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넥슨 매각 본입찰 오는 24일로 예정
이미 4차례 연기돼...재연기 가능성 나와
경기도 성남에 위치한 넥슨 판교 사옥 전경/사진=허지은 기자

[한스경제=허지은 기자] 국내 최대 게임회사 넥슨 매각전이 본입찰의 벽을 넘지 못 하고 있다. 당초 지난달로 예정돼있던 본입찰 일정은 총 네 차례 연기되며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최대 19조원에 육박하는 몸값 부담에 이미 수 차례 연기된 본입찰이 또다시 연기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23일 게임업계와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넥슨 인수를 위한 본입찰이 오는 24일 진행된다. 지난 2월 예비 입찰을 거쳐 적격 예비인수후보(숏리스트)가 카카오, 중국 텐센트, 사모펀드 MBK파트너스,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베인캐피털 등 5개사로 압축된 가운데 이들 중 인수 가능성이 높은 곳이 본입찰 과정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될 예정이다.

그러나 이번 본입찰이 예정대로 진행될 지는 미지수다. 매각 과정에서 본입찰은 현재까지 총 네 차례 연기됐기 때문. 당초 4월 초에서 4월 중순으로, 다시 5월 초에서 5월 중순으로 미뤄진 뒤 24일로 연기된 본입찰 일정을 두고 업계 안팎에선 넥슨 매각이 생각처럼 쉽게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지난 1월 넥슨 창업주인 김정주 NXC 대표가 처음 지분 매각 의사를 밝혔을 때만 해도 넥슨 매각 이슈는 큰 파장을 남겼다”면서도 “현재는 업계에서도 궁금증이 잦아든 상태”라고 전했다. 넥슨 개발팀 직원 A씨는 “내부에서도 이직해야 하느냐는 설이 떠돌다가 지금은 잠잠해졌다”고 말했다.

넥슨의 지배구조는 ‘김 대표→NXC→넥슨 일본 법인→넥슨코리아’로 연결된다. 넥슨코리아 산하에는 10여개의 자회사가 있다./그래픽=이석인 기자

가장 큰 걸림돌은 매각 가격이다. 투자은행 업계에 따르면 김정주 대표가 원하는 매각 대금은 15조원에서 최대 19조원 수준으로 전해진다. 김 대표가 지분 매각을 처음 결심한 지난해 초 기준 일본 증시에 상장된 넥슨재팬의 주가는 2000엔 수준으로 원·엔 환율을 적용한 시가총액은 약 19조2779억원에 이른다.

반면 현재 넥슨재팬의 주가는 1660엔 중반에 머물고 있다. 원화로 환산한 시가총액은 약 16조7억원 수준이다. 매각 이슈가 나온 후 주가가 꾸준히 상승해 시가총액 역시 5조원 가까이 뛰었지만 김 대표는 더 높은 가격을 원하고, 인수 후보는 가격 부담을 느끼면서 매각이 난항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본입찰 일정이 두 달 새 4번이나 연기된 점은 넥슨의 현실을 보여준다는 지적도 나온다. 넥슨은 장수 IP(지식재산권)를 다수 보유하고 있지만 산하의 모든 자회사들이 높은 매출을 기록하고 있는건 아니다. 넥슨은 ‘던전앤파이터’의 네오플, ‘서든어택’의 넥슨지티, ‘히트’의 넷게임즈 등 10여개 자회사를 두고 있다.

중국에서 던전앤파이터가 높은 인기를 끌며 네오플은 지난해 매출 1조3056억원, 영업이익 1조2156억원을 올리며 영업이익률 93%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네오플은 넥슨코리아의 100% 자회사다. 반면 네오플을 제외한 넥슨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은 9468억원, 당기순손실은 518억원에 그쳤다.

모바일 분야는 사정이 더 좋지 않다. 올해 넥슨은 상반기 최대 기대작으로 불린 ‘트라하’를 비롯해 ‘스피릿위시’ ‘런닝맨 히어로즈’ ‘린 : 더 라이트 브링어’ 등 상반기에만 14종의 신작을 쏟아냈지만 대부분이 초반 반짝 흥행 후 순위권 밖으로 밀려나며 뒷심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연구원은 “지나친 인수가격 상승에 따른 ‘승자의 저주’와 인수 실패 시 후폭풍 등을 감안하면 현재 후보로 압축된 업체들이 최종 인수에 나서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허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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