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현대카드, 단숨에 업계 3위 도약 기대...삼성카드, 고객방어 혈안
현대카드 정태영 부회장이 코스트코에 승부수를 내걸었다. /사진=현대카드

[한스경제=이승훈 기자] 정태영 현대카드 대표이사 겸 부회장의 승부수가 ‘코스트코’라는 대어(大魚)를 낚았다. 코스트코는 국내 회원 수 191만명, 연간 매출액이 4조원에 달하는 글로벌 대형마트 체인이다. 특히 ‘1국가 1카드’ 정책을 펴고 있어 코스트코 고객은 오직 현대카드로만 결제할 수 있다. 

현대카드가 코스트코를 품에 안음에 따라 단숨에 카드업계 3위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정태영 부회장은 그간 코스트코에 대한 남다른 기대감을 보여왔다. 지난해 처음 계약사실이 알려진 뒤부터 최근까지 카드 출시 사실과 상세한 혜택, 디자인 콘셉트, 발급방법, 광고 등을 자신의 SNS에 올리며 홍보에 나서 눈길을 끌었다. 또한 그는 지난 4월 말 열린 코스트코 하남점 개점행사에도 직접 참석했다.

정 부회장은 자신의 SNS에 "5월 24일부터 코스트코의 결제는 모든 현대카드가 다 사용 가능하다"며 "이전보다 더욱 혜택이 많아진 코스트코 리워드 카드의 경우 점포 외에서도 일반카드처럼 사용 하실 수 있다"고 강조했다.

◆ 코스트코, 삼성카드 버리고 현대카드 선택

26일 업계에 따르면 코스트코의 독점 카드사가 지난 24일부터 기존 삼성카드에서 현대카드로 변경됐다.

코스트코는 지난 1999년 12월 말부터 삼성카드와 제휴 관계를 맺어왔다. 삼성카드는 네 차례 계약 갱신을 통해 20여년 간 코스트코의 선택을 받았지만, 지난해 8월 현대카드에 단독 제휴권을 빼앗겼다.

코스트코는 다른 대형마트와는 다르게 ‘1국가 1카드’ 정책을 펴고 있다. 한 회사와 단독 제휴를 통해 카드 결제 수수료 부담을 줄여 좀 더 저렴한 가격에 상품을 팔겠다는 의도다.

카드사 입장에서는 코스트코와 한번 계약하면 장기 독점 결제권을 누릴 수 있어 큰 메리트다.

코스트코는 회원 수가 191만명이고, 연간 매출액이 지난해 회계연도 기준(2017년 9월 1일∼2018년 8월 31일) 3조9227억원에 달한다.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코스트코 양재점은 전 세계 700여개에 달하는 코스트코 매장 중 매출액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코스트코 전체 지출 중 카드결제 비중이 약 70%인 점을 감안하면 코스트코 제휴사는 카드 매출액으로 2조7459억원가량을 올릴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카드업계 3위인 KB국민카드의 카드 취급액(일시불+할부) 87조4104억원과 4위 현대카드 85조4146억원의 격차인 1조9959억원보다 크다. 즉 현대카드가 기존 코스트코 회원을 무리 없이 자사 고객으로 유치하면 신용카드 시장점유율 3위로 올라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코스트코 고객 잡아라...현대카드, 공격적 마케팅 진행

190만명에 달하는 코스트코 회원을 잡기 위해 현대카드와 삼성카드의 경쟁도 치열해 지고 있다. 현대카드는 신규고객 유치를 위해, 삼성카드는 기존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해 총력전에 나섰다.

지난 24일부터 코스트코 매장에서 현대카드만 결제 가능하다. /사진=현대카드

특히 현대카드는 공격적인 마케팅 활동을 펼치고 있다. 지난 2월 4000만원대의 현대차 팰리세이드 15대 등을 걸고 1차 경품 이벤트를 진행한 데 이어 4월에는 샤넬, 구찌, 오메가 등 명품을 내걸고 2차 경품 이벤트를 열었다.

최근에는 1년 연회비를 캐시백으로 돌려주는 이벤트도 진행 중이다. 1만원씩 100만명에 캐시백 혜택을 주면 무려 100억원 규모가 된다.

현대카드는 지난 2월 삼성카드보다 더 큰 혜택을 제공하는 제휴카드를 선보였다. '코스트코 리워드 현대카드'는 코스트코에서 결제하면 최대 이용금액의 3%를 적립해주고 연간 적립 한도도 50만포인트로 올렸다. 기존 코스트코 삼성 특화 상품은 적립률은 1%, 적립 한도는 월 1만포인트였던 것을 비교하면 ‘통큰’ 혜택을 제공하는 셈이다.

현대카드는 코스트코와 단순 결제 서비스 제휴를 넘어 전략적 협력관계를 모색하겠다는 입장이다. 결제 데이터를 공동으로 분석해 코스트코 회원들에게 맞춤형 상품과 혜택을 제공하고, 양사 브랜드 자산을 활용해 다양한 마케팅 프로그램도 운영할 계획이다.

특히 계약 기간이 10년인 만큼 장기적인 관점에서 시너지를 꾀하겠다는 전략이다. 삼성카드는 그동안 5년 단위로 재계약을 해왔다.

현대카드는 상대적으로 실탄도 넉넉하다. 현대카드는 올 1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146% 늘어난 642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코스트코 고객들이 더 크고 다채로운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결제서비스와 상품뿐만 아니라 다양한 영역에서 많은 준비를 하고 있다”며 “앞으로 코스트코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새로운 패러다임의 금융과 유통의 콜라보레이션으로 만들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 고객방어 나선 삼성카드, 성과는 ‘불투명’

반면 삼성카드는 최대한 기존 고객의 이탈을 방지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우선 코스트코 제휴카드의 서비스 대상을 코스트코에서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3대 할인점으로 변경했다. 코스트코에서 받던 혜택을 이들 할인점에서 받게 한 것이다.

트레이더스 신세계 삼성카드. /사진=삼성카드

특히 코스트코와 유사한 창고형 할인점 업체인 이마트 트레이더스에 전담팀을 신설하고 단독제휴 특화 상품도 내놓았다. 올 2월 출시한 '트레이더스신세계 삼성카드'는 이용금액의 최대 5% 할인, 연간 할인 한도 60만원이라는 파격적 혜택을 제공한다.

하지만 삼성카드가 얼마나 고객 이탈을 막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앞서 삼성카드는 코스트코 회원에게 최대 12개월의 무이자 할부 혜택을 제공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으나, 금융감독원의 창구지도로 인해 열흘 만에 종결됐다. 금감원은 삼성카드가 통상적인 마케팅 허용 범위를 넘어섰다고 판단했다.

또한 코스트코의 대안으로 선택한 이마트 트레이더스의 경우엔 삼성카드 이외에도 다른 신용카드 결제가 모두 가능하기 때문에 코스트코와 같은 독점효과를 누릴 수 없다.

 

이승훈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