웃겨주는 선배다. 따뜻함이 느껴진다. 정말 친구처럼 편안하게 대해주셨다.”

-장미 역을 연기한 최수영 역시 걸그룹 이미지를 탈피한 코미디 연기를 보여줬다.

“장미 캐릭터를 너무 좋아한다. 장미의 연기가 나랑 잘 맞았다. 시나리오에서도 장미는 재미있는 캐릭터였지만 자칫 뻔하게 보일 수 있었다. 그런데 최수영 언니의 매력으로 잘 소화해준 것 같다. 원래 발랄한 이미지지만 실제로는 차분하고 똑똑하고 여성스럽다. 오랫동안 쌓은 연륜을 느꼈다.”

- ‘걸캅스’는 여성을 내세운 액션극이다. 이런 장르에 갈증을 느꼈나.

“갈증이라기보다는 다양한 장르를 연기하고 싶었다. 장르도 좀 더 풍성해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동안 주로 감성적인 작품들을 연기했다. 이제 내 연기에 스스로 신중해지는 시기가 왔다. 믿고 신뢰할 수 있는 배우가 되는 게 숙제다. 많은 분들에게 여운을 줄 수 있는 배우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금은 발성 연습을 하면서 기본기를 다지고 있다. 기본기에 충실 하려고 한다.”

-슬럼프를 겪을 때도 있다고 고백하기도 했는데.

“작품을 하고 체크해야 할 것들이 많아지면서 혼란스러웠다. 좋은 후배이자 파트너이고 싶은데 마음처럼 되지 않았다. 이성과 감성의 균형이 깨질 때가 있었다. 그런 슬럼프를 극복하게 해준 게 ‘걸캅스’였다. 요즘은 ‘감성 찾기 프로젝트’를 하고 있다. 온전히 나를 위한 시간을 보내려고 한다. 공연, 영화를 찾아보고 사람도 만나려고 한다.”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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