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배심원들' 문소리 "여성 판사 역, 나 자신에서 출발“
[인터뷰] '배심원들' 문소리 "여성 판사 역, 나 자신에서 출발“
  • 양지원 기자
  • 승인 2019.05.23 07:15
  • 수정 2019-05-23 07:15
  • 댓글 0

[한국스포츠경제=양지원 기자] 배우 문소리가 영화 ‘배심원들’(15일 개봉)을 통해 여성 판사 역할에 도전했다. 피해자와 가해자가 주축이 되는 기존의 법정 드라마와 달리 배심원들과 판사를 전면에 내세운 이 영화에서 문소리는 극의 중심을 잡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사실 상 여성 판사는 그간 한국영화에서 보기 드물었던 캐릭터였다. 최초로 여성 판사가 중심이 된 영화의 주인공으로 분한 문소리는 “역할이 역할인 만큼 신뢰감을 주기 위해 노력했다”고 했다.

-재판장 김준겸이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연기에 임했나.

“누구나 그렇듯이 판사라는 직업이 우리와 거리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다. 판사마다 화장이나 머리 스타일도 다 다르다. 그냥 나는 나 자신에서 출발하기로 했다. ‘문소리가 김준겸으로 가도 가능하겠구나’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국민참여 재판도 다녀왔다. 전체 재판 중 국민참여재판은 1.5% 수준이다. 굉장히 적은 수치다.”

-여성 판사가 주가 된 영화가 거의 없었다. ‘배심원들’이 신선하게 느껴지는 이유이기도 한데.

“신선하게 와 닿았다는 현실이 슬프다. 이제라도 나왔으니 기쁘기도 하다. 원래 시나리오에 김준겸이 남성인 버전도 있다고 들었다. 최종적으로 여성으로 됐지만. 영화라는 매체가 정말 시대의 영향을 많이 받는 것 같다. 시대적 분위기를 반영했다고 생각한다. 이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여자가 하니까 좀 그렇다’라는 말이 나올까 봐 걱정했다.”

-실제로 법에 대한 생각이 바뀌기도 했나.

“김준겸의 말 중 ‘법은 사람을 처벌하지 않기 위해 있는 것’이라는 대사가 있다. 시나리오를 봤을 때는 이 대사가 말장난 같았다. 그런데 영화를 찍기 시작하고부터는 ‘어떻게 인간이 인간을 심판할 수 있겠나’ 싶었다. 같이 살아가면서 피해를 주는 사람은 격리시키고 경고를 주고 이런 과정이어야 하는 것 같다. 혹시라도 어려운 사람에게 누명을 씌울 수도 있으니까. 이런 과정에 대해 무겁게 생각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실제로 판사들도 선고를 내릴 때 개인적으로 힘든 순간들이 있다고 들었다.”

-캐릭터들의 비중이 골고루 나눠져 있는 영화다. 비중에 대한 고민은 없었나.

“더 작은 비중도 많이 해본 것 같다. (웃음)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재판장 혼자 돋보이는 영화는 아니다. 모두가 함께 같이 가야 하는 영화라고 생각했다. 균형이 깨지면 영화적으로 재미가 없었을 것이다. 그런 측면에 있어서는 감독님이 잘 맞춰준 것 같다. 사실 시나리오를 보고 주변인들이 배심원들 사이에 묻힐까 봐 걱정을 하기도 했다. 난 쉽게 안 묻힐 거라고 했다.”

- ‘리틀 포레스트’ ‘아가씨’ 등에도 특별출연 형식으로 출연했다. 비중을 크게 생각하지 않는 편인 것 같은데.

“영화를 만들고 좋아하는 게 내가 일하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영화 공부를 더 하고 싶은 마음도 있다. 물론 비중이 적으면 서운할 때도 있다. 나 역시 박찬욱 감독님의 ‘아가씨’를 찍을 때 막상 집에 가려고 하니 눈물이 났다. 몇 달 동안 준비한 역할인데 4일을 찍고 집에 가려고 하니 서운했다. 그래도 재미있는 작업이었다. 기억에 많이 남는다.”

-함께 호흡을 맞춘 박형식은 이번 영화가 첫 상업영화 주연작이다. 어떤 도움을 줬나.

“(박)형식이가 많이 혼란스러워했다. 드라마 ‘슈츠’를 찍고 바로 넘어와서 정신이 없었을 것이다. 처음이라 더 잘하고 싶은 마음도 컸던 것 같다. 연기를 어떻게 하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한 장면을 찍는데 20번을 넘게 찍다 보니 걱정을 많이 했다. 그래서 걱정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내가 이창동 감독과 영화를 처음 찍을 때는 한 장면을 30~40번 찍기도 했다고 말해줬다. (웃음) 형식이는 성격이 밝아서 사람들을 잘 대하더라.”

-김준겸의 초심은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이다. 문소리의 초심을 다잡는 말은 어떤 게 있나.

“늘 이창동 감독님을..(웃음) 초반에 나를 호되게 트레이닝 시켰기 때문에 그때를 늘 떠올린다. 언제나 강한 존재감으로 내 주변에 존재하고 있다. 어려운 상황이 생기면 ‘이창동 감독님이라면 어떻게 했을까’라고 생각한다. 새끼오리가 가장 처음 본 대상을 엄마오리로 보듯 내게도 그렇게 각인된 분이다.”

사진=씨제스 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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