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초대형IB 앞다퉈 시장 진출...미래에셋대우·삼성증권은 발목 잡혀
초대형IB의 발행어음 시장 진출이 가속화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스경제=김동호 기자]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이 양분하고 있던 발행어음 시장에 새로운 경쟁자가 등장했다. 현대증권과의 합병을 통해 초대형 IB(투자은행)가 된 후 줄곧 시장 진출을 준비해왔던 KB증권이 이달 초 단기금융업(발행어음사업) 인가를 획득함에 따라 초대형 IB 3사의 경쟁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의 초대형 IB가 되자마자 발행어음 사업에 뛰어든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은 이미 9조원 가량의 발행어음 수신액을 자랑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2017년 11월, NH투자증권은 2018년 5월 각각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았다.

KB증권은 단기금융업무 진출을 준비한 지 2년여 만에 인가를 받게 됐다. KB증권은 앞서 합병한 현대증권에 대한 금융당국 제재와 직원 횡령사건 등으로 인해 인가가 지연돼왔다. 그간의 기다림이 길었던 만큼 KB증권은 즉시 발행어음 사업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KB증권은 1년 넘게 발행어음 사업을 위한 준비팀을 운영해 왔다. 이를 위한 전산시스템과 상품개발, 판매전략 등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발행어음 수신 목표치는 2조원 규모다.

초대형 IB들이 발행어음 사업에 주목하는 것은 자금조달이 상대적으로 용이하고 사용처 역시 자유롭기 때문이다.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은 금융사는 자체 신용으로 융통어음을 발행할 수 있으며, 이를 일반투자자에게 판매할 수 있다. 발행어음은 고정금리가 적용되는 단기상품으로, 기간은 1년 미만이다. 발행어음 사업을 하지 못하는 증권사들은 주로 채권이나 환매조건부채권(RP) 발행 등을 통해 투자자금을 조달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증권사들이 앞다퉈 발행어음 사업에 뛰어드는 이유는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조달하기가 쉽고, 조달한 자금을 자유롭게 투자에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자기자본의 2배까지 발행어음을 발행할 수 있어 대규모 자금 조달이 가능하고, 이를 통해 조달한 자금을 회사채 인수나 기업금융, 부동산 투자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발행어음으로 조달한 자금은 회사의 레버리지 비율 산정에서도 제외돼 금융당국의 규제에서도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발행어음은 금융사뿐만 아니라 투자자의 입장에서도 매력적인 상품이다. 예금보험공사의 예금자 보호가 적용되지 않는 투자상품이지만, 초대형 IB들이 자기자본에 기반해 판매하는 상품이기 때문에 회사가 망하지 않는 이상 원금 보장이 가능하고 약정된 수익률을 제공받을 수 있다. 현재 발행어음 시장에 진출해 있는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의 경우 3% 수준의 이자 수익률을 제시하고 있다.

신규 사업자인 KB증권 역시 유사한 수준의 수익률을 제공하는 상품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신규 사업자인 만큼 기존 사업자들보다 다소 공격적인 영업에 나설 수도 있지만, 일단은 시장 상황을 감안하겠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증권사의 입장에서 볼 때 발행어음 자체가 수익이 좋은 사업은 아니다"라며 "발행어음을 통해 수익을 내기 보다는 보다 많은 투자자금을 조달하는 통로라고 봐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발행어음으로 조달한 자금을 활용해 다양한 IB사업에 투자하고, 거기서 보다 높은 수익을 내는 것이 증권사의 목표"라고 설명했다.

한편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 KB증권이 발행어음 시장에서 경쟁하는 것을 안타깝게 바라만 보는 이들도 있다. 바로 미래에셋대우와 삼성증권이다. 이들 증권사 역시 일찌감치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의 초대형 IB 지위를 획득했으나,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사실 미래에셋대우와 삼성증권이 올해 안에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미래에셋대우는 일감몰아주기 의혹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로 인해 단기금융업 인가 심사가 보류된 상태다. 삼성증권 역시 지난해 발행한 주식착오배당 사건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재판 등으로 인해 인가여부는 미지수다.

미래에셋대우와 삼성증권의 발목이 묶인 사이 신한금융투자가 초대형 IB로 가기 위한 본격적인 행보에 나섰다. 신한금융투자의 모회사인 신한금융지주가 상반기 내에 6600억원을 출자키로 한 것이다. 이에 따라 신한금융투자 역시 자기자본 4조원을 넘어서며 곧 초대형IB 요건을 충족할 전망이다. 업계에선 신한금융투자 역시 초대형 IB 자격을 갖추는 즉시 발행어음 사업에 뛰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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