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아 등 속한 여자 축구 대표팀에 100억 원... 신세계 '통 큰 지원'의 내막
이민아 등 속한 여자 축구 대표팀에 100억 원... 신세계 '통 큰 지원'의 내막
  • 박종민 기자
  • 승인 2019.05.21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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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아 등이 속한 한국 여자축구 대표팀이 오는 6월 열리는 2019 국제축구연맹(FIFA) 프랑스 월드컵에 나선다. /KFA 제공
이민아 등이 속한 한국 여자축구 대표팀이 오는 6월 열리는 2019 국제축구연맹(FIFA) 프랑스 월드컵에 나선다. /KFA 제공

[한국스포츠경제=박종민 기자] 신세계그룹의 통 큰 지원을 등에 업은 여자 축구가 ‘여자 컬링 붐(boom)’의 재현을 꿈꾼다. 신세계그룹은 최근 대한축구협회(KFA)와 공식 파트너 협약을 맺고 2024년까지 여자 국가대표팀 경기력 향상과 저변 확대 등을 위해 약 100억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윤덕여(58) 감독이 이끄는 여자 축구 대표팀은 오는 6월 열리는 2019 국제축구연맹(FIFA) 프랑스 월드컵에 나선다. 사상 처음 2회 연속 16강 진출에 도전하는 대표팀은 6월 8일(이하 한국 시각) 프랑스와 A조 조별리그 1차전을 시작으로 6월 12일에는 나이지리아, 6월 18일에는 노르웨이와 맞붙는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 수행 일환

신세계그룹의 한 고위 관계자는 21일 본지와 통화에서 ‘불모지’와 같았던 여자 축구에 선뜻 100억 원을 내놓은 이유를 밝혔다. 그는 “그룹에서 스포츠단을 별도로 운영하고 있지 않지만, 스포츠 분야에서도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있다고 생각했다. 비인기 종목인 여자 축구가 도움을 받고 잘 될 수 있다면 충분히 후원할 가치가 있다고 내부에선 판단했다”고 털어놨다.

이 관계자는 “그룹의 지원 후 여자 컬링도 국민적 관심을 받는 종목이 됐다. 이후 또 다른 후원을 고민하던 상황에서 축구협회로부터 여자 축구의 실정이 어렵다는 얘기를 듣게 됐다”고 밝혔다. 신세계는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컬링을 후원해 가파른 성장을 도왔다. 신세계그룹은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을 목표로 약 100억 원 규모의 운영비, 전국 대회 상금 및 개최 비용, 우수팀 훈련비 등을 지원한 바 있다.

이 관계자는 “여자 축구도 실력에 비해 후원이 많이 따라주지 않았다고 들었다. 그룹의 지원이 여자 축구의 성장 밑거름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 후원을 결정하게 됐다”고 언급했다.

흔히 대기업들은 정상급 선수나 팀, 인기 종목에 거액을 쏟아 붓는다. 지원보단 사실상 ‘투자’의 개념이며 단기적인 홍보 효과를 노리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신세계그룹은 그 동안 이러한 전례가 거의 없다. 신세계의 후원을 받은 거의 유일한 선수는 여자 골퍼 김영(39)이었다. 과거 그의 모자에 새겨진 ‘신세계’란 글자는 당시 골프계에서 굉장히 낯설었다. 이명희(76) 신세계그룹 회장은 아무런 대가 없이 김영을 약 7년간 후원했다. 당시 이명희 회장은 “광고 효과를 위해 너를 후원하는 게 아니다”라는 말을 했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과 이갑수 신세계이마트 사장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KFA 제공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과 이갑수 신세계이마트 사장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KFA 제공

◆축구계 기대 “전환점 될 것”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과거에도 비인기 종목을 지원했다. 성장 가능성이 있어 도와 드렸을 때 더 잘될 수 있다고 하면 우리로선 훨씬 의미가 있다. 결코 단기적인 효과를 위해서 후원하는 건 아니다. 이번 여자 축구 후원도 우리가 첫 메인 스폰서라 의미가 남다르다고 생각했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경기력 향상에 중요한 A매치(국가대표팀간 경기)도 돈이 부족해 많이 열지 못했다고 하더라. 향후 친선 경기 정례화(연 2회 이상), 지도자 양성 인프라 구축 등 여자 축구가 발전할 수 있는 방향으로 돕고 싶다”고 부연했다.

신세계그룹이 의도하진 않았지만, 이러한 행보는 그룹의 경영 철학과도 어느 정도 통하는 부분이 있다. 신세계그룹은 유통업계에서 스토리텔링에 따른 차별화를 강조하고 있다. 여자 컬링이나 여자 축구에 대한 남다른 후원도 유통 분야는 아니지만 사실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이다. 신세계그룹은 단기적인 홍보 효과나 수익 창출을 노리기 보단 장기적 관점에서 스포츠를 살리는 데 힘을 쏟고 있다.

허병훈(57) 신세계그룹 부사장은 "여자 축구가 스포츠 팬들에게 호응을 얻는 인기 스포츠로 발전하기를 기대한다"며 "이번 후원이 여자 축구의 성장에 디딤돌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입술을 깨물었다.

축구계 역시 신세계그룹의 통 큰 지원을 크게 반기는 분위기다. 20일 월드컵 출정식에 나선 대표팀 간판 스타 이민아(28)는 “신세계 사랑합니다. 이마트 사랑합니다”라고 감사를 표현해 주위를 웃게 했다. 정몽규(57) 축구협회장은 "신세계그룹의 후원은 여자 축구 발전에 큰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이번 후원으로 여자 축구 대표팀이 앞으로 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는 기반이 다져지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신세계그룹의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ㆍ높은 사회적 신분에 상응하는 도덕적 의무)’는 유통업계와 스포츠계를 막론하고 귀감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