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북 현대 선수들/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한 시즌에 38경기를 소화하는 K리그 클래식(1부)은 마라톤 레이스와 같다. 아무리 전력이 좋은 팀도 늘 이길 수는 없다.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는 법. 내리막에서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팀이 진짜 강팀이다.

승승장구하던 FC서울이 암초에 걸렸다.

서울은 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9라운드 홈경기에서 포항 스틸러스에 1-3으로 무릎을 꿇었다. 3월 12일 전북 현대와 개막전(0-1) 패배 후 정규리그에서 6승1무를 달리다가 두 달 만에 졌다.

K리그 통산 99승을 기록 중이던 서울 최용수(45) 감독의 100승 기록이 미뤄졌다. 공교롭게 이날 경기가 9라운드라 ‘아홉수 징크스’라는 말도 나온다. 올 시즌 포항 지휘봉을 잡은 최진철 감독은 국가대표로 한솥밥을 오래 먹은 친구 최용수 감독의 100승을 저지했고 첫 맞대결에서도 웃었다. 하지만 서울은 6승1무2패(승점 19)로 여전히 선두를 유지했다.

4월 들어 5경기에서 2무3패로 부진했던 포항은 지난 달 30일 제주 유나이티드전(1-0) 승리에 이어 2연승으로 하위권 탈출의 발판을 마련했다.

포항은 전반 13분 페널티킥을 얻었다. 그러나 양동현(30)의 슛을 유상훈(28)이 막았다. 한 골을 ‘날려버린’ 양동현은 심기일전했다. 전반 20분 오른발 슛으로 선제골을 뽑아냈고 전반 32분 심동운(26)의 두 번째 골을 도왔다. 순식간에 2골을 얻어 맞은 서울이 대반격을 시작했다. 데얀(35)과 아드리아노(29)가 위협적인 찬스를 만들었지만 포항 수문장 신화용(33) 선방에 막혔다. 서울은 후반 28분에서야 만회골을 터트렸다. 데얀이 기막힌 프리킥으로 그물을 갈랐다.

포항은 더욱 문을 걸어 잠갔고 서울은 무차별 슛을 쏴댔다. 최용수 감독은 후반 39분 196cm의 장신수비수 심우연(31)을 최전방에 투입했다. 심우연의 헤딩으로 승부를 볼 심산이었다. 서울은 볼만 잡으면 공중으로 올렸고 심우연이 공중을 장악하며 기회를 엿봤지만 마지막 한 방이 부족했다. 포항은 후반에 투입돼 체력이 팔팔한 라자르(30)가 공만 잡으면 수비수와 몸싸움을 하며 시간을 끌었다. 마지막 순간 승리의 여신이 포항 손을 들었다. 종료 직전 서울 수비가 일제히 공격으로 나간 틈을 타 라자르가 역습에서 가볍게 쐐기골을 터뜨렸다. 최진철 감독은 펄쩍펄쩍 뛰었고 최용수 감독은 고개를 숙였다. 패배를 인정한 듯 서울 팬들이 썰물처럼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최진철 감독은 “마지막까지 선수들이 집중력을 유지했다”며 “운이 따랐다. 이겼지만 내용은 만족스럽지 않다”고 소감을 밝혔다. 양동현은 “페널티킥을 실패한 뒤 무조건 1골 넣어야겠다는 생각 밖에 없었다. 옆에서 도와준 동료들 덕분이다”고 공을 돌렸다. 패장 최용수 감독의 표정은 그리 어둡지 않았다. “지난 슈퍼매치(4월 30일 수원전 1-1 무)부터 조금씩 예감이 안 좋았다. 시즌은 길다. 오늘 패배로 부족한 점을 보완하면 된다”며 의연해 했다. 하지만 “초반에 넋 놓고 당하는 모습이 보였고 투쟁심이 상실됐다. 오늘 경기로 다들 뭔가 느껴야 한다”고 쓴소리도 잊지 않았다.

서울의 5월 일정은 빡빡하다. 14일 성남(원정)-19일 우라와 레즈(일본)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원정), 22일 제주(홈), 25일 우라와 레즈 16강 2차전(홈)-29일 전남(홈)전이 이어진다. 포항전 패배가 흐름상 한 번 찾아온 고비일까 아니면 장기 부진으로 이어질까. 최감독의 리더십이 주목된다.

한편 수원 월드컵경기장에서는 전북 현대가 수원 삼성을 3-2로 누르고 2위로 도약했다. 서울과 승점이 19로 같지만 다득점에서 뒤진 2위다.

윤태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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